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 내려놓음의 마음 공부 고요하고 단단하게
권민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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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시작하기 전 잡담 -

개인적으로 종교 서적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누군가의 신념이 너무 앞에 나와버리면 괜히 거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예 안 읽는 것도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복잡해질 때가 많아지니 종교를 떠나서 사람 마음을 좀 다독여주는 책이라면 슬쩍 손이 가곤 한다.

이 책도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고요하게, 단단하게.

뭔가 요즘 세상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말 같아서 오히려 더 끌렸다.

다들 시끄럽게 살고, 빠르게 살고, 남과 비교하느라 바쁜데 혼자 고요하고 단단하게 살라니 말은 참 쉽다.

그래도 법정 스님의 말이라면 뭔가 허투루 흘려듣기엔 아까운 문장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책장을 넘겨보게 되었다.

책 설명 -

책은 280페이지 정도이고 손에 들면 묵직하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제법 알차게 들어있다.

표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딱 봐도 조용한 책이라는 느낌이 난다.

화려하거나 눈에 확 띄는 표지는 아닌데 오히려 그래서 마음에 든다.

괜히 법정 스님의 말을 다루는 책인데 표지가 요란하면 그것도 좀 이상했을 듯 하다.

구성은 꽤 잘 짜여 있다.

법정 스님의 문장이 먼저 나오고 그 아래에 엮은이의 해설이 붙어 있으며 마지막에는 ‘우리의 고민들’이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그냥 좋은 말을 모아놓은 어록집 정도로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그보다는 조금 더 친절하다.

문장만 툭 던져놓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지금의 삶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까지 같이 생각하게 만든다.

비움과 자유, 두려움과 신뢰, 일과 삶, 관계, 슬픔의 치유, 자연의 가르침, 단련과 실천으로 나뉘어 있는데 목차만 봐도 요즘 사람들이 대체 어디서 흔들리는지를 아주 잘 알고 만든 느낌이다.

서평 -

법정 스님의 말은 이상하게 소리가 크지 않다.

누군가를 훈계하는 말투도 아니고 인생을 정답처럼 정리해주는 문장도 아니다.

그런데 조용한 문장인데도 꽤 오래 남는다.

읽는 순간보다는 읽고 나서 설거지를 하거나 멍하니 앉아 있을 때 문득 떠오르는 식이다.

그게 아마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아닐까 싶다.

책을 읽다 보면 결국 법정 스님이 말하는 건 대단한 성공이나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다.

덜어내는 것, 늦추는 것, 나를 먼저 돌아보는 것, 그리고 남 탓을 조금 덜 하는 것.

말로 쓰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막상 이걸 제대로 하며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도 그렇다.

피곤하면 괜히 말이 거칠어지고, 남과 비교하다가 마음이 허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쓸데없이 예민해진다.

그러니 이런 책을 읽으면 새삼 내가 별로 고요하지도 않고 단단하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좀 웃기긴 하다. 제목부터 이미 내가 아닌 사람의 상태 같다.

인상 깊었던 건 결국 모든 문제의 출발점을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서 찾게 만드는 점이었다.

행복도 누가 갖다주는 것이 아니라 내 태도에서 자라고, 불행도 남을 원망하는 그 마음 자체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말은 아주 뻔한 말 같으면서도 막상 들으면 뜨끔하다.

사람은 자꾸 상황 탓, 환경 탓, 타인 탓을 하고 싶어지니까.

그런데 법정 스님의 문장은 그걸 조용히 잘라낸다.

네가 지금 어디를 보고 사는지부터 다시 보라고 한다.

사실 이런 말이 제일 아프다.

대단한 위로보다 더 정확하게 들어오니까.

관계에 대한 내용도 꽤 오래 남았다.

수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다 보면 인간관계는 넓어졌는데 정작 마음은 더 좁아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가까울수록 기대가 커지고, 기대가 커질수록 서운함도 커진다.

책에서는 인연을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하고, 상처를 오래 붙들수록 내가 먼저 지친다고 말한다.

용서는 남을 위한 자비심이라기보다 흐트러지려는 나를 거두어들이는 일이라는 문장은 특히 마음에 남았다.

용서를 무슨 성인군자처럼 해야 하는 일로 생각했는데, 결국 나를 위해서라도 놓아야 하는 것이구나 싶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미워하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한다.

나이 들수록 그 체력도 아깝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행복을 거창하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복은 완벽한 하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하루 속에서 기쁨을 알아차리는 태도라고 한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 괜히 마음이 좀 느슨해진다.

늘 뭔가를 더 이뤄야 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행복도 결과처럼 생각하게 되는데, 법정 스님의 말은 그 방향을 바꿔놓는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시선이라는 말이 참 맞는 것 같다.

결국 어떤 세상을 사는지는 오늘 내가 고른 시선이 정한다는 문장도 같은 맥락일 텐데, 이건 정말 두고두고 생각하게 된다.

책 속에 나온 질문들도 꽤 괜찮았다.

내 감정의 시선으로 남의 말을 재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지금 어떤 평온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가,

검색과 강의로 많이 보고 듣고 있지만 정작 나는 무엇을 나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 말이다.

요즘은 워낙 남의 생각을 쉽게 보고 듣는 시대라 내 생각 없이 아는 척만 하며 살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좋은 문장을 읽게 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삶을 슬쩍 점검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읽다가 몇 번은 그냥 책을 덮고 멍하니 있게 된다.

뭘 대단히 반성했다기보다는 그냥 내 말투나 표정이나 태도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 책이 의외로 많지 않다.

법정 스님의 말은 따뜻하지만 물렁하지는 않다.

위로는 해주는데 마냥 감싸주기만 하지는 않는다.

결국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힘은 말을 잘하는 데서가 아니라, 옳다고 믿는 걸 오늘 한 번이라도 몸으로 실천해보는 데서 나온다고 한다.

이건 참 뻔한데 가장 어려운 말이다.

좋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말을 표정과 말투와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아마 그래서 더 자주 이런 책이 필요한 것 같다.

읽고 나면 당장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함부로 살고 싶지는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평을 마치며 -

책을 다 읽고 나니 뭔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다기보다는 마음속 먼지가 조금 가라앉은 느낌이 들었다.

삶이 복잡할수록 자꾸 더 많은 정보, 더 빠른 답,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데 정작 필요한 건 이런 조용한 문장 몇 개일지도 모르겠다.

법정 스님의 말은 세상을 이기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세상에 휩쓸리지 않는 법을 조금씩 보여준다.

그게 지금 같은 시기에 더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싶다.

괜히 잘 살아야지 하고 이를 악물게 되는 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늘 하루를 조금 덜 거칠게, 조금 덜 시끄럽게, 조금 더 정성스럽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읽고 나서 당장 산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거나 무소유를 실천해야겠다는 거창한 결심이 드는 건 아니다.

다만 말 한마디를 조금 덜 날카롭게 해야겠다는 생각,

비교를 조금 덜 해야겠다는 생각,

지금 가진 평온을 좀 알아차려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 정도면 이런 책 한 권이 할 일은 충분히 다 한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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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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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시작하기 전 잡담 -

다자이 오사무를 처음 만난 건 <인간실격>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꽤 불편했다. 지나칠 정도의 자기혐오, 끊임없는 변명, 도망치듯 흘러가는 문장들.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보다 자주 멈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줄거리는 흐릿해지는데, 문장 몇 개는 계속 남아 있었다. 별일 없는 날 문득 떠오르고, 기분이 가라앉을 때 괜히 다시 펼쳐보게 되는 문장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조금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자이 오사무를 ‘작가’가 아니라 ‘문장의 기억’으로 묶어낸다는 발상 자체가 그에게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책 설명 -
책은 두툼하지 않다. 손에 들었을 때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와 무게다. 표지는 차분하고 절제되어 있는데, 제목처럼 과하게 감정을 밀어붙이지 않는다. 구성은 명확하다.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인 <인간실격>, <사양>, <달려라 메로스>, <여학생>, <어쩔 수 없구나> 등에서 문장을 뽑아내고, 그 문장에 대한 최소한의 해설과 여백을 남긴다. 설명은 많지 않다. 오히려 독자가 문장을 먼저 읽고, 느끼고, 머물 수 있게 배치되어 있다.
처음에는 이게 과연 친절한 구성인가 싶었다. 하지만 몇 장 넘기다 보니 이해가 됐다. 이 책은 다자이를 설명하려는 책이 아니라, 다자이의 문장을 ‘다시 만나게’ 하려는 책이다.

서평 -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은 언제나 날것이다. 다듬어진 위로보다는 날카로운 고백에 가깝다. 이 책에서도 그 특징은 그대로 드러난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다.”라는 문장은 여전히 강력하다. 단 한 문장인데, 그 뒤에 이어질 모든 실패와 고독을 이미 예고하고 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이런 문장을 굳이 해석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신 독자가 그 문장 앞에 잠시 멈추도록 만든다.
우리는 요즘 너무 빠르게 읽는다. 의미를 곱씹기보다 요약을 원하고, 감정보다 결론을 찾는다. 그런데 다자이의 문장은 그런 속도를 허락하지 않는다. 읽는 순간 불편하고, 다음 문장으로 쉽게 넘어가지 못한다. 이 책은 그 불편함을 그대로 유지한다. 괜히 위로하지 않고, 괜히 미화하지 않는다.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의 문장이 왜 이렇게 무거운지 이해하게 된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 사실을 부끄러워했고, 좌익 운동에 가담했고,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결국 마흔을 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흔히 말하는 ‘불행한 천재’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의 비극적인 생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연대기적 설명도 최소화되어 있다. 대신 작품 속 문장을 통해 그 사람을 느끼게 한다.
그 선택이 꽤 현명하다고 느껴졌다. 다자이를 동정하거나 미화하는 대신, 그가 남긴 문장과 독자를 직접 마주하게 만든다.

<인간실격>의 문장들은 여전히 자기연민으로 가득 차 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읽어도 호감 가는 인물은 아니다. 타인을 경멸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가장 불쌍한 존재로 설정하는 시선은 여전히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바로 다자이 문장의 힘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람의 가장 추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꺼내놓는 태도. 그 솔직함 하나만큼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다.
이 책은 그런 문장들을 그대로 내보인다. “이렇게까지 말해도 되는 걸까?” 싶은 문장 앞에서도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독자가 판단하게 둔다.

<사양>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또 다르다. 몰락해가는 귀족 가문을 ‘해질 무렵’에 비유한 시선은 참 묘하다. 완전히 어둡지도, 그렇다고 밝지도 않은 시간. 끝나가고 있지만 아직 남아 있는 빛. 이 책에 실린 <사양>의 문장들은 체념과 각오가 동시에 묻어난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쨌든 살아내야만 한다”는 문장은 다자이가 할 수 있는 가장 건조한 위로처럼 느껴졌다.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야 하니까 산다는 태도. 요즘 말로 하면 참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문장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달려라 메로스>에 이르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다자이 오사무가 쓴 이야기 중 드물게 ‘신뢰’라는 단어를 곧게 바라보는 작품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달리는 메로스의 모습은 여전히 교과서적이지만, 이 책에서 뽑아낸 문장들은 의외로 담담하다. 과장된 영웅주의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믿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조용히 짚는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건, 다자이는 자기 이야기를 할 때보다 남의 이야기를 빌릴 때 더 단단해진다는 점이었다. <여학생>이나 <직소> 같은 작품에서도 그런 인상이 강하다. 특히 <여학생>의 문장에서는 고독을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이 감정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니다”라는 인식에 이르는 순간, 문장은 한결 넓어진다. 그 지점에서 나는 처음으로 다자이의 문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를 늦추게 만든다’는 점이다. 한 장 한 장 넘기기보다는, 한 문장에서 멈추게 된다. 필사 공간이 있는 구성도 그런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 굳이 필사를 하지 않더라도, 손으로 문장을 따라 쓰고 싶어지는 책이다. 문장을 옮겨 적는 동안, 그 문장이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감정으로 남는다.
요즘처럼 빠르고 매끈한 문장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렇게 삐걱거리고 불완전한 문장은 오히려 귀하다. 다자이의 문장은 위로를 주지 않는다. 대신 “너만 이런 게 아니다”라고 말해준다. 그 정도면 충분한 역할 아닐까 싶다.

서평을 마치며 -
이 책을 덮고 나서 다자이 오사무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여전히 그의 세계는 어둡고, 인물들은 비겁하고, 문장들은 불편하다. 하지만 이전보다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왜 그의 문장이 오래 남는지, 왜 지금도 읽히는지.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은 다자이를 입문서처럼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이미 다자이를 한 번쯤 읽고, 문장 하나쯤 마음에 남아 있는 사람에게 더 잘 맞는다. 삶이 버겁고, 괜히 모든 게 귀찮아지는 날, 이 책을 펼치면 다자이의 문장이 조용히 말을 건다.
괜찮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살아 있는 한, 이런 마음도 함께 안고 가야 한다고 말할 뿐이다. 그 담담함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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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인생공부 - 천하를 움직인 심리전략 인생공부 시리즈
김태현 지음, 나관중 원작 / PASCAL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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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시작하기 전 잡담 -

삼국지는 어릴 때 만화로 처음 접했다.

조조는 악당, 유비는 착한 왕, 관우는 멋진 수염의 의리남 정도로 기억했다.

나이를 먹고 다시 보니 참 단순했던 감상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때는 누가 이기느냐만 봤다면, 지금은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가 궁금하다.

결국 세상사는 전쟁보다 ‘사람’이 어렵다.

이 책 [삼국지 인생공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천하를 다투던 이야기를 인생의 병법으로 읽어내려는 시도다.

과장된 영웅담 대신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책이라 솔직히 마음이 끌렸다.

책 설명 -

책은 300쪽이 조금 넘고, 표지는 붉은색 배경 위에 검은 먹선으로 그린 제갈량의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제목만 봐도 힘이 느껴진다.

‘삼국지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흔한 동기부여 문구보다 훨씬 진중하다.

장별 구성이 명확해서 하루에 한 파트씩 읽기 좋다.

PART 1은 시대와 흐름을 읽는 법, PART 2는 리더의 결단, PART 3은 인간관계의 심리, PART 4는 의지와 집념, 마지막 PART 5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통찰로 마무리된다.

책을 펼치면 고전 번역서 특유의 딱딱함은 없고, 문장이 부드럽고 읽기 편하다.

인문서지만 불필요한 사족 없이 깔끔하게 핵심을 짚는다.

‘삼국지를 이렇게 쉽게 풀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책의 아름다운 모습 -










서평 -

삼국지를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게 사람 사는 이야기구나’ 하는 점이다.

나라가 다르고 시대가 달라도 결국 인간의 욕망, 질투, 충성, 배신이 중심이다.

이 책은 그걸 전략이 아니라 ‘심리’로 풀어낸다.

조조의 냉철함이 단순한 잔혹함이 아니라 생존 본능이었다는 해석, 유비의 자비가 때로는 무능으로 변질되었다는 통찰, 제갈량의 지략이 인간적인 고뇌 위에 세워졌다는 점까지.

영웅들의 결단 하나하나를 심리학적 시선으로 해체한다.

읽다 보면 “사람은 왜 그렇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이 계속 떠오른다.

조조가 친구를 먼저 베었던 이유, 제갈량이 아끼던 마속을 처형했던 이유, 사마의가 긴 침묵 끝에 천하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전부 감정의 흐름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냉정함, 자존심, 두려움, 그리고 신중함.

그 감정들이 얽혀 만들어낸 결과가 바로 역사라는 점이 흥미롭다.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삼국지는 전쟁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해부한 책이다.”였다.

이 말 하나로 저자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가 압축된다.

나도 젊을 때는 삼국지를 ‘이기는 법’으로 읽었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법’으로 읽는다.

예전엔 조조가 나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냉철함이 얼마나 필요한 순간들이 있는지 안다.

때로는 감정보다 원칙이, 인간미보다 거리감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나이니까.

책은 단순히 인물 해설서가 아니다.

삼국지 속 명장면들을 현대적 관점에서 다시 조명한다.

관우의 오만이 조직의 균열을 불렀다는 해석, 장비의 충동이 리더십을 무너뜨렸다는 분석, 사마의의 인내가 결국 천하의 주인을 만들었다는 통찰.

이게 단지 옛사람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지금의 우리 삶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리더십에서도.

특히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이라는 구절은 이 책의 정수를 보여준다.

계획은 인간이 세우지만, 이루어짐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말.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받아들이고, 흐름을 읽으며 유연하게 대응하라는 메시지는 삼국지의 시대에도, 오늘날에도 똑같이 유효하다.

결국 성공과 실패의 경계는 실력보다 태도에 달려 있음을 이 책은 조용히 일깨운다.

읽다 보면 저자가 인간관계의 본질을 제갈량의 태도에서 찾고 있음을 느낀다.

제갈량은 사람을 살필 줄 알되, 원칙을 저버리지 않았다.

마속을 처형한 일화가 대표적이다.

감정보다 원칙을 선택하는 고통스러운 리더십. 냉정하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조직 전체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결단.

요즘처럼 원칙보다 감정이 앞서는 세상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다.

또한 책은 “말의 무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요즘처럼 약속이 가볍고 말이 쉬운 시대에,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꾸려면, 그 말이 진심이어야 하며, 진심은 반드시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저자의 이 문장은 개인적으로 밑줄을 두 번 그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은, 삼국지를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굳이 모든 인물의 계보를 알 필요도 없다.

저자가 각 인물의 핵심 장면을 정리해주고, 그 안에서 배워야 할 인간적 통찰을 짧고 간결하게 제시한다.

덕분에 삼국지를 읽어본 적 없는 사람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나?’ 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물었다.

“나는 지금 누구처럼 살고 있을까?”

때로는 감정적인 장비 같고, 때로는 우유부단한 유비 같았다.

그리고 어떤 날은 냉정한 조조의 판단력이 부럽기도 했다.

결국 우리 안에는 삼국지의 모든 인물이 조금씩 섞여 있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그 수많은 감정의 균형을 잡아가는 일 아닐까.

서평을 마치며 -

책을 덮고 나니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삼국지를 다시 꺼내 읽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예전엔 천하를 통일한 사람이 누군지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인간적인 선택들이 있었는지를 보고 싶다.

[삼국지 인생공부]는 고전을 현실로 끌어내는 책이다.

시대는 달라도 사람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삼국지라는 거대한 전쟁 이야기를 빌려 오늘의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결단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삼국지는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인간의 이야기를 곱씹게 만드는 이 책은, 어쩌면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현실적인 자기계발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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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고요하고 단단하게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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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시작하기 전 잡담 -

 개인적으로 중국의 명언이나 위인 등은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인위적으로 숭상되기 위해 만들어진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도 채근담은 동양의 탈무드라고 불리우는 만큼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을까하여 책장을 넘겨본다.


책 설명 -

 책은 거의 400페이지 정도로 꽤나 페이지수가 많고 일반적인 소설책 넓이보다 조금 넓다.

지하철에서 한손에 두고 읽기는 좀 무리한 크기이고 두손으로 공손히 받치고 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크기인데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나 싶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표지는 그냥 딱 동양화가 생각나는 느낌인데 너무 색감이 옅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느낌이다.

좀 더 색감이 강해도 좋았지 않았을까 한다.


서평 -

 채근담은 명나라 문인 홍자성이 집필하였고 동양의 탈무드라고 불리울 정도로 유명하다.

잠언, 탈무드에 비견될 정도의 좋은 내용이 356편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냥 좀 더 채워서 365편을 만들지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암튼 생각을 비우고 읽어내어보니 꽤나 읽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명나라 문인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에 대해 엮은이 최영환의 에세이를 담았는데

채근담의 원래 내용을 잘 살려 간결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느낌이 든다.

뭐 책의 내용이야 채근담의 내용에 더해 엮은이의 생각이 남겨있는 에세이가 들어있는

형식이라 하루에 서너개의 내용을 마음가는대로 잡아서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책의 내용은 그렇다치고 다른 것보다 에필로그의 내용이 아주 와닿아 열번은 읽은듯 하다.

마흔 중반의 입장으로써 "마흔 이후의 인생은"이라고 시작하는 문구는 그냥 파고들듯이 뇌리에 박히는 문구였다.

엮은이의 에필로그처럼 마흔 이후라면 채근담의 후집을 필히 읽어보길 추천한다.


서평을 마치며 -

마흔이 넘어가면서부터 뭘하던지 배는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곤 했는데

책 한권의 몇개의 문구 덕에 그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고전을 읽으라고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채근담 말고 다른 고전은 뭐가 있을까..

새 책은 비싸니 중고 서적이라도 구매하러 헌책방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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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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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시작하기 전 잡담 -

판소리를 제대로 공연같이 즐겨본 기억이 없다.

애초에 문화생활을 엄청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라 간간히 영화나 연극이나 보는 정도였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그것마저도 하지않게 되었다.

이런 나에게 판소리라니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조합같지만 궁금하긴 하다.

책 설명 -

책은 310페이지 정도이고 손바닥만한데 꽤나 묵직하다.

소리로 풀어낸 서사, 한과 해학의 선율이라는 글귀가 적혀있어 고급지면서도 집어들게 만드는 표지로 잘 뽑은 듯 하다.

딱히 삽화 같은 그림들은 없고 글만 가득하지만 장이 넘어갈때마다 QR코드로 판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눈에 띈다.


서평 -

판소리라고 하면 막연히 으허어~ 아히이~~ 뭐 이런 추임새를 넣으며 길게 늘어지는 느낌의 한국 전래 가요같은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근래에 정년이라는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되며 판소리가 얼마나 대단하고 귀를 즐겁게 하는지 그 깊이는 얼마나 깊은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판소리 공연이 있는지 찾아볼 정도로 관심이 조금 생기게 되었다.

그러던중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마침 딱 잘왔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읽다보니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제목들이 대부분이라 판소리도 찾아서 들어볼만 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하여가와 단심가는 알고 있던터라 너무 반가웠다.

물론 서태지의 하여가가 아니라 고등교육때의 하여가이지만 말이다.

장끼타령이라는 판소리에 대한 설명을 읽을때에는 피식피식대며 읽어지기도 하고 간만에 지식도 얻고 즐거움도 얻는 기회가 되었다.

서평을 마치며 -

오페라를 보러 다녀왔다고 하면 보통은 주변 사람들이 오~ 문화생활 좀 하는데라고 말하고는 한다.

혹은 연극도 그렇고 뮤지컬도 그렇다.

하지만 주변에서 판소리를 보러 다녀왔다는 말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듯 하다.

판소리 공연을 검색해보면 꽤나 많이 검색이 된다.

물론 연극이나 공연 등에 비하면 적지만 말이다.

아마도 판소리 공연을 가보지 못하는 것은 애초에 선택지에서 없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이라도 경험해보았다면 문화생활의 선택지에 판소리도 있었을텐데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주 주말에는 판소리 공연을 보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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