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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
장자자 지음, 정세경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더운 여름 가볍지만 두꺼운 책을 읽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 '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이다. 500페이지가 넘지만 길게 느껴지지 않을만큼 문장들이 간결하고, 사건 전개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부모님의 버림을 받고 외할머니와 자란 류스산은 진이라는 곳에서 큰 도시에 있는 대학을 꿈꾸며 공부를 한다. 그러나 희망하는 대학교는 떨어지고 다른 대학에 합격하여 외할머니의 품을 떠나 도시로 생활권이 바뀌게 된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지만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고 큰 충격에 빠진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와 수습사원으로 지내지만 전기세도 낼 형편이 되지 않는다. 소망없이 폐인과도 같은 생활을 하고 있을때 간암을 선고 받은 외할머니니 왕윙윙이 손자 류스산을 찾으러 트랙터를 밤새 몰고 찾아오고 술에 취해있는 류스산을 트랙터에 묶고 고향집으로 데리고 간다. 청샹(불치병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류스산의 초등학교 친구)이 고향 초등학교로 오면서 다시 재회하게 되고, 둘이서 보험일을 함께 하게 되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사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들로 이야기가 구성된다.
류스산을 보면서 지금의 한국 청년들이 많이 생각났다. 끝없는 공부를 하고, 대학을 졸업하지만 취업을 못하거나 하더라고 전공과 상관없는 직종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꿈꾸고 바랬던 일들을 하는 청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다. 많은 사랑과 이별을 하게 된다. 외할머니와 손자의 사랑과 이별, 아빠와 딸의 사랑과 이별, 연인과의 사랑과 이별등 살아가면서 사랑과 이별이 차지하는 시간들이 많다. 삶에 지쳐서 그런 순간과 감정들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 아니면 삶의 힘듦에 이별의 아픔까지 더해져서 더 힘들지는 않나?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지만 기억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될까? 스쳐지나 가는 인연같지만 서로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것을 알까?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의 시간을 함께 나누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돌이켜 보며 함께 했던 이들을 더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고, 힘이 되어 주고 싶다.
우리가 나누었던 모든 순간들이 기억되었으면 함께했던 모든 이들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