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초대장 - 죽음이 가르쳐 주는 온전한 삶의 의미
프랭크 오스타세스키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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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인간의 가장 큰 두려움이면서 한편으로는 가장 위대한 스승이기도 하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보여주는 삶에 마주한 태도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과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다섯 개의 초대장>에는 저자 프랭크 오스타세스키가 미국 최초의 불교 호스피스를 창립하여 평생토록 수천명의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돌보면서 깨달은 교훈들이 담겨있다. 비슷한 책으로는 프랭크도 존경한다고 나와있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이 있다. 하지만 <다섯 개의 초대장>이 가지는 차이점은 프랭크가 세운 호스피스가 불교 호스피스라는 것과 그가 젠마스터(선사)라는 것이다.


프랭크가 젠마스터인 것은 교훈을 얻는 것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교훈을 어떻게 기술해냈느냐에 영향을 미쳤다. 흔히들 불교하면 절에가서 돈 내고, 등 달고, 복 비는 기복 종교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것은 불교의 한 단면일 뿐이다. 불교가 2천년 넘게 지금까지 전 세계로 퍼져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붓다의 보편타당하고 뛰어난 가르침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고해의 바다에 빠진 인간이 어떻게 자유롭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주었다. 형식보다 실용을 더 중시하는 서양에서는 일찍이 기복보다는 '붓다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불교가 전해졌고 그 사람들에게 불교는 우리가 떠올리는 기복 불교와는 다른 '붓다의 가르침'일 뿐이다. 프랭크는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서 그가 만난 수많은 환자들이 편안한 죽음에 이를수 있도록 안내하고 그 과정에서 붓다의 가르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다.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보편타당한 종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면 '진리에 이를 수록 종교의 벽은 사라진다'는 말에 동의할 것이다. 이것은 예수를 믿고, 부처를 믿고, 알라를 믿는 그런 종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라는 단어는 한자로 으뜸 종(宗), 가르칠 교(敎)를 쓴다. 말그대로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으뜸이 되는 가르침, 즉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불교라는 표현에 종교라는 리앙스가 담겨있어 오해하기 쉽지만 <다섯 개의 초대장>에서 말하는 불교는 2500년 전에 살았던 고타마 싯타르타라는 한 뛰어난 사상가의 지혜로운 가르침 정도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다.


<다섯 개의 초대장>의 부제는 '죽음이 가르쳐 주는 온전한 삶의 의미'이다. 프랭크는 죽음이 가르쳐 주는 온전한 삶의 의미를 크게 그가 '다섯 개의 초대장'이라고 명명한 5가지 교훈을 가지고 설명한다. '죽음의 순간까지 기다리지 말라', '세상 무엇이든 널리 환영하고 아무것도 밀어내지 말라', '오롯이 온전한 자아로 경험에 부딪히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평온한 휴식의 자리를 찾으라', '알지 못함, 초심자의 그 열린 마음을 기르라' 이 5가지는 고스란히 <다섯 개의 초대장>의 각 챕터 제목이 된다.



초대장이라는 말은 그 목적지를 담고 있다. 다섯 개의 초대장이 어디로 향하는 초대장인지 분명하게 기술되지 않음으로서 이것은 메타포가 되어 여러 여지를 남겨준다. 초대장에 따라, 우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사랑, 행복, 휴식 등이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은 '삶'에 대한 초대장이다. 죽음을 통해 죽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삶을 배우는 것이다.


<다섯 개의 초대장>에는 일시성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죽는다. 하지만 일상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잊고 마치 우리가 평생을 살 것처럼 산다. 우리가 인생이 유한하다는 일시성의 진실에 또렷히 깨어있다면 지금처럼 욕심부리고 누군가에게 화내고 상처주며 어리석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과 그 주변사람들에게는 저 일시성이 너무나도 '분명한' 현실이 된다. 그렇게 죽음은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과 삶의 방향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참고로 여기서 나오는 일시성은 불교의 제행무상과 같은 말이다.


프랭크는 불교의 관점으로 삶의 기술(art)을 기술(write)하였지만 그 표현은 보편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일수 있도록 하였다. 첫 번째 초대장인 '죽음의 순간까지 기다리지 말라'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다음에', '다음에' 거리면서 살지말고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말이다. 두 번째 초대장인 '세상 무엇이든 널리 환영하고 아무것도 밀어내지 말라'라는 것은 분별하지 말라는 말이다. 세 번째 초대장인 '오롯이 온전한 자아로 경험에 부딪히라'라는 것은 상대를 사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네 번째 초대장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평온한 휴식의 자리를 찾으라'라는 것은 참된 휴식이란 호텔이나 휴양지를 가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쉬게하는 것이니 마음을 쉬게 하는 법을 배우라는 말이다. 다섯 번째 초대장인 '알지 못함, 초심자의 그 열린 마음을 기르라'는 것은 그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오직 순수한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세상을 보라는 말이다. 다섯 번째 초대장은 숭산 스님의 책 제목 <오직 모를뿐>을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 <다섯 개의 초대장>에서 숭산 스님의 알지 못함(don't know mind)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위에서 내가 소개한 내용이 부족할 수 있으나 5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을 몇 자에 담는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기에 탓하지 말기를 바란다. 궁금해졌다면 한 번 꼭 읽어보길 바란다. <다섯 개의 초대장>를 처음 읽을 때 초반에 수 페이지에 걸쳐 나오는 그 긴 찬사에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책이길래, 한 두 명도 아니고 이렇게나 많은 영적 스승들이 앞다투어 찬사를 달아주었나. 그런 찬사가 책에 대한 호기심에 더 불을 지폈고 <다섯 개의 초대장>를 끝까지 읽어낼 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다섯 개의 초대장>은 충분히 좋은 불교 안내서가 될 것이고, 불교에 관심 없는 사람일지라도 당신이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고 앞으로도 '살아 갈' 사람이라면 역시 <다섯 개의 초대장>은 충분히 좋은 인생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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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밥을 먹습니다 - 강릉에서 제주까지 정성으로 차린 밥상 지식이 잘잘잘
허정윤 지음, 이승원 그림 / 한솔수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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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와 밥을 먹을 때 종종 한톨의 밥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땀을 필요로 하는지 이야기해준다. 아이가 밥을 잘 남기기 때문이다. 나는 신을 믿는 것은 아니나 그런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는 뜻에서 밥 먹기전에 기도를 한다. 밥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아이게 말로 설명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차에 <나는 매일 밥을 먹습니다>을 만났다.


<나는 매일 밥을 먹습니다>의 작가는 '밥상 안에 담긴 많은 사람들의 수고를 생각하며 이 책의 글을 썼다'고 하니 내가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딱 그 마음이다. <나는 매일 밥을 먹습니다>는 식사교육에 관한 책이기에 음식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의 의도가 아무리 그렇다 한들 시각에 민감한 아이들의 구미가 당길 정도로 맛깔나는 그림이 아니라면 본래 뜻을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매일 밥을 먹습니다>의 그림작가는 작가의 본래 의도를 충분히 살려냈다. '밥상을 차리듯 정성껏 그림을 그렸다'는 말처럼 그는 정말로 그림으로 밥상을 차려 놓았다.


<나는 매일 밥을 먹습니다>에는 부록이 있는데 스티커와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판이 그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이들이 스티커에 엄청 열광한다는 것을. 나는 가끔 퇴근길에 문방구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를 사간다. 2천원 짜리 그 스티커에 엄청 행복해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 내가 어디서 저 돈으로 이렇게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다시 돌아와서, 스티커 판에는 우리나라 지도와 지역명이 쓰여져 있고 스티커는 각 지역의 특산물이 그려져 있다. <나는 매일 밥을 먹습니다>를 읽으면서 소개되는 지역과 특산품을 배우며 붙여나가면 된다. 아이에게 판과 스티커를 주자 아이의 숨소리가 가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읽어주면서 이야기 자체보다는 '이번엔 어디에 어떤 스티커를 붙여야 하나'에만 꽂혀 있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아이는 아이다.



<나는 매일 밥을 먹습니다>에서는 각 페이지 마다 지역의 이름과 특산품이 나온다. 그리고 짤막한 에피소드가 있다. 지역마도 사투리가 나와 재밌다. 웬만한 데는 느낌을 살려서 읽어지는데 제주도 사투리는 어려웠다. 경상도 사람인 나는 군시절 전국 팔도의 사투리를 다 경험했기에 다른 지역 사투리 모사에 자신이 있었지만, 제주도 사투리를 흉내내는 경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먼듯했다. 우리 아이는 특히 전라도 사투리에 반응했다. 전남 광양에서 나오는 "아따, 영규야! 매실짠지랑 매실엑기스 잊아뿔지 말고 택배로 부치고 와라 잉~"에서 빵터졌다. 전라도 사투리 끝 부분 "잉~"하는 소리가 재밌었나보다. 아이가 더 이상 안 웃을 때까지 반복해서 읽어주다 내가 먼저 지쳤다.


읽어주는 도중에 아이가 그런다. "아저씨 너무 힘들겠다. 내가 가서 도와주고 싶어." 별것 아닌 말인데, 아이의 진심이 묻어나 뭉클하다. 인간이 본래 선하다는 성선설은 이럴 때 보면 참 맞는 말이다. 남의 어려움을 보고 반사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의 착한 마음씨에서 순수함이 느껴진다. 세상의 풍파에 너무 때 묻지 말고 남을 돕고 배려하는 마음을 오래 지켜나가길 잠깐이나마 기도해본다. 아이가 아저씨 힘들겠다고 말할 때 한편으로는 속으로 '성공이다'를 외쳤다. 그 새를 놓치지 않고 아이에게 말해줬다. "아저씨가 이렇게 힘들게 일해서 키운 쌀이 우리 한테 밥으로 오는거야. 하나도 남기면 안되겠지?" 눈뜨면 밥이 식탁 위에 있으니 밥은 당연히 있는 것처럼 알았을텐데 이렇게 농사짓고, 수확하고, 배송되는 과정들이 그림으로 잘 나와있어 아이가 음식이 식탁까지 오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있어 좋았다.


그렇게 전국 팔도 많은 분들의 노고로 식재료들은 예준이 집으로 오고 아빠가 요리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요리를 아빠가 하느냐 엄마가 하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작가는 주방에서 엄마가 아닌 아빠가 요리해주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앞 세대까지 존재했던 부엌에서의 성역할 구분이 이젠 박물관에서나 볼 수있는 지나간 유물이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확실히 나의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남자가 밥하는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였지만 나만 하더라도 자취를 오래했던 나의 부엌 점유도가 높은 것을 보면 시대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나는 매일 밥을 먹습니다> 마지막에는 아빠가 정성스레 준비해 준 맛있는 식사를 예준이가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하고 먹는다. 참 잘 짜여진 책이다. 아이들이 <나는 매일 밥을 먹습니다>을 본다면 그 마음이 오래 가지는 않을 지라도 분명 '음식 남기지 말아야지'하고 잠깐이라도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다 읽어주고 났는데 책은 뒷전이고 아이는 스티커 붙은 판을 들고 엄마한테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가 볼 땐 책이 메인이고 스티커가 사이드인데, 아이에게는 스티커가 메인인듯 하여 재밌다. 아이가 밥을 잘 안먹어서 걱정이라면 <나는 매일 밥을 먹습니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5살짜리 남자아이에게는 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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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안 나와요 아이노리 세계 그림책 5
장스라이 지음, 핑자오자오 그림, 김영미 옮김, 유진상 감수 / 아이노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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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이젠 너무 익숙해진 배변이라 당연한듯 살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배변도 교육이 필요한 것임을 상기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다른 것은 잘 기억 안이 안나고 어렸을 때 외갓집에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똥누고 나서 외숙모를 부르면 숙모가 오셔서 똥을 닦아주셨던 기억이 난다. 왜 어머니가 닦아 주신 기억은 없는데 숙모가 닦아 주신 기억만 있는걸까. 그리고 나는 언제부터 나 스스로 배변 뒷 처리를 할 수 있었을까.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스스로 잘 해결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그 당연한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임을 새삼 배우고 감사하게 된다. <똥이 안 나와요>에서 아이가 용변을 끝내고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 엄마가 와서 닦아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보고 잠시 옛날 생각을 해봤다.


<똥이 안 나와요>는 배변교육을 위한 동화다. 작가는 중국인 소아과 의사다. 소아과 의사로 현장에서 습득한 전문지식을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에게 공유하고자 공익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두 명의 외손주를 둔 할머니인 작가는 손주들을 키우며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문득 아동 건강 관련 지식을 그림책으로 전달하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실천으로 옮겨 그림책을 쓰기 시작했다 한다. <똥이 안 나와요>는 그림책이지만 배변과 관련된 의학지식이 포함되어 있다보니 번역하면서 국내 내과전문의의 감수까지 받아 전문 정보를 재차 검증한 것이 눈에 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지만 아이들의 편식은 어떻게 할 방도가 딱히 없다. 고문 하듯 입을 잡고 야채를 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기는 좋아하고 야채는 안 먹는다. 늘 밥상 앞에서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다. <똥이 안 나와요>에서는 변비의 원인 중 하나로 고기는 좋아고 야채는 먹지 않는 식습관을 지적한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 느끼는 건데 아이가 우리가 말하는 것보다 책이나 TV에서 나오는 말이 더 잘 먹히는 것 같아 살짝 씁쓸한데, <똥이 안 나와요>에서 고기나 튀김 같은 음식은 적당히 먹고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읽어주자 아이가 쉽게 수긍해서 좋으면서도 섭섭했다.


그리고 변비의 또 다른 하나의 원인으로는 변의를 참는 것이다. 아이들은 TV보기를 좋아한다. 요즘은 TV보다 유튜브가 대세다. 일방적인 시간에 따라 방영되는 TV와는 달리 유튜브는 아이가 보고 싶은 것을 언제든 선택하여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만화영화를 보여주다 보면 분명 화장실 가고싶어 하는 것 같은데 참는 것이 보인다. 오줌의 경우는 오줌통을 TV까지 가지고 와서 누기도 한다. TV에 확 빠져버리다 보니 화장실을 제때 가지 않고 참거나 대충 볼 일을 보는 것이다. 이런 행동이 변비를 야기한다고 <똥이 안 나와요>에 나온다. 똥을 참은 주인공이 변비에 걸린 것을 읽어주자 뜨끔했는지 아이는 자기는 아닌데 옆에 있는 인형이 그러는 걸 봤다면서 인형을 핑계댄다. 시미치 떼지만 일단 잘 알아 들은 것 같아 만족했다.


변비로 항문에서 피가나고 무서운 병원까지 갔다온 주인공은 앞으로는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먹고 물도 자주마시고, 언제든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참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림책은 끝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 뒷부분에는 '의사 선생님이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코너가 있어 아이들 변비의 원인, 치료 방법 같은 알아두면 유용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어 참고하기 좋다.



아이에게 <똥이 안 나와요>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어디냐고 물었다. 아이는 주인공 장 속을 꽉 채운 똥이 인사하는 장면과 똥이 변기통 속에서 구해 달라며 울고 있는 장면을 꼽았다. 배변교육이니 의학정보니 우리는 많은 것을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지만 정작 아이의 기억에는 똥이 '안녕'하고 '도와줘'하는 것만 남는 게 아닌가 살짝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래, 뭐니뭐니해도 아이들은 똥과 방귀를 제일 재밌어하고 좋아한다. 그래, 재밌으면 됐다. 아이가 야채는 싫어하고 기름진 음식만 좋아한다면, 물은 잘 안마시고 똥을 참는 것 같다면, 혹은 변비가 생겼거나 생길 것이 걱정된다면 <똥이 안 나와요>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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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만 생각하는 날 - 슬픔은 아무 데나 풀어놓고
전서윤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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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기 시절을 회상해 본다. 나는 사춘기 시절을 어떻게 보냈었나. 돌이켜보면 딱히 사춘기라는 말을 붙일 만한 이벤트 하나 없이 지나갔던 것 같다. 그 시기 주고받았던 주먹다짐들을 사춘기라 하기에도 멋쩍다. 어른이 주먹질하고 싸우는 것을 사춘기라고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삽십대인 지금 내 감정이나 중학교 때의 나의 감정이 크게 다른 것이 없게 느껴진다. 이래서 남자는 단순한 동물이라는 책망을 듣는건가.


<오늘은 나만 생각하는 날>은 여중생이 쓴 시들을 엮은 시집이다. '여중생'하니 왠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꽃을 좋아하고 항상 가슴 한 켠에 시집을 안고 다니고 길에 지는 해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그런 연약하고 가냘프면서도 순수한 이미지. 시를 읽으며 어떤 시에서는 시인이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에 부합되는 듯 하다가도 어떤 시에서는 자신감에 찬 당당한 여장부 같은 느낌도 받고 또 어떤 시에서는 차갑고 냉정한 느낌도 받았다.


서두에는 보통 작가의 말이 실리는데 어머니가 시인에게 쓴 편지가 실려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순서상 시를 읽기 전에 어머니가 시인에게 쓴 편지부터 읽게 되는데 좋은 시인으로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좋은 어머니의 공이 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인의 어머니는 글을 쓰는 딸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인생을 좀 길게 살아보니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되더라. 쫄지말고 당당하게 밀고 나가라'는 충고도 해줄 수 있는 멋진 어머니다. 어머니의 편지가 예사롭지 않아 혹시 글 쓰시는 분이 아닐까 네이버에 검색까지 해봤을 정도로 편지가 좋았다.



시의 대상은 학교, 학원, 급식, 빵, 첫사랑과 같은 여중생과 연관되는 주제를 포함해서 세월호, 환경, 인생, 관계와 같은 폭넓은 주제까지 담겨있다. 시인이 시를 쓰계 된 계기는 사진을 찍었는데 감정이 사진으로는 담아내기 부족해서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시집을 내기 위해 시를 쓴 것이 아니라 만나게 되는 사물들과 솟구치는 감정들을 핸드폰 노트에 그때그때 기록한 것이 우연한 기회에 세상 밖에 나오게 된 것이라 한다. 시인은 시를 쓰며 시와 함께 성장했다고 언급한다. 그 시기 감수성 높은 여학생들이 겪는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들, 특히 부정적인 감정들을 시로 잘 해소해 내면서 스스로를 다져가는 원동력으로 삼은 것 같아 멋지게 느껴졌다.


'조종할 수 있는 눈물'이라는 시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눈물이 나는 상황은 여러가지가 될 것이다. 눈물을 흘려도 좋은 상황이 있는가 하면 흘리기 싫거나 흘려서는 안되는 상황도 있다. 그래서 시인은 눈물을 조종했으면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래도 눈물은 조종할 수 없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시인이 그렇게 생각을 바꾼 이유가 시 안에 담겨있는데 나는 나대로 답을 생각해보게 된다. 때로는 긴 말보다 한 방울의 눈물이 더 강하다. 그것은 내 뜻대로 말할 수 있는 가벼운 말보다 조종할 수 없는 눈물의 무게가 더 무겁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인이 생각을 바꾼 이유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인은 '때론 내 맘대로 안 되는 것도 있어야 인생답더라'하는 초연함이 묻어나는 문장을 덧붙인다.


시집의 뒷부분에는 시인이 쓴 짧은 산문이 실려있다. 일기라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그 중 시를 쓰는 본인의 방법을 써놓았는데 생각할 거리가 되었다. '시는 새로운 곳에서 영감 받고 쓰는 게 아니다. 매일매일 봐온 것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들이 의식이 되는 때에 쓰는 것이다.' 나는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래서 많이 써보려고 한다. 하지만 쓴다는 것도 내어 놓을 것이 있어야 되는 일이다. 하지만 막상 꺼내 놓을 만한 것이 없어 당황스럽고 무엇을 소재 삼아야 하나 막막하니 고민스러울 때도 있다. 그런데 시인의 말에서 크게 느껴지는 바가 있다. 내가 소재를 찾지 못한 것은 내가 특별한 소재를 찾으려 했기 때문이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시인은 특별할리 없는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주의를 기울여 사물들을 관찰하고 교감하다가 어느 충분한 때가 되면 그것을 시로 쏟아내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네잎크로버와 세잎크로버 이야기가 떠오른다. 귀한 네잎크로버(행운)를 찾기 위해 우리는 발 밑에 있는 흔한 세잎크로버(행복)를 무시하지 않던가. 시인은 그런 세잎크로버를 오래도록 관찰하고 지켜볼 줄 알아야 된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어느 책에서 시인은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보는 사람이라 했다. 전서윤 시인도 그 사실을 깨닫고는 말해주고자 한 것 아닐까.



한때 우울증도 겪었고 자신을 싫어서 극단적인 생각도 했던 시인은 시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찾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도 배우며 앞으로 살아갈 힘도 얻었다. 그리고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며 남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오늘은 나만 생각하는 날>를 읽으며 나의 학생시절을 떠올려 보고 이제는 희미해져버린 그때의 감수성도 다시 느껴보면 어떨까. 그리고 그 시절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들이 세월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더라는 것도 상기해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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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물리치료사와 함께하는 30일 체형 교정 - 움직임을 알면 체형이 바뀐다
남궁형.유성현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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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형교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오래 앉아있는 생활방식이 관절과 근육에 좋지 않다는 말은 다들 한번 쯤 들어 알 것이다. 아무래도 앉아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거북목이 되고 자판이나 스마트폰 사용이 많아지니 손목터널증후군을 진단 받았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는다. 나는 육아로 아이를 많이 들어주다가 허리에 통증을 느껴 한달간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받은 적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친구도 아이를 한쪽으로 많이 들어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다녔다.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통증을 호소한다. 병원에 치료받으러 다니면서 몸은 안 아플 때 잘 관리해야 된다는 것을 느꼈다. <30일 체형 교정>을 읽으면서도 결국 급한 통증은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자세와 동작을 고쳐야하는 것임을 생각하게 된다. 평소부터 적당한 운동을 바르고 꾸준하게 해나가는 것이 통증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같다.


<30일 체형 교정>의 저자는 물리치료사이다. 그리고 현재 유튜브 채널 '운동하는 물리치료사'를 운영하여 재활, 운동, 교정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들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을 제작하여 공유하고 있다. 물리치료사지만 저자도 20대 후반에 디스크 진단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운동치료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고통받는 환자의 심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다. 저자는 '의존적인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라는 것을 강조하며 결국 스스로 운동하며 체형 교정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충고한다. 그리고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고, 최고의 치료는 예방이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


<30일 체형 교정>에서는 목, 어깨를 묶어 한 파트, 허리, 골반을 묶어 한 파트, 발 한 파트로 크게 몸을 세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고통을 호소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파트별로 구분하여 설명해 놓았다. 거북목으로 통증을 느끼는 직장인, 야구를 하고 나면 다리가 저린 야구동호인, 어깨가 너무 삐뚤어져 턱시도 입을 것이 걱정인 예비신랑, 골반이 틀어져 치마선이 계속 돌아가는 여성 등의 다양한 사례들은 그 주인공이 얼마든지 내가 될수 있고 내 주변 사람들이 될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나도 어깨가 삐뚤다고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리고 스스로 느끼기에 골반도 틀어져 있다. 이런 것들이 그나마 통증이 없을 땐 괜찮은데 틀어진 골반이 원인인지 한번 씩 다리가 아프기도 했었다. 그런 것들이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면 또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느껴 꾸준히 운동을 하려고 한다. 1년 전부터 요가를 하게 되었는데 요가를 하면서 틀어진 골반과 다리 통증, 척추 측만 같은 것이 많이 좋아진 걸 느낀다. 요가는 정신 수양의 효과도 있지만 몸의 유연성과 근육을 길러주어 체형 교정의 효과도 있다. 아프던 것이 사라지고 몸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요가나 체형 교정에 더 관심을 갖게되고 기능해부학 책도 보게 되었다. 하지만 비전공자이다 보니 호기심에 조금씩 찾아보는 단계이지 깊이 있게 알기 어렵고 직장과 가정으로 바빠 따로 공부할 시간을 내기도 어려운 차에 이렇게 흔히 겪을 수 있는 통증에 대해 이론적인 설명과 도움되는 운동법을 정리하여 소개한 이런 책이 반갑게 느껴진다.


<30일 체형 교정>에서는 여러 환자들의 사례를 들어 그런 불편함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 그림과 사진을 첨부하여 쉽게 설명해 놓았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잘못된 상식에 대해서도 바로잡아 준다. 소개된 동작들은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들로 맨손으로 하는 것과 공, 폼롤러, 밴드 같은 소기구를 활용한 방법도 있다. 요가, 필라테스 동작들도 많이 보인다. 단순히 요가를 하면서 왜 좋아졌는지 몰랐는데 <30일 체형 교정>에서 동작을 해부학적 설명하여 통증이 사라진 메커니즘도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자세는 일상생활 습관이 나빠져 생기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흔히 하는 앉는 자세, 핸드폰 보는 자세, 서는 자세, 물건 줍는 자세에 대해서 전문가로서 추천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심어지는 가방 메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Q&A를 다루어 체형교정에 관해 많이 받는 질문들을 소개하고 답을 달아놓았다.



개인적으로 내용 중에서 통증이 있다고 무조건 수술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게되어 MRI 촬영을 하고 불행히 선생님이 디스크가 있다고 말하면, 실제로 통증도 있고 진단도 문제가 있다하니 수술을 권하면 당연히 수술해야 하나보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평소에 아무런 통증이 없는 사람을 데려다가 MRI 촬영을 해봐도 최대 50프로나 디스크가 발견된다고 한다. 조금 충격적이지 않은가. 그 말은 멀쩡한 사람들도 MRI 촬영하면 절반은 디스크 진단이 나온다는 말이다. 디스크가 있으면 무조건 아플 것이라는 평소 상식과 다른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그리고 여성들이 많이 입는 보정 속옷이 어떻게 우리 몸에 악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설명도 좋았다. 또 기억나는 것은 승무원이 되려고 하는데 오다리라 컴플렉스인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흔히 오다리라고 하면 다리가 벌어지는 것이니까 안으로 오므리는 운동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능해부학적으로 따져보면 오히려 다리를 벌리는 운동을 해야한다고 한다. 실제 오다리의 여성 주인공도 오다리를 고치기 위해 다리를 오므리는 운동을 해왔는데 자신이 오히려 더 오다리가 심해지게 하는 운동을 하고 있었음을 깨닫고는 놀란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의 결과라 관심있게 읽었다.


평소에 몸의 어딘가가 삐뚤어지고 뒤틀려서 아프고 불편했던 사람들은 <30일 체형 교정>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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