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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면서 - 부모가 모르는 십대의 속사정
김지혜 지음 / 미디어숲 / 2019년 9월
평점 :
중3때 고등학교 진학을 놓고 아이와 얘기를 했었다.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고, 하려고 하는 의지도 크지 않은데 한국사회의 인문계 고등학교 생활을 즐겁게 보낼것 같지 않아서 홈스쿨링을 제안했고, 원하는 것을 하면서 진로에 대해서 고민해보자고 했다. 하고 싶은것도, 원하는 꿈도 없었던 딸은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으로 일단 고등학교를 진학해서 고등학교 생활을 해보겠다고 결정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상담쪽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진로를 정하고 나름대로 학교를 알아보고, 목표를 세우며 공부해보겠노라고 큰소리 쳤지만 1학기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성적이 기대이하로 나온것 같다. 공부를 하지 않아서 성적이 그렇게 나왔고, 목표는 높게 정해놓고 있고, 학교 갔다와서의 생활은 노력하는 게 보이지 않고 답답한 마음에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부모가 모르는 십대의 속사정 아무것도 모르면서'를 보고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십대들의 생각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이 책은 17년간 사춘기 아이들과 부대낀 선생님의 깨달음이 담겨 있다. 지금도 현직에 계신 김지혜 선생님께서 만난 아이들의 사례들을 6장으로 정리해 놓았다. 십대들의 생각과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과 선생님의 조언이 사례별로 정리되어 있다. 부모들이 잘못하고 있는 행동이나 생각들을 읽으면서 곳곳에 내가 등장해서 너무 부끄러웠다. 아이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했던 말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했던 말들이었다.
보통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렸을때 공부만 하라고 하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꿈이 뭐냐고 물어본다. 공부만 하라고 해서 해왔는데 갑자기 꿈이 뭐냐고 물어보는 어른들을 아이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꿈이 바로 생각나서 대답할 수 있다고 해도 꿈과 현실(성적)의 차이가 크면 꿈이 너무 멀게만 느껴져 더 좌절하게 된다. 차라리 꿈이 없는게 더 나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은 아이들이 진정 행복하고 그의 삶을 주도할 수 있는 길이 시험을 통한 성적순일 경우가 많다.
처음 학교에서 시험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한 것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지의 능력을 기르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시험 성적이 대학을 결정하고, 인생을 결정하는 관문이 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울수 있는 것이 무수히 많음에도 교과공부에만 집중되어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아이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함께 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생각나서 맘이 아프고, 후회가 된다. 격려의 말보다 눈앞에 보이는 모습을 보고 잔소리하고, 자존감을 상하게 했던 순간들을 지우고 싶다. 딸이 자신을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 세상에 나의 고민을 함께 아파하는 이가 있다는 것으로 다시 용기를 얻고 진정 자신의 행복을 위한 길을 찾고, 준비하는 그 길을 열렬한 박수와 함께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