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 최제우 평전 - 민족종교 동학의 교조
김삼웅 지음 / 두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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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도올 김용옥 선생이 한 TV프로에서 검결(최제우가 쓴 '용담유사'에 수록)과 함께 수운 선생을 소개했던 적이 있다. '시호시호 이내시호 부재래지 이내시호'를 외치며 깨달음의 기쁨을 칼춤으로 풀어냈던 수훈 선생의 모습을 도올의 재치있는 입담과 몸짓을 빌어 머릿 속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수훈 최제우 선생의 이야기가 작년에 나올수 있었던 배경은 그 해가 3.1 운동 100주년이었기 때문이다. 3.1 운동의 의의는 실로 대단하다. 3.1 운동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될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국호와 법통으로 이어졌다. 즉 우리나라가 3.1 운동으로부터 태동하였다는 것은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도 당당히 명기되어 있다. 그런 3.1 운동을 여러 민족지도자들과 수많은 이름없는 민중들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이지만 특히 천도교가 주도했고 그 중심에는 33인 대표 손병희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의암 손병희는 천도교의 3대 교주로, 1대 수운 최제우, 2대 해월 최시형을 이은 천도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나는 평소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어 책도 보고 드라마나 영화도 즐겨 보았다. 그럼에도 민족종교라는 동학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동학농민운동'이나 '녹두장군 전봉준'만 떠오르다 보니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 책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동학이나 천도교(3대 교주 손병희 때 동학은 이름을 천도교로 개명하므로 둘은 같다.) 교조인 최제우나 최시형에 관한 책이 잘 없었다. 나오는 것들도 내용을 보니 학술논문집 같은 느낌이라 일반인이 교양로서 읽기에는 어렵게 느껴졌다. 아쉬운대로 <망국>, <나라 없는 나라> 같은 동학을 주제로한 소설(소설도 많지 않았다.)이 보여 읽어볼 수 있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한 해가 지난 이번에 <수운 최제우 평전>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기다렸다는 듯 보게 되었다.


수운 선생은 1824년에 태었났다. 그가 살았던 시기의 백성들의 삶은 참으로 암담했다. '태정태세문단세...'라고 외웠던 것을 기억해보자. 그 끝부분 '정순헌철고순', 조선은 사실상 22대 정조가 죽으면서 몰락의 길을 걷는다. 순조가 1800년에 즉위하고 1910년에 나라가 망하니 조선왕조 500년 중 뒷 100년은 심각한 망국의 역사다. 이 시기 안으로는 안동김씨와 풍양조씨의 세도정치로 인해 매관매석의 부정부패가 횡행하며 소수 기득권 양반세력들의 가렴주구가 판을 친다. 밖으로는 세상의 중심으로 알던 중국이 영국에게 쓰러졌다. 나라 안은 부패로 나라 밖은 외세로 혼란스러우니 죽어나는 것은 백성들의 삶이었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갓난 아이와 죽음 사람까지 세금을 매기는 세상에서 오죽하면 스스로 생식기를 자르는 백성(애절양)이 생겨나는 판이었다.



수운 선생은 어려서부터 총명하였으나 어머니가 재가녀라는 이유로 과거 길이 막혔고 청백리였던 아버지로 인해 가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장돌뱅이가 된다. 전국을 유랑하며 견문을 넓히고 훌륭한 선각자들을 만나며 교우한다. 어떤 이유에선지 그의 삶은 구도자의 삶과과 닮아 있는데 산에서 49일 수행을 하는 모습들은 출가만 안했지 선승들의 생활을 보는 듯 했다. 그러다 어느날 깊은 깨달음을 얻고는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세상에 전하기 시작한다. 이를 포덕이라 부르는데 종교의 포교에 해당한다.


동학이 훌륭한 사상으로 평가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최제우의 '시천주[侍天主]', 최시형의 '사인여천[事人如天]', 손병희의 '인내천[人乃天]'으로 이어지는 소위 '모든 사람은 존중되어야 하며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가르침이다. 당시 반상의 차별이 강했던 사농공상의 계급사회에서 평등을 말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이는 신분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반역행위였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등장하는 위정척사운동이나 개화운동 같은 운동들은 그 핵심 사상이 반외세이다. 그러나 동학은 반외세와 더불어 '반봉건'을 외친다. 바로 이 반봉건이 최제우의 평등사상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최제우의 평등사상은 당시 양반이었던 그가 집에 식모살이하던 두 처녀를 후에 한 명은 며느리로 삼고 한 명은 수양딸로 삼았다는 이야기에서도 드러난다.


수운의 동학사상은 독립운동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민족주의 세력의 뿌리도 동학에서 나왔다. 모두가 아는 백범 김구도 동학에서 지역장에 해당하는 동학'접주'출신이다. 김구 선생이 광복 후 환국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이 손병희 선생의 묘에 참배하는 것이라고 하니 일제치하에 많은 독립, 민족운동가들에게 동학이 끼진 영향력을 짐작해볼 수 있다.



천도교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두 경전으로 최제우가 쓴 '용담유사'와 최시형이 쓴 '동경대전'이 있다. 용담유사는 한글로 쓰여졌고 동경대전은 한문으로 쓰여졌다. 수운 선생은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깨우치기 위해 동학을 창시하였으로 그 소의경전에 해당하는 '용담유사'를 한글로 쓴 것이다. <수운 최제우 평전>에서 수운의 철학과 사상이 담겨있는 '용담유사' 원본 사진이 수록되어 실제 내용을 읽어볼 수 있었다. 내용을 떠나 자로 잰듯 아름답게 맞아떨어지는 글배열과 깔끔하면서도 힘이 있는 글자체에서 정성과 혼이 전해졌다. 몰론 옆에 '번역'이 있었지만 200년 전의 옛말이라 원본을 읽어도 상당부분이 이해되지 않아 아쉬웠다. 만약 미래에 타임머신 같은 것이 만들어져 과거 위인들과 만날수 있게 되더라도 원활한 소통은 어렵겠다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수운은 안타깝게도 41세의 이른 나이에 동학이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한 조정과 양반들에 의해 억지 죄명으로 순교하게 된다. 길지 않았던 삶에 비해 수운 선생이 이 땅에 남기고 간 업적은 실로 대단했다. 그 사상은 철종, 고종 정부의 탄압에도 말로, 글로,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계속 이어졌다. 이러한 방대한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작가의 고충도 헤아려졌다. 이 평전을 쓴 김삼웅 작가는 올해 78세로 적지 않은 연세에도 집필활동을 계속 하고 있어 놀랍다. 그의 과거 활동을 살펴보면 더 놀랍다. 평전전문 작가라고 해야할 정도로 그가 쓴 평전이 많은데, 가까이는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같은 현대사에 등장하는 인물들부터 김구, 이승만, 안중근, 박열, 조소항, 여운형 같은 근대사의 인물들까지 그의 평전이 다루는 인물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약력에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로 활동하고 있고 과거에는 독립기념관장도 역임했다 한다. 이런 이력과 활동을 해온 작가이기에 평전 집필이 가능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천도교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에 비해 교세는 과거와 같진 않지만 민족종교로서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책에서 언급된 내용 중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예수와 마호메트도 신체험과 계시체험으로 기독교와 이슬람을 창도했다. 세계적인 종교의 창도 과정은 신의 영역으로 종교화 또는 신비화하면서 반면 우리 종교의 창도 과정은 미신이니 신화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더라는 이야기다. 서구의 선지자와 사상가의 언행은 경이적, 선구적, 초월적으로 보면서 왜 우리 것의 경우에는 낡고, 고루하고, 비과학적인 것으로 보냐는 것이다. 작가의 예리한 지적에 뜨끔해진다.



근현대사의 사상적 뿌리인 동학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과 연결된다. 그리고 동학을 알기 위해서는 창시자 수운 최제우를 빼고서는 불가능하다. 과거 100년 넘게 우리는 서양의 것은 훌륭한 것이고 동양의 것은 뒤쳐진 것으로 인식해왔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서세동점과 가렴주구의 혼란 속에서 개인의 안위가 아니라 백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위대한 사상가가 우리에게도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인용된 부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동학에서 인간사랑은 돈독했다. '사람은 누구나 다 꼭 같이 하눌님을 모시고 있기에[侍天主]' 인간은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수운 최제우나, '하늘을 섬기듯 사람을 서로 사랑해야 한다[事人如天]'고 말한 해월 최시형의 가르침이나, 그 후 '하늘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요 사람이 곧 하늘이기에[人乃天]' 사람은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손병희의 마음가짐은 그 시대의 진정한 복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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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지나면
이시이 무쓰미 지음, 아베 히로시 그림, 엄혜숙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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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지나면> 제목에 끌렸다. '100년이 지나면'이라는 말이 여러 생각을 들게한다. 100년이 지나면 지금 있는 사람들 중 과연 몇이나 남아 있을까. 100년을 못 사는 사람에게 100년이라는 말은 영원이라는 말과 다름없다. 저 제목은 삶의 유한함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어쩌면 심오하기도 한 저 제목으로 이 책은 아이들 그림책인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나 궁금했다.


책의 내용은 이렇다. 초원에 모든 동물들은 없고 사자만 한 마리만 있다. 그 사자는 동물이 없기에 이제 풀과 벌레만 먹고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새 한마리를 만난다. 얼마만에 보는 동물인가. 고기에 굶주린 사자는 새 한마리를 보자 군침이 돌지만 여지껏 지독한 고독과 싸우며 어떻게 살았는데 모처럼 만난 동물 친구를 한끼의 식사로 먹을 수는 없었다. 한끼의 식사와 평생의 외로움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그 둘은 친구가 된다. 새와 사자는 함께 벌레를 잡아먹으며 새는 사자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사자는 새에게 포근한 갈기를 내어준다. 외로웠던 사자는 이젠 더 이상 외롭지 않고 행복하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어느날 새는 이제 자신이 먼 곳으로 갈거라고 이별을 말한다. 사자는 가지 말라고 울부짖지만 그것이 새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을 직감한다. 사자는 자기도 따라 가겠다고 하지만 새는 매섭게 안된다고 말하고 사자는 짐승의 왕이라는 권위도 잊은 채 서럽게 운다. 마음이 아픈 새는 뭐라고 위로를 해야겠기에 '또 만날 수 있다'고 말하고 사자는 굴뚝같은 심정으로 '그게 언제냐'고 되묻는다. 위로삼아 내뱉은 말에 새는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 그냥 '100년이 지나면'이라고 말하고는 이내 눈을 감는다.



세월은 흘러 100년이 지나고 사자는 조개가 되고 새는 파도가 되어 만난다. 또 수백년이 지나 사자는 할머니가 되고 새는 할머니가 아끼는 양귀비 꽃이 되어 만난다. 또 그렇게 수백년이 지나면서 각각의 모습으로 둘은 만났다 헤어진다. 그렇게 수백년이 흐르고 마지막에 둘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로 태어나고 만나게 된다. 언젠가 먼 과거에 만난 적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며 서로에게 끌리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책의 기본적인 전제는 윤회사상이다. 불교에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현생에 사람으로 태어나 서로 옷깃을 스치는 만남이 되기까지는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전생의 인연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모든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히 하라는 교훈이 담긴 말이다. 사자와 새가 사람으로 서로 만나기까지 수백년의 시간이 걸렸다. 사람과 꽃, 어부와 물고기, 파도와 조개, 분필과 칠판으로 전생의 무수한 인연을 모아 결국 동시대에 사람과 사람으로 둘이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는데 5살 남자 아이는 책의 내용을 이해할까. 초원과 들판을 배경으로 한 그림들이 아름답다. 수채화와 파스텔 혼용한 느낌의 화풍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아이는 그림을 재밌게 보았던 것 같다. 아직 아이가 이해하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나는 아이가 사자가 조개가 되고 할머니가 되고 분필이 되고 하는 장면에서 궁금해 할줄 알았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걸 보고는 뭐든 잘 받아들이는 특성과 딱딱하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력에 기인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이 책은 읽어주는 내가 듣는 아이보다도 더 느끼는 바가 많았던 책이 아닌가 싶다.



당신은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5살인 우리 아이도 어떻게든 분명 죽음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귀신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를 보면서나 어시장에서 사온 생문어가 주방에서 요리되어 음식이 되는 것을 보면서도 아이는 죽음이라는 것을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략 감을 잡고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사자는 가장 소중하고 사랑한 친구와 죽음으로 헤어지게 된다. 다시 홀로 남겨진 사자의 두려움과 슬픔은 어떠했을까.


어렸을 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엄마가 언젠가는 죽고 나와 헤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엄마는 그건 사실이지만 그때가 오기는 아주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나를 달래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나 웃음이 난다. 아이들이 죽음을 조금 더 제대로 알게되고 이해하게 되면 죽음이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의 전부인 엄마, 아빠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헤어지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때의 나처럼 언젠가 아이들이 죽음을 제대로 알게되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 개념을 투영하기 시작할 때 겪을 두려움을 어떻게 마주해야하는지 가르쳐 준다. 죽음이 영원한 이별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분명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작게는 헤어짐이라는 것을, 크게는 죽음이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가르쳐준다. 세월이 지나면 아빠도 엄마도 죽고 아이도 죽음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다만 모양만 바뀌는 것이다. 사자와 새처럼 모습만 바꾸어 또다시 만날 것이다. 죽음이라는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잘 담아내었고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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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빠른 첫 수학 1~3 세트 - 전3권 재미있고 빠른 첫 수학
김지은 지음 / 한빛에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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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로 어린이 집을 못가고 있는 5살 우리 아이는 집에서 하루 종일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너무 심심해 하여 마음이 쓰였다. 아이를 위해 뭐 좋은 게 없을까 하다가 <재미있고 빠른 첫 수학>을 만났다. <재미있고 빠른 첫 수학>은 '수학의 재미를 알려주는 첫 수학 책'이란 의미의 이름처럼 만 3세 이상의 이제 숫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유아들을 위한 수학책이다.


이 책은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부터 3권으로 갈수록 수준이 점점 올라간다. 수학하면 크게 대수학과 기하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듯 이 책의 내용도 대수학적인 수와 연산, 측정, 비교 영역과 대수학적인 도형, 규칙, 분류 영역으로 구분하여 다룬다. 책을 펼치면 '이렇게 시작해요', '이렇게 활동해요' 를 통해 부모가 아이를 위해 이 책을 잘 활용할수 있도록 안내가 되어있다. 책은 한 권당 20일 분량을 담고 있지만 아이의 수준에 따라서 자유롭게 진도를 나가면 된다. 하루 분량은 4 페이지로 할당되어 있고 한 페이지당 한 단계씩 총 4 단계로 구성된다. 숫자를 보고 읽고 따라 쓰는 초급 단계에서 점점 인지하고 비교하고 응용하는 고급 단계로 나아간다. 각 단계마다 아이가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숫자를 직접 소리 내어 읽고, 그림들을 세고, 색연필로 따라쓰고, 그림에 색칠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티커를 통한 학습활동도 준비되어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돋군다.


4 페이지의 하루 분량이 끝나고 나면 '참 잘했어요. 내 사인을 해요.'라는 란이 있어서 아이가 거기에 사인을 하도록 되어 있다. 처음에 아이에게 사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잠깐 생각하다가 그냥 '너를 의미하는 표시'를 해보라고 말해주었다. 하루 분량을 해치울 때 마다 아이의 사인은 늘 달라졌고 아이에게 알수 없는 그 '표식'에 대해 물으면 아이 나름의 이유가 담긴 답을 들으면서 많이 웃었다. 아이가 사인하는 걸 너무 좋아해 다른 코너 보다도 이 사사소한 '사인하기'를 하기 위해 진도를 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학창시절 선생님께 '참 잘했어요' 도장에 뿌듯해 하는 그런 마음이 들어서 일까.


하루 분량들을 넘고 넘다 보면 '복습'을 만난다. 계속 나아가기 보다는 중간 마다 '복습'을 마련하여 아이가 학습한 내용이 장기기억에 저장될 수 있도록 하였다. '하루 분량'이라 하지만 아까도 언급했듯 아이의 수준과 참여도에 따라서 편하게 진도를 나가주면 된다.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이 책이 온 첫날 10일 분량을 소화했는데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 걸렸다. 하루치만 나가고 '이제 그만 할까?'물었는데 '더 할래!'라고 계속 대답했다. 추측컨데 내가 '그만할까'라고 물어서 '더 하고 싶다'고 답하는 것 같다. 아이 키우다 보면 '하자'하면 '안한다' 그러는데 '하지말자'하면 '한다'고 하는 것을 자주 보는데 딱 어렸을 때 듣던 '청개구리' 이야기에 나오는 아들 청개구리 모습아닌가.



줄긋고 스티커 붙이는 금방금방 진행되는 다른 부분들과 달리 색칠하는 부분에서는 시간이 걸리다보니 아이가 약간 지루해하고 힘들어 했다. 그럴 때도 작은 상황극으로 재미를 돋구어 보았다. 가령 9 개의 기차 칸을 색칠해야한다고 하면 아이는 하나를 칠하는 데도 '힘들어'라며 벌써부터 지루해 했다. 그때 '도와줄게' 라며 반대편 기차를 함께 색칠했다. 그리고 '내가 더 빨리 칠해야지'라고 살짝 도발(?)을 하면 아이는 '안돼'하며 갑자기 스피드를 올렸다. 게임할 때 아이들의 적당한 경쟁심이 건강한 동력이 되는 것 같이 사소한 색칠하기에서도 아이가 혹 지루해한다면 약간의 상황설정을 해주어 게임의 스릴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경쟁심이 발동한 아이는 처음만 해도 나보고 대신 색칠해달라고 그러더니 나중에는 색칠하는 내 손을 자기 왼손으로 잡고 오른 손으로 부지런히 색칠을 하는 걸 보며 웃음이 나왔다. 앞아서 말한 '청개구리 심리'든 '내가할래 심리'든 단순하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순수한 그들의 심리를 긍정적인 동력에 쓸수있도록 이끌어 주는 게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아이가 학습하는 것을 보며 외적으로는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첫번째는 연필 쥐는 모습이었다. 아이가 숫자를 쓰거나 선을 긋거나 색칠을 할때 색연필을 사용하게 했다. 색연필의 색을 바꿔주면서 아이가 지루하지 않도록 한 의도도 있고 또 색연필이 뾰족하지 않아 안전하고 두꺼워 아이가 잡기도 좋았기 때문이다. 아직 어리다보니 연필 잡는 게 그냥 주먹으로 쥐어 잡는다. 나는 언제부터 제대로 연필을 쥐기 시작했었나. 생각해봐도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시간이 해결해 줄 부분이겠지. 그리고 아이의 자세다. 이런데서도 부전자전의 힘을 느낀다. 아이가 책에 코를 박다시피 하면서 숫자를 쓴다. 눈에 보일 때 마다 '허리를 펴세요', '고개를 드세요' 말은 해주지만 잠시뿐이고 이내 얼굴이 책에 붙어 있다. 내가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주변사람들한테 늘 듣던 '빨려들어갈라, 자세 똑바로 해라'는 주의를 내가 하고 있다. 저런 것도 닮는가 싶어 살짝 신경 쓰였다. 아무튼 눈에 보일 때 마다 나쁜 습관이 되지 않도록 안내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와 연산, 도형, 측정, 분류, 규칙의 5가지 영역으로 아이의 수학 두뇌를 키우게 해준다'는 <재미있고 빠른 첫 수학>을 가지고 아이와 잘 놀았다. '놀았다'가 나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나는 아이에게 '교육'보다 '놀이'로 이 책을 주었다. 나는 우리 아이가 앞으로 살가면서 할 모든 것들 중 '해야해서 하는 것' 보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많기를 희망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상위 교육기관으로 가고 많은 것을 배우겠지만, 그 곳에서 아이가 배움을 '시험'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재미'로 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나부터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서 아이가 목표지향적이고 결과지향적인 사람으로 커가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 책도 숫자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에게 가볍게 가지고 놀아보라는 마음으로 주었기에 아이도 좋아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아마도 내가 열심히 교육을 시키려고 눈에 불을 켜고 접근했다면 아이는 잘 안따라와 주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나는 부모님에게서 '공부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그렇게 강요하지 않고 기다려주신 덕분에(실제 기다려주신 건지, 그냥 방목하신 건지 진실은 모른다;) 흠미를 잃지 않고 스스로 공부해나갈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이 비록 학습지라는 이름을 가졌어도 '장난감'으로 여겨서 혹 아이가 조금 잘 못따라와 주더라도 부모들이 초조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오지랖 많은 한 아빠의 주절거림이다. 아, 귀가 따갑다. 그래, 나나 잘하자.



아무튼 나는 숫자에 흥미를 보이는 아이와 <재미있고 빠른 첫 수학>이란 장난감으로 잘 놀았다. 나는 특히 이 책을 직장으로 아이들에게 소홀하기 쉬운 아빠들에게 추천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쉬고 싶은 거 정말 공감한다. 그래도 딱 5분만 시간내면 아이와 하루치 분량을 해줄 수 있다. 색칠도하고 스티커도 붙이고 줄긋기도 하면서 아이가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도록 해주자. 아이와 보낸 뿌듯한 5분의 시간은 어쩌면 아이보다도 아빠에게 더 좋은 시간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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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세지는 책 웅진 우리그림책 57
수아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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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5살 남자 아이다. 한번은 나보고 달리기를 하잔다. 너무 처음부터 져주면 재미없어 할까봐 비슷하게 가주다가 눈치봐서 져주려고 하고 있었는데 가다가 힘이 들었는지 막 운다. 조금만 더 가서 져줄려고 했는데 아이는 벌써 너무 힘들었나보다. 어른인 나를 못이겼다고 우는 아이를 달래주면서 참 웃겼다. 남자 아이라서 그런가 이기고 지는거에 엄청 민감하다. 그래도 어른인 나를 이겨보려는 그 '도전정신'과 '호연지기'는 높이 사주고 싶었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잘 알기에 작가도 이 <힘 세지는 책>을 만들었다. 작가의 딸이 능력을 넘어서는 무거운 물건을 드는데 실패하자 뜻대로 안 되어 울더란다. 그걸 보면서 마음 아팠던 작가 부부는 아이를 슈퍼맨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아이 손짓에 휙휙 쓰러졌고 그걸 본 아이는 기분이 좋아져 까르르 웃었다 한다. 거기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아직은 여러모로 약한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가득담아 이 책을 만들었다 한다.


나 또한 전에 해리포터를 보고 난 후 아이가 나를 향해 '아브라카타브라' 주문을 마구마구 외웠을 때 여려번 쓰러져준 기억이 났다. 내가 쓰러질 때마다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엄청난 힘이 생긴 느낌, 작가 말하는 슈퍼맨이 된 기분 때문에 아이는 그렇게도 좋아했을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가 남자아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작가의 아이는 여자아이 인데도 그렇다 하니 힘이 세지고 싶은 마음은 남아, 여아를 가리지 않나보다.



<힘 세지는 책>이라는 제목부터가 벌써 아이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힘 세지는 책>의 표지는 홀로그램의 손바닥 모양이 있어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딱 좋다. LED 후레쉬를 비춰주면서 손바닥 안에 작은 별들을 반사시켜주니 반짝반짝 빛이나 아이가 좋아한다. 페이지를 넘기면 아이 손바닥만한 그림이 나오고 옆에는 그림에 손을 대고 숫자를 열까지 세면 힘이 아주 세진다고 적혀 있다. 아이에게 손을 대게 하고 숫자를 열까지 세도록 했다. 아이가 열을 셀 즈음 '우와'하는 탄호성을 지르면서 아이에게 이제 슈퍼맨처럼 힘이 세졌다고 말해줬다.


나는 과거 이런 수법(?)을 이미 써 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아이에게 효과 있으리라는 걸 알고 있다. 전에 아이가 밤에 화장실 앞 오줌통을 무서워 못 가지고 오길래 내 가슴 앞에서 손으로 하트를 만든 후 아이의 가슴에 대면서 '아빠가 용기줄게'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가 작은 불만 켜져있던 거실을 지나 화장실까지 가서 오줌통을 가져오는 것이다.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 같은 거였다. 아이는 그 후로도 무서운 기분이 들 때 '아빠 용기 줘'라고 했고 나는 대동강 물을 판 봉이 김선달처럼 마르지 않는 용기를 아이에게 주고는 아이 마음을 살수 있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손바닥을 마주하고 열을 세어 힘이 세지면 다음 페이지에서 곤경에 처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손으로 내리치면 바위가 깨지고 손을 흔들면 나무의 열매가 두두둑 다떨어지며 주먹으로 두들기면 왕수박이 박살나고 손으로 구름을 쓸면 달을 가린 구름이 걷힌다.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나하나 단계마다 아이가 재밌어 안달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화산이 등장하는 부분이 좋았다.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화산으로 동물친구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래서 입으로 바람을 불어 불을 꺼보자고 적혀있다. 아이가 '후' 하고 분다. 귀엽다. 그런데 다른 페이지는 척하면 척으로 다 해결되었는데 화산이 나오는 부분에서만 슈퍼맨의 힘이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화가 난 화산은 더 뜨겁게 불을 뿜어댔다. 옆에는 힘이 쎈 뽀뽀는 어떠냐고 적혀있다. 아이는 매우 화가 나있는 화산에게 뽀뽀를 해주기 위해 책에 뽀뽀를 한다. 그러자 노란 하트를 발산하며 화산은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그래, 슈퍼맨이 되어 아무리 힘이 세진다 하더라도 그 모든 힘은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유도의 정신에도 외유내강, 진정한 강인함은 겉은 강할지언정 안은 부드러워야 한다는 말까지 가면 너무 많이 간 걸까. 아무튼 작가는 이 페이지를 통해서 세상에는 여러 힘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쳐주려 했을 것이다.


마지막에 동물친구들이 모두 하늘을 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있는 힘껏 불어달라고 부탁한다. '후' 불어주면 모두 하늘을 날고 동물친구들의 소원은 이루어진다. 아들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자기도 날고 있다고 빙글빙글 돈다.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내 얼굴의 미소를 피워낸다. 다음 페이지에 손바닥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있고 그 뒷 페이지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어 손바닥이 노랗게 보여진다. 책에는 친구들을 도와준 아이에게 고맙다며 힘차게 하이파이브 하자고 적혀있다.


<힘 세지는 책>은 정말 아이의 마음을 잘 아는 책이다. 작가의 아이를 향한 따뜻한 사랑과 응원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책이다. 어려서, 몰라서, 힘이 부족해서 아직 뜻대로 되는 것이 많이 없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해주고 싶은 부모에게, 아이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물해주고 싶은 부모에게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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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방식 - 자본은 어떻게 당신을 지배해 왔는가? Insight Series 1
유기선 지음 / 행복우물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학교다닐 때에도 간혹 주식을 한다는 선배나 동기들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사회진출로 고정수입이 생겨서 그런지 회사다니면서 주변에 주식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직장생활 9년차인 나는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주식을 해본적 없다. 개인적인 흥미도 없었거니와 주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한 몫 했을 터이다. 학창시절 PC방에 가면 어두컴컴한 구석진 자리에서 담배꽁초 가득찬 재떨이 곁에 눈부신 화면에 수많은 그래프들을 종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흔히 '주식폐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아저씨가 주식으로 돈을 다 날려먹었네 하며 신세한탄하던 모습도 기억한다. 이렇게 주식은 내 기억에는 도박과 비슷한 부정적 단어로 느껴졌기에 관심에서 멀리 떨어진 영역이었다.


그러나 뉴스매체에서는 늘 경제면에 주가가 떨어졌다 올랐다, 코스피 지수는 어떻고, 금융시장은 어떻다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에 무슨 말인지 이해나 해보자는 마음에 금융 관련 서적에 관심 갖게 되었고, 그러던 차에 <자본의 방식>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자본'은 돈이란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나의 '자본'에 대한 무지는 강한 호기심을 발동시켰고 <자본의 방식>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주식시장 분석을 위해 도서관에서 금융 서적을 읽다가 단순한 편협적 지식으로는 금융과 미래를 이해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금융에 대한 탄생에서부터 역사, 철학, 인물, 사례 등 다방면의 책을 섭렵한다. 그의 7년간의 노력은 책에 기재된 수십권의 참고문헌으로 드러난다. 자본, 금융, 주식, 화폐라는 단어들이 들어간 깊이있고 근원적인 서적들을 연구하고 체화하며 저자는 자본에 관한 그의 통찰을 길러냈다.


책의 구성은 그간 저자가 연구하며 쓴 자본에 관한 에세이 중 47편을 골라서 6개의 장으로 분류하였다. 각 장마다 마지막에 '정리'하는 페이지를 마련하여 용어와 개념에 익숙치 않아 정신없이 읽어나가기 바쁜 독자들이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워런 버핏, 톨스토이, 애덤 스미스, 카네기,에디슨, 뉴턴 같은 한번은 들어본 이름에서부터 소로스, 피어몬트 모건, 제이미, 고든 게코, 그레이엄 같은 나에게는 다소 생소한 사람들의 이름도 등장한다. 그리고 위에 언급된 인물들이 비단 자본, 금융에만 관련된 사람들 뿐만이 아닌 것에 주목하자. 저자는 자본을 다양한 관점으로 조명하기에 역사학, 철학, 사회학, 심리학, 과학, 공학, 재무, 경영, 금융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이름이 보이고 또 그들이 했던 의미있는 격언들도 소개되어 있다.


흔히 금리에 관한 뉴스에서 '연준, 연준'하는 이야기를 듣는데, 바로 그 '연방준비제도위원회'에 대한 이야기나, 얼마전 미중간 무역전쟁으로 많이 등장했던 주제인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은 평소 뉴스기사를 보면서 한번 쯤 궁금했었던 내용들이라 더 주의깊게 읽었다. 또 소주판매에 세금을 물리기 위해서 소주병뚜껑 회사를 합법적인 독과점시장으로 만들어 정부가 탈세를 막는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로 워런 버핏의 취미 중 하나가 기업의 '재무제표'를 읽는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재무제표를 세 가지로 축약해 설명하는 부분도 이 부분에 잘 모르는 나로서는 상식의 외연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좋았다. 필요한 돈을 어디서 가져와서 어떻게 배분했는가를 나타내는 '재무상태표',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손익계산서', 기업 내에 현금흐름은 어떤가를 나타내는 '현금흐름표'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서 이름은 들어 봤음에도 제대로는 모르고 있던 내용이었다. 또한 그러한 단순한 사전적 의미를 넘어 실례를 들어 의미를 체감할 수 있게 설명하여 이해를 도왔다.


특히 6장 '자본이 움직이는 방식'에서는 주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주식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라면 흥미가 생길 내용들이 많았다. 공분산, 베타, 인덱스펀드, EBITADA, 토빈 Q 같은 생소한 용어들도 다수 등장한다. 그에 대해 저자가 정성들여 쉽게 설명해 놓았기에 읽어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일부는 인터넷 검색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주식을 한다면 '인덱스의 가치'에서 다루는 것 처럼 시장지수와 동행하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나의 성향에 맞다. 초과수익을 내기 어려운 주식시장에서 잘나가는 개별 종목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느껴진다. 이웃집 아저씨가 주식으로 큰 돈을 날린 것도 잘나가는 개별 종목을 잘못 선택한 결과일 것이다. 일확천금의 높은 리스크의 주식에 투자할 때 주식은 도박이 된다. 버핏이 투자에 대하 잘 모르는 그의 아내에게 남긴 유언장에 유산의 90프로를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는 충고는 비단 그의 아내만을 위한 말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비전문가 투자자들이 주식에 뛰어 들었다가 손해만 보고 돌아가는 것을 안타까워한 충고가 아닐까.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자본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이다. 자본을 많이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을 늘릴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본은 없지만 그것을 늘릴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자본이 필요한 적재적소로 흘러가게 하기 위해 주식회사가 등장하고 금융은 발달해왔다. 그 과정에서 사회가 발전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구조와 역사,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 자본시장의 리스크, 기업의 형성 과정 등 여러 주제를 살펴보면서 자본에 대한 이해의 틀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자본의 방식>이 돈에 대한 이해를 넘어 금융 흐름에 대해 통찰을 갖게 되는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책을 읽을수록 자본에 대한 저자의 깊은 통찰력을 느낄수 있었다 내가 주식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의 주식에 대한 인식의 변화만 보더라도 이 책을 읽은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주식에 대한 나의 인식이 도박과 같은 부정적인 모습에서 주식의 발명으로 비전있는 기업에 효과적인 투자가 가능해졌고 그것으로 기술발전과 사회변혁이 가능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살면서 자본에 관해 잘 알지못해 지식의 허기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자본의 방식>이 자본에 대한 감을 잡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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