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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세지는 책 ㅣ 웅진 우리그림책 57
수아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5살 남자 아이다. 한번은 나보고 달리기를 하잔다. 너무 처음부터 져주면 재미없어 할까봐 비슷하게 가주다가 눈치봐서 져주려고 하고 있었는데 가다가 힘이 들었는지 막 운다. 조금만 더 가서 져줄려고 했는데 아이는 벌써 너무 힘들었나보다. 어른인 나를 못이겼다고 우는 아이를 달래주면서 참 웃겼다. 남자 아이라서 그런가 이기고 지는거에 엄청 민감하다. 그래도 어른인 나를 이겨보려는 그 '도전정신'과 '호연지기'는 높이 사주고 싶었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잘 알기에 작가도 이 <힘 세지는 책>을 만들었다. 작가의 딸이 능력을 넘어서는 무거운 물건을 드는데 실패하자 뜻대로 안 되어 울더란다. 그걸 보면서 마음 아팠던 작가 부부는 아이를 슈퍼맨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아이 손짓에 휙휙 쓰러졌고 그걸 본 아이는 기분이 좋아져 까르르 웃었다 한다. 거기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아직은 여러모로 약한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가득담아 이 책을 만들었다 한다.
나 또한 전에 해리포터를 보고 난 후 아이가 나를 향해 '아브라카타브라' 주문을 마구마구 외웠을 때 여려번 쓰러져준 기억이 났다. 내가 쓰러질 때마다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엄청난 힘이 생긴 느낌, 작가 말하는 슈퍼맨이 된 기분 때문에 아이는 그렇게도 좋아했을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가 남자아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작가의 아이는 여자아이 인데도 그렇다 하니 힘이 세지고 싶은 마음은 남아, 여아를 가리지 않나보다.

<힘 세지는 책>이라는 제목부터가 벌써 아이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힘 세지는 책>의 표지는 홀로그램의 손바닥 모양이 있어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딱 좋다. LED 후레쉬를 비춰주면서 손바닥 안에 작은 별들을 반사시켜주니 반짝반짝 빛이나 아이가 좋아한다. 페이지를 넘기면 아이 손바닥만한 그림이 나오고 옆에는 그림에 손을 대고 숫자를 열까지 세면 힘이 아주 세진다고 적혀 있다. 아이에게 손을 대게 하고 숫자를 열까지 세도록 했다. 아이가 열을 셀 즈음 '우와'하는 탄호성을 지르면서 아이에게 이제 슈퍼맨처럼 힘이 세졌다고 말해줬다.
나는 과거 이런 수법(?)을 이미 써 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아이에게 효과 있으리라는 걸 알고 있다. 전에 아이가 밤에 화장실 앞 오줌통을 무서워 못 가지고 오길래 내 가슴 앞에서 손으로 하트를 만든 후 아이의 가슴에 대면서 '아빠가 용기줄게'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가 작은 불만 켜져있던 거실을 지나 화장실까지 가서 오줌통을 가져오는 것이다.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 같은 거였다. 아이는 그 후로도 무서운 기분이 들 때 '아빠 용기 줘'라고 했고 나는 대동강 물을 판 봉이 김선달처럼 마르지 않는 용기를 아이에게 주고는 아이 마음을 살수 있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손바닥을 마주하고 열을 세어 힘이 세지면 다음 페이지에서 곤경에 처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손으로 내리치면 바위가 깨지고 손을 흔들면 나무의 열매가 두두둑 다떨어지며 주먹으로 두들기면 왕수박이 박살나고 손으로 구름을 쓸면 달을 가린 구름이 걷힌다.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나하나 단계마다 아이가 재밌어 안달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화산이 등장하는 부분이 좋았다.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화산으로 동물친구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래서 입으로 바람을 불어 불을 꺼보자고 적혀있다. 아이가 '후' 하고 분다. 귀엽다. 그런데 다른 페이지는 척하면 척으로 다 해결되었는데 화산이 나오는 부분에서만 슈퍼맨의 힘이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화가 난 화산은 더 뜨겁게 불을 뿜어댔다. 옆에는 힘이 쎈 뽀뽀는 어떠냐고 적혀있다. 아이는 매우 화가 나있는 화산에게 뽀뽀를 해주기 위해 책에 뽀뽀를 한다. 그러자 노란 하트를 발산하며 화산은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그래, 슈퍼맨이 되어 아무리 힘이 세진다 하더라도 그 모든 힘은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유도의 정신에도 외유내강, 진정한 강인함은 겉은 강할지언정 안은 부드러워야 한다는 말까지 가면 너무 많이 간 걸까. 아무튼 작가는 이 페이지를 통해서 세상에는 여러 힘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쳐주려 했을 것이다.
마지막에 동물친구들이 모두 하늘을 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있는 힘껏 불어달라고 부탁한다. '후' 불어주면 모두 하늘을 날고 동물친구들의 소원은 이루어진다. 아들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자기도 날고 있다고 빙글빙글 돈다.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내 얼굴의 미소를 피워낸다. 다음 페이지에 손바닥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있고 그 뒷 페이지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어 손바닥이 노랗게 보여진다. 책에는 친구들을 도와준 아이에게 고맙다며 힘차게 하이파이브 하자고 적혀있다.
<힘 세지는 책>은 정말 아이의 마음을 잘 아는 책이다. 작가의 아이를 향한 따뜻한 사랑과 응원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책이다. 어려서, 몰라서, 힘이 부족해서 아직 뜻대로 되는 것이 많이 없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해주고 싶은 부모에게, 아이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물해주고 싶은 부모에게 필요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