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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섬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말 그대로 마라톤을 달린 것 같다. 분량이야 700페이지가 조금 안 되니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읽으면서 너무나 지치고 소진된 느낌.... 과연 내가 이 책의 20프로나 이해했을런지 의심이 들 정도로 난해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이해한 것도 에코의 언어 유희가 아니고 등장 인물들의 행동을 서술한 것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해가 안됨에도 끝까지 읽은 이유는 줄거리 자체는 굉장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주인공 로베르또는 마자랭 추기경의 명령을 받고 경도의 비밀을 풀어헤치기 위해 '아마릴리스'라는 배를 타서 남반구의 바다로 가서 겪은 이야기가 주류이고 곁가지치는 얘기들도 굉장히 많다. 아버지와 까살레 농성전에 참전한 것, 빠리에서의 사교계 생활, 그리고 로베르또의 공포와 두려움이 만들어낸 '페란떼'에 관한 소설 등등.
후반부 100여 페이지는 정말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에코의 현학적인 서술의 극치로 일관한다. 도대체 소설인지 철학 이론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의 소설에 계속 나오듯 그는 상징과 은유를 즐겨 쓴다. 또 무슨 장치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썼지만 단어도 생경해서 상상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고 에코의 유머스러운 면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천동설을 주장하는 이에게 양배추나 자라게 하려고 하느님이 지구의 434배(?)인 태양을 돌리겠냐, 수영을 한 번도 안 한 신부가 수영 이론의 대가라는 둥, 머리 쥐나게 어려울 때 웃음을 짓게 했다. 한 번 읽고서 이 소설을 논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다시 읽자니 너무나 부담스러운 소설이기에 한 번 읽을 때 이해안되는 곳은 되풀이해서 읽었다. 큰 마음 먹고 읽어야할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