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빠른 첫 수학 1~3 세트 - 전3권 재미있고 빠른 첫 수학
김지은 지음 / 한빛에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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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로 어린이 집을 못가고 있는 5살 우리 아이는 집에서 하루 종일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너무 심심해 하여 마음이 쓰였다. 아이를 위해 뭐 좋은 게 없을까 하다가 <재미있고 빠른 첫 수학>을 만났다. <재미있고 빠른 첫 수학>은 '수학의 재미를 알려주는 첫 수학 책'이란 의미의 이름처럼 만 3세 이상의 이제 숫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유아들을 위한 수학책이다.


이 책은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부터 3권으로 갈수록 수준이 점점 올라간다. 수학하면 크게 대수학과 기하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듯 이 책의 내용도 대수학적인 수와 연산, 측정, 비교 영역과 대수학적인 도형, 규칙, 분류 영역으로 구분하여 다룬다. 책을 펼치면 '이렇게 시작해요', '이렇게 활동해요' 를 통해 부모가 아이를 위해 이 책을 잘 활용할수 있도록 안내가 되어있다. 책은 한 권당 20일 분량을 담고 있지만 아이의 수준에 따라서 자유롭게 진도를 나가면 된다. 하루 분량은 4 페이지로 할당되어 있고 한 페이지당 한 단계씩 총 4 단계로 구성된다. 숫자를 보고 읽고 따라 쓰는 초급 단계에서 점점 인지하고 비교하고 응용하는 고급 단계로 나아간다. 각 단계마다 아이가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숫자를 직접 소리 내어 읽고, 그림들을 세고, 색연필로 따라쓰고, 그림에 색칠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티커를 통한 학습활동도 준비되어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돋군다.


4 페이지의 하루 분량이 끝나고 나면 '참 잘했어요. 내 사인을 해요.'라는 란이 있어서 아이가 거기에 사인을 하도록 되어 있다. 처음에 아이에게 사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잠깐 생각하다가 그냥 '너를 의미하는 표시'를 해보라고 말해주었다. 하루 분량을 해치울 때 마다 아이의 사인은 늘 달라졌고 아이에게 알수 없는 그 '표식'에 대해 물으면 아이 나름의 이유가 담긴 답을 들으면서 많이 웃었다. 아이가 사인하는 걸 너무 좋아해 다른 코너 보다도 이 사사소한 '사인하기'를 하기 위해 진도를 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학창시절 선생님께 '참 잘했어요' 도장에 뿌듯해 하는 그런 마음이 들어서 일까.


하루 분량들을 넘고 넘다 보면 '복습'을 만난다. 계속 나아가기 보다는 중간 마다 '복습'을 마련하여 아이가 학습한 내용이 장기기억에 저장될 수 있도록 하였다. '하루 분량'이라 하지만 아까도 언급했듯 아이의 수준과 참여도에 따라서 편하게 진도를 나가주면 된다.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이 책이 온 첫날 10일 분량을 소화했는데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 걸렸다. 하루치만 나가고 '이제 그만 할까?'물었는데 '더 할래!'라고 계속 대답했다. 추측컨데 내가 '그만할까'라고 물어서 '더 하고 싶다'고 답하는 것 같다. 아이 키우다 보면 '하자'하면 '안한다' 그러는데 '하지말자'하면 '한다'고 하는 것을 자주 보는데 딱 어렸을 때 듣던 '청개구리' 이야기에 나오는 아들 청개구리 모습아닌가.



줄긋고 스티커 붙이는 금방금방 진행되는 다른 부분들과 달리 색칠하는 부분에서는 시간이 걸리다보니 아이가 약간 지루해하고 힘들어 했다. 그럴 때도 작은 상황극으로 재미를 돋구어 보았다. 가령 9 개의 기차 칸을 색칠해야한다고 하면 아이는 하나를 칠하는 데도 '힘들어'라며 벌써부터 지루해 했다. 그때 '도와줄게' 라며 반대편 기차를 함께 색칠했다. 그리고 '내가 더 빨리 칠해야지'라고 살짝 도발(?)을 하면 아이는 '안돼'하며 갑자기 스피드를 올렸다. 게임할 때 아이들의 적당한 경쟁심이 건강한 동력이 되는 것 같이 사소한 색칠하기에서도 아이가 혹 지루해한다면 약간의 상황설정을 해주어 게임의 스릴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경쟁심이 발동한 아이는 처음만 해도 나보고 대신 색칠해달라고 그러더니 나중에는 색칠하는 내 손을 자기 왼손으로 잡고 오른 손으로 부지런히 색칠을 하는 걸 보며 웃음이 나왔다. 앞아서 말한 '청개구리 심리'든 '내가할래 심리'든 단순하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순수한 그들의 심리를 긍정적인 동력에 쓸수있도록 이끌어 주는 게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아이가 학습하는 것을 보며 외적으로는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첫번째는 연필 쥐는 모습이었다. 아이가 숫자를 쓰거나 선을 긋거나 색칠을 할때 색연필을 사용하게 했다. 색연필의 색을 바꿔주면서 아이가 지루하지 않도록 한 의도도 있고 또 색연필이 뾰족하지 않아 안전하고 두꺼워 아이가 잡기도 좋았기 때문이다. 아직 어리다보니 연필 잡는 게 그냥 주먹으로 쥐어 잡는다. 나는 언제부터 제대로 연필을 쥐기 시작했었나. 생각해봐도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시간이 해결해 줄 부분이겠지. 그리고 아이의 자세다. 이런데서도 부전자전의 힘을 느낀다. 아이가 책에 코를 박다시피 하면서 숫자를 쓴다. 눈에 보일 때 마다 '허리를 펴세요', '고개를 드세요' 말은 해주지만 잠시뿐이고 이내 얼굴이 책에 붙어 있다. 내가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주변사람들한테 늘 듣던 '빨려들어갈라, 자세 똑바로 해라'는 주의를 내가 하고 있다. 저런 것도 닮는가 싶어 살짝 신경 쓰였다. 아무튼 눈에 보일 때 마다 나쁜 습관이 되지 않도록 안내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와 연산, 도형, 측정, 분류, 규칙의 5가지 영역으로 아이의 수학 두뇌를 키우게 해준다'는 <재미있고 빠른 첫 수학>을 가지고 아이와 잘 놀았다. '놀았다'가 나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나는 아이에게 '교육'보다 '놀이'로 이 책을 주었다. 나는 우리 아이가 앞으로 살가면서 할 모든 것들 중 '해야해서 하는 것' 보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많기를 희망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상위 교육기관으로 가고 많은 것을 배우겠지만, 그 곳에서 아이가 배움을 '시험'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재미'로 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나부터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서 아이가 목표지향적이고 결과지향적인 사람으로 커가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 책도 숫자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에게 가볍게 가지고 놀아보라는 마음으로 주었기에 아이도 좋아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아마도 내가 열심히 교육을 시키려고 눈에 불을 켜고 접근했다면 아이는 잘 안따라와 주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나는 부모님에게서 '공부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그렇게 강요하지 않고 기다려주신 덕분에(실제 기다려주신 건지, 그냥 방목하신 건지 진실은 모른다;) 흠미를 잃지 않고 스스로 공부해나갈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이 비록 학습지라는 이름을 가졌어도 '장난감'으로 여겨서 혹 아이가 조금 잘 못따라와 주더라도 부모들이 초조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오지랖 많은 한 아빠의 주절거림이다. 아, 귀가 따갑다. 그래, 나나 잘하자.



아무튼 나는 숫자에 흥미를 보이는 아이와 <재미있고 빠른 첫 수학>이란 장난감으로 잘 놀았다. 나는 특히 이 책을 직장으로 아이들에게 소홀하기 쉬운 아빠들에게 추천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쉬고 싶은 거 정말 공감한다. 그래도 딱 5분만 시간내면 아이와 하루치 분량을 해줄 수 있다. 색칠도하고 스티커도 붙이고 줄긋기도 하면서 아이가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도록 해주자. 아이와 보낸 뿌듯한 5분의 시간은 어쩌면 아이보다도 아빠에게 더 좋은 시간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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