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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방식 - 자본은 어떻게 당신을 지배해 왔는가? ㅣ Insight Series 1
유기선 지음 / 행복우물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학교다닐 때에도 간혹 주식을 한다는 선배나 동기들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사회진출로 고정수입이 생겨서 그런지 회사다니면서 주변에 주식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직장생활 9년차인 나는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주식을 해본적 없다. 개인적인 흥미도 없었거니와 주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한 몫 했을 터이다. 학창시절 PC방에 가면 어두컴컴한 구석진 자리에서 담배꽁초 가득찬 재떨이 곁에 눈부신 화면에 수많은 그래프들을 종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흔히 '주식폐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아저씨가 주식으로 돈을 다 날려먹었네 하며 신세한탄하던 모습도 기억한다. 이렇게 주식은 내 기억에는 도박과 비슷한 부정적 단어로 느껴졌기에 관심에서 멀리 떨어진 영역이었다.
그러나 뉴스매체에서는 늘 경제면에 주가가 떨어졌다 올랐다, 코스피 지수는 어떻고, 금융시장은 어떻다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에 무슨 말인지 이해나 해보자는 마음에 금융 관련 서적에 관심 갖게 되었고, 그러던 차에 <자본의 방식>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자본'은 돈이란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나의 '자본'에 대한 무지는 강한 호기심을 발동시켰고 <자본의 방식>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주식시장 분석을 위해 도서관에서 금융 서적을 읽다가 단순한 편협적 지식으로는 금융과 미래를 이해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금융에 대한 탄생에서부터 역사, 철학, 인물, 사례 등 다방면의 책을 섭렵한다. 그의 7년간의 노력은 책에 기재된 수십권의 참고문헌으로 드러난다. 자본, 금융, 주식, 화폐라는 단어들이 들어간 깊이있고 근원적인 서적들을 연구하고 체화하며 저자는 자본에 관한 그의 통찰을 길러냈다.
책의 구성은 그간 저자가 연구하며 쓴 자본에 관한 에세이 중 47편을 골라서 6개의 장으로 분류하였다. 각 장마다 마지막에 '정리'하는 페이지를 마련하여 용어와 개념에 익숙치 않아 정신없이 읽어나가기 바쁜 독자들이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워런 버핏, 톨스토이, 애덤 스미스, 카네기,에디슨, 뉴턴 같은 한번은 들어본 이름에서부터 소로스, 피어몬트 모건, 제이미, 고든 게코, 그레이엄 같은 나에게는 다소 생소한 사람들의 이름도 등장한다. 그리고 위에 언급된 인물들이 비단 자본, 금융에만 관련된 사람들 뿐만이 아닌 것에 주목하자. 저자는 자본을 다양한 관점으로 조명하기에 역사학, 철학, 사회학, 심리학, 과학, 공학, 재무, 경영, 금융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이름이 보이고 또 그들이 했던 의미있는 격언들도 소개되어 있다.
흔히 금리에 관한 뉴스에서 '연준, 연준'하는 이야기를 듣는데, 바로 그 '연방준비제도위원회'에 대한 이야기나, 얼마전 미중간 무역전쟁으로 많이 등장했던 주제인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은 평소 뉴스기사를 보면서 한번 쯤 궁금했었던 내용들이라 더 주의깊게 읽었다. 또 소주판매에 세금을 물리기 위해서 소주병뚜껑 회사를 합법적인 독과점시장으로 만들어 정부가 탈세를 막는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로 워런 버핏의 취미 중 하나가 기업의 '재무제표'를 읽는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재무제표를 세 가지로 축약해 설명하는 부분도 이 부분에 잘 모르는 나로서는 상식의 외연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좋았다. 필요한 돈을 어디서 가져와서 어떻게 배분했는가를 나타내는 '재무상태표',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손익계산서', 기업 내에 현금흐름은 어떤가를 나타내는 '현금흐름표'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서 이름은 들어 봤음에도 제대로는 모르고 있던 내용이었다. 또한 그러한 단순한 사전적 의미를 넘어 실례를 들어 의미를 체감할 수 있게 설명하여 이해를 도왔다.
특히 6장 '자본이 움직이는 방식'에서는 주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주식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라면 흥미가 생길 내용들이 많았다. 공분산, 베타, 인덱스펀드, EBITADA, 토빈 Q 같은 생소한 용어들도 다수 등장한다. 그에 대해 저자가 정성들여 쉽게 설명해 놓았기에 읽어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일부는 인터넷 검색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주식을 한다면 '인덱스의 가치'에서 다루는 것 처럼 시장지수와 동행하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나의 성향에 맞다. 초과수익을 내기 어려운 주식시장에서 잘나가는 개별 종목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느껴진다. 이웃집 아저씨가 주식으로 큰 돈을 날린 것도 잘나가는 개별 종목을 잘못 선택한 결과일 것이다. 일확천금의 높은 리스크의 주식에 투자할 때 주식은 도박이 된다. 버핏이 투자에 대하 잘 모르는 그의 아내에게 남긴 유언장에 유산의 90프로를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는 충고는 비단 그의 아내만을 위한 말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비전문가 투자자들이 주식에 뛰어 들었다가 손해만 보고 돌아가는 것을 안타까워한 충고가 아닐까.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자본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이다. 자본을 많이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을 늘릴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본은 없지만 그것을 늘릴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자본이 필요한 적재적소로 흘러가게 하기 위해 주식회사가 등장하고 금융은 발달해왔다. 그 과정에서 사회가 발전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구조와 역사,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 자본시장의 리스크, 기업의 형성 과정 등 여러 주제를 살펴보면서 자본에 대한 이해의 틀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자본의 방식>이 돈에 대한 이해를 넘어 금융 흐름에 대해 통찰을 갖게 되는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책을 읽을수록 자본에 대한 저자의 깊은 통찰력을 느낄수 있었다 내가 주식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의 주식에 대한 인식의 변화만 보더라도 이 책을 읽은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주식에 대한 나의 인식이 도박과 같은 부정적인 모습에서 주식의 발명으로 비전있는 기업에 효과적인 투자가 가능해졌고 그것으로 기술발전과 사회변혁이 가능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살면서 자본에 관해 잘 알지못해 지식의 허기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자본의 방식>이 자본에 대한 감을 잡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