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도시소설가, 농부과학자를 만나다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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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더라도 샘이 날만큼의 하늘빛이다. 더군다나 혼자 여행이라니. 이 좋은 날 맘에 둔 곳을 가는 이가 몇이나 될까. 고속도로를 달리며 굳이 한눈을 팔지 않아도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은 풍부한 신록이다. 때마침 큰 덩어리로 몰려드는 흰 구름은 여행길을 더 풍요롭게 하고.

국도로 빠지면서 속도를 줄인다. 급한 것 없는 길을 달리는 데 방해하는 이도 없다.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으로 한적하다. 4차선 도로는 내 작은 애마를 위해 닦아 놓은 듯 잘 뻗어 있고 양 길가에 이름 모를 꽃나무는 저 스스로 빛을 내는 듯하다. 낯선 방문객의 눈길에 더 흐드러진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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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럽지 않은 운전 실력으로 먼 길도 혼자 나서는 나지만 내게도 약점은 있었다. 길을 잘 못 찾는다는 거. 그런 이유로 친절한 내비녀는 내 여행에 뺄 수 없는 동행자다. 한 번씩 날 골탕 먹일 때는 땀을 좀 흘려야 하지만 대부분은 정확한 안내를 하니 오늘도 믿고 출발했다. 목적지를 불과 몇백 미터 앞둔 상황에서 우회전하란다. 다 온 길이니 거스를 이유가 없다. 잘 뻗은 도로를 놔두고 좁은 길이 나온다. 혹시나 했지만, 목적지까지 거리가 줄어들고 있으니 믿었다. 더군다나 시골 마을 책방이니 좁은 길이 당연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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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논길이다. 다행히 작은 차를 탔으니 통과할 만한 길이다. 웃음이 터졌다. 그럼 그렇지! 이 내비녀 오늘도 내 여행이 부러웠나 보군! 다 와서 엉뚱한 길을 알려 주다니. 결국엔 내 실수지만 탓을 할 그녀가 있어 웃어넘긴다. 논과 논 사이 좁은 길에 차를 멈췄다. 오! 멋지다! 그림엽서나 서정적인 영화의 한 장면에서 나올 법한 풍경이다. 쭉 뻗은 논길. (내가 달리던 길보다 훨씬 넓다) 양옆으로 벼 이삭이 가벼운 바람에 흔들린다.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아까 본 구름과 다른 덩어리의 구름이 유유히 지나고 있다. 보통은 사진으로 남기는 게 버릇이지만 이번엔 눈으로 먼저 충분히 담는다. 잘못 들어선 길이지만 충분히 아름다움을 보여준 여행길이다. 마음이 꽉 차게 부풀어 오른다. 사진 한 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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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오른편에 건물이 있다. 내 목적지가 여기겠구나 싶다. 코 앞에 두고 헤매는 모습이라니 역시 나답다. 핸들을 돌리려는데 그 건물 앞에서 작은 손수레를 끌고 막 이동하려는 남자분이 보인다. 아마도 낯선 차가 헤매는 모양이 걱정스러우셨겠지. 낯선 이가 좁은 논길에서 뭐 하나 싶으셨겠지.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남자분과 나만 아는 에피소드가 생긴 셈이다. 어디 가서 소문내진 않으시겠지. 앞으로 조금 이동하니 큰 길이 보인다. 다시 우회전만 하면 책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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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스러운데 이렇게 넓은 마당(?) 주차장이라니 이것 또한 고민스럽다. 책방 주차장인지 다른 용도의 주차장인지 결국 전화를 걸어 고민스럽게 만든 주차장의 위치와 책방의 입구를 물었다. 미실란이란 식당과 같은 건물에서 운영하고 있어 주차장을 공용으로 사용한단다. 아무 곳에 주차해도 무방하며 마당을 지나 쭉 들어 오면 건물 중앙에 책방 입구가 있다고. 안내해 주신 대로 너른 터 한쪽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두 시간 반을 달려 온 길이니 굳은 몸엔 스트레칭이 필요했지만 눈은 이미 웃고 있다. 여행지의 첫발, 첫 시선, 첫 냄새 그리고 나머지 감각을 동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딱 이 시간이야말로 매번 혼자 여행을 종용하게 만드는 이유지. 핸드폰을 들어 파노라마를 찍는 대신 천천히 몸을 돌려 눈에 담기는 것을 모두 내 것으로 삼았다. 여행. 참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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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으로 다시 태어난 폐교. 교무실 자리의 짙은 고동색의 나무 바닥을 보니 아직 쓸만한 것 같다. 초를 문질러 열심히도 걸레질했을 어린 손길들이 떠오른다. 더불어 내 어린 시절 기억까지. 허허허.. 기억은 잠시 뒤로 무르고 책방을 살핀다. 탐구한다. 구조와 구성을 눈에 담고 분위기와 온도를 느낀다. 적당한 때에 입에 맞는 책을 찾으면 더없이 행복할 테니까. 여행자로서 임무를 수행 중인데 책방지기님께서 먼저 말을 건다. 공간과 사람에 대한 깊은 (셀프) 탐구 대신 그녀와 나누는 대화 중에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익혔다. 정확도는 말할 것도 없지. 아..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이 몹시 탐이 난다. 여행지로, 책방으로, 무엇보다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이. 그러니 집어 들어야 할 책은 하나로 결정 났다. 김탁환,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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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
살아가며 많은 것을 잃고 잊는다.
그렇지만 되살펴 기억할 능력이 우리에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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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농부 과학자 이동현(내가 책방을 코앞에 두고 논길을 헤맬 때 손수레를 밀고 가다 멈춘 이다)이다. <들녘의 마음> 책방 입장 전 복도에서 본 사진으로 생각하자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인상 좋은 곡성 동네 농부 아저씨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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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곡성에서 발아현미를 연구하고 가공하는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을 15년째 이끌고 있는 기업가이자 미생물학 박사이며, 2019년 유엔식량기구 모범농민상을 받은 농부이다. 또한 동생물과 공존하는 생태계의 법칙과 인간다운 삶의 철학, 공동체에 흐르는 연대의 힘을 지키며 살아가며 (화려한 이력 뿐만 아니라) 순수한 고집으로 지킬 건 마땅히 지켜나가는 자기 모습을 충분히 어필하고 있다. 이렇게 삶의 겉과 속이 참된 농부 과학자 이동현을 통해 작가는 ‘아름다움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지키는 태도’라는 걸 알아차림과 동시에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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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소설가 김탁환 작가의 폭넓은 이야기 소재들이 글을 풍성하게 만들어 읽는 재미를 더하고 곡성 지역의 색을 간간이 보여주는 문장들은 자못 여행 에세이같은 느낌마저 드니 이 책은 한 권으로 여러 분야를 만나게 하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치유 사진 작가’ 임종진 작가가 곡성과 미실란에서 찍은 사진은 깊어진 사고를 잠시 쉬었다 가게 만드는 편안함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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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이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빗대어 두 사람이 지나온 삶의 궤적을 교차하며 담아낸 도시 소설가와 농부 과학자의 이야기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이 글을 마주한 이들은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공통적으로 자문하게 되겠지. 김탁환 작가의 통찰력으로 빚어낸 결이 다른 에세이.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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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기쁨의 이름들 - 매일을 채우는 52가지 행복
소피 블랙올 지음, 정회성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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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데콧상, 에즈라 잭 키츠 상,

『뉴욕 타임스』 최고의 그림책상 수상 작가 소피 블랙올

그녀가 발견한 삶을 기대하고 사랑하는 법



이 책의 그림과 글은 특별하지 않아요.아주 평범합니다. 흔히 보는 것들과

이미 누리고 있을 법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뿐이예요.

​그런데 신기한 일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하게 미소가 지어지면서

무언가 생각하게 만든다는 거예요.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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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일을 채우고 있는 기쁨의 이름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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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딸의 방은 자고 있다. 알람 지정곡만 우렁차게 울리는데 듣고 있자니 익숙하다. 얼마 전 가족이 함께 본 방송에서 나온 신곡. 음원 수입은 전액 기부된다는 곡이다. 댄스곡이 저렇게 울려대는 데도 끄질 못하는 걸 보니 딸은 어제 밤에도 늦게 잔 모양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커튼을 걷고 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나즈막히 애칭을 부른다. 아직 꿈결일 테니 놀라지 않게, 좋은 꿈을 꾸고 있다면 방해 되지 않게. 눈은 뜨지 못하는데 알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입꼬리에 걸린 작은 미소. 사춘기 딸과 하루의 시작이 좋다. 오른손을 머리에 얹고 아침 기도를 해 준다. 내 입가에 조금 더 커다란 미소를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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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초등 고학년이 되고 딸은 중학생이 된 남매가 요청을 했다. 국, 밥, 반찬 몇 개 뿐인 아침 식탁이 부담스럽다고. 아.. 요즘 아이들에겐 그런가 보다. 엄마는 생각 끝에 밥심이라는 고집을 내려 놓기로 했다. 간단한 요기들을 찾아 아침 식탁에 올렸고 과일의 종류를 늘렸다. 식탁에 앉으며 “잘 먹겠습니다.”, 다 먹은 그릇을 들고 일어날 땐 “잘 먹었습니다.”를 전한다. 엄마의 애정을 알아 주는 아이들의 답가는 이걸로 충분하다. 아침 식사 시간이 줄어든만큼 등교를 준비하는 시간에 살짝 여유가 생겼다며 좋아하는 남매. 아침을 거르는 아이들이 많다는데 무엇이든 먹고 가니 엄마에겐 이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서로를 이해하고 위하는 모습. 우린 이렇게 또 배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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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보내고 흐트러진 침대를 정리한다. 설거지를 마치면 베란다 창문을 열고 청소기를 돌려야지. 그렇게 분주한 아침 루틴을 끝내고 나서야 주어지는 쉬는 시간. 커피를 내린다. 어제 아침엔 예가 체프였으니 오늘 아침엔 만델링으로 하자. 내가 준비하고 내가 누리는 오롯한 시간. 선물 받은 쿠키를 접시에 덜어 소파에 앉는다. 퍼지는 커피향만큼 깊어지는 고요함. 이 커피를 마시고 나면 책읽기에 참 좋은 시간이지.


병원 가는 여러 날 중,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만큼은 혼자 다녀 와도 충분한 길이다. 그런데도 함께 가야한다는 남편. 고집 부리지 말고 출근하라고 설득해 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너 혼자는 안 돼.”였다. 왜? 모르는 길도 아니고 운전을 못한는 것도 아닌데. 하루 전 날 다시 설득해 본다. 안 넘어간다. 장난끼 담긴 웃음 뒤로 남긴 말은, “너 좋아하는 떡볶이 같이 먹으러 가야지.” 별 것 아닌 말에도 감동받을 나이인가 보다. 잊지 않고 써주는 마음. 얼굴을 돌리고 소리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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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전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인 닉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삶이 송두리채 먹구름 속에 같은 기분이었어다고 해요. 하지만 늘 되새긴 의지를 기억했어요! 바로 짙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더라도 지평선 어딘가에에는 밝은 곳이 있게 마련이라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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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느 날 아침 샤워를 하다가 문득 하루 하루 살면서 기대할만한 것들을 목록으로 정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목록을 하나씩 기록하면서 그 가운데 꽤 많은 걸 곧바로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요. 기대한 일을 실행에 옮길 때 얻는 만족감은 기대하는 즐거움 못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중 몇 가지를 그림과 함께 SNS 올렸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웠어요. 수많은 사람에게서 답장이 날아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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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물음에 저역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떠올려 보았어요. 생각보다 술술 나오더라고요. 적자 하면 글이 넘칠 것 같아 가족 관련 이야기로만 추려 끄적여 봤지만 이 외에도 때마다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주는 지인의 문자나, 라디오에서 애정하는 곡이 나올 때 역시 별스럽지 않은 일이지만 꽤 미소 짓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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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님들께는 어떤 기쁨의 이름들이 있을까요? 어쩌면 한참을 생각해야 떠오를 수도 있어요. 아직 모르겠다면 까짓것 하나 만들면 되지요! ㅎㅎㅎㅎ 어차피 살아내야 하는 일상, 커다란 한 방이 아니더라도 작은 기쁨으로 채워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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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기 아까워 선물하고 싶은 책 <내가 아는 기쁨의 이름들>. 곧 올 2024년 우리의 매일에 우리만의 기쁨의 이름들을 새롭게 채워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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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나를 멈추게 한다면
장성남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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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올 곳이 못 되는 곳들은 목적지를 신중히 예정하고 와야 할 일이다. 가려고 마음먹었던 곳을 지나치자니 어딘지 아쉽..이지만 맘이 동한 건 이유가 있을 거라며 토닥토닥. 더 좋든지 혹은 더 나쁘든지..

책방, <기억의 숲>. 낯선 배경에서 새로운 인물을 만났으니 이제 사건만 일어나면 된다. 내 여행의 이유. 걸음의 방향이 달라진 까닭.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 같아. 나를 멈추게 하는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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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솥에서 하얀 김이 오른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성이 잔뜩 난 할아버지의 귀밑머리를 닮은 것도 같다. 소녀는 혼자 생각에 웃음이 터졌다. 잠시 후면 할머니가 행주를 손에 들고 걸어가 한 다리를 부뚜막에 올려 세우고 거칠게 솥뚜껑을 열겠지. 뜨거운 김을 피하느라 잔뜩 찌푸린 미간이지만 쇠주걱으로 밥을 골고루 터는 모습은 매번 인상적이다. 그림책에서 본 여전사 같다는 생각에 또 웃음이 난다. 짧은 상상이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는 큰 솥에 가득하던 밥을 다 덜어내셨다.

지금이다! 제일 먼저 할머니 곁으로 가야 해. 밥을 털 때보다 더 힘을 들여 누룽지를 긁어내는 타이밍. 얼마나 잘 눌었는지,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일단 달려가는 소녀에게 할머니는 당신의 주먹만 한 크기로 만든 누룽지를 건네주셨다. 밥 한 그릇 안 나와도 좋으니 어린 것들을 위해 누룽지를 만드셨겠지. 아마도 할머니는 손자와 손녀들에게 같은 크기로 만들어 주셨을 테지만 먼저 달려가 “많이 주세요”를 외치면 더 크게 만들어 주실 것 같아 밥때가 되면 소녀는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세상 맛있는 간식을 기대하며.

남은 밥을 프라이팬에 올렸다. 주걱으로 얇게 펴 누르고 정성스럽게 가스레인지의 불 세기를 조절해 가며 눌려 만든 누룽지는 어째 그 맛을 낼 수가 없다. 알면서도 매번 같은 기억을 꺼내며 만드는 누룽지다. 할머니의 부엌에 관한 기억이 생생하다. 북적대는 시장에서 살던 소녀는 ‘놀이’를 찾아서 놀아야 했던 할머니 집에 가는 날이 마냥 즐거웠다. 할머니 부엌에서 꺼낼 이야기는 누룽지 말고도 많았으니까.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얼마나 지났을까. 할머니 댁으로 이사를 갈 거라고 한다. 어떻게 그런 시골집에 사냐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가마솥 누룽지를 즐기던 소녀는 사춘기가 시작될 만큼 자랐다. 다행히 이사 전에 할머니 집은 큰 성형을 거쳤다. 대문부터 어색해진 공간. 그중에서 제일 낯선 건 커다란 까만 솥이 있던 '부뚜막 부엌' 대신 싱크대가 놓이고 가스레인지가 자리잡은 '키친'이었다. 일찍 장사하러 나가는 엄마를 대신해 매일 같이 손맛을 보여주시는 할머니는 사춘기 소녀에게 귀인이었다. 어디 아침뿐이랴. 할머니는 때때로 손녀들이 원하는 간식을 당신의 솜씨대로 뚝딱 만들어 내셨다. 어느 주말 점심,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막내 손녀딸의 요청에 할머니는 프라이팬을 꺼내고 냉장고를 여닫으며 바삐 움직이시더니 깔깔거리며 보던 재방송 개그 프로가 반도 안 지났는데 그새 부르신다. 이게 뭐예요? 내가 알던 떡볶이가 아니다. 고추장소스를 묻혀 먹는 국물 떡복이가 아니다. 그러잖아도 까만 프라이팬 바닥인데 검붉은 소스로 끈적하게 눌어 붙은 떡들은 낯설기만 했다. 떡 위로 깨가 성글게 묻어 있는 걸 보니 나름 맛있게 보여 주고 싶었던 할머니의 마음이 읽혔다. 비주얼은 손대고 싶지 않았지만 매콤달콤하게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는 눈을 이기지 못했다. 역시..!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건 기름떡볶이란 걸.

가끔 들릴 때는 몰랐던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가 함께 살면서 조금 불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할 때쯤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엄마. 할머니와 마주치는 시간은 그게 다였다. 하루에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엄마와 할머니 사이에 대화가 썩 부드럽지 않다는 건 사춘기를 지나 성숙의 단계에 들어선 소녀도 알 만한 장면이다. 왜 다정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건지 엄마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었고, 왜 눈을 마주치지 않고 짧게 말하는 건지 할머니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물론 다른 이들에게 불똥 튈 일은 없었으니 이해되지 않은 두 여자 어른의 모습을 보는 채로 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타지에 살면서 더 뜸하게 시골집을 찾았다. 가끔 안부 전화를 드리는 정도였지만 할머니는 언제나 다정했다. 특히나 매해 정월대보름을 앞두고는 잊지 않고 전화를 하셨다. 막내 손녀딸의 생일인데 오곡밥에 나물을 못 해줘 속상하시다고. 그런 기억이 많다. 할머니는 늘 손녀딸들을 사랑해 주셨다.

여느 날처럼 언니와 저녁을 먹고 믹스 커피 한 잔을 타 TV를 보고 있었다. 엄마에게 걸려 온 전화라며 언니는 방으로 들어간다. 한참을 통화하고 난 뒤 나오는 언니는 한숨부터 내쉰다. 엄마의 래퍼토리가 또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나보다 세 살 많은 언니는 일찍부터 철이 든 이유로 엄마와 얘기를 자주 나눴다. 성인이 된 지금은 그 이야기의 양도 스토리도 다양해졌겠지. 그 중 매번 반복적인 이야기가 있단다. 내가 들은 엄마의 첫 시집살이. 애정 많던 할머니가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 기억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부모님을 보려면 시장으로 가면 되는 일이다. 굳이 할머니 집으로 갈 이유가 없다. 어느새 엄마의 시집살이 스토리는 내 기억에 레벨별로 쌓이며 할머니와의 거리를 점점 멀어지게 했고 어느새 나도 그 시월드를 이해할 나이가 되었다. 시댁과 작은 마찰이 있어 속상하던 터라 엄마를 찾은 김에 밀린 애기를 나눴다. 잘 들어주는 시늉을 하던 엄마는 그건 일도 아니라며 엄마의 이야기를 토해 내기 시작했다. 늘 들었던 얘기 같은 다른 이야기. 대체 엄마가 속에 쌓아 둔 얘기를 다 풀면 높이가 어디까지 될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 대신 우린 여자니까. 시댁이라는 공통의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새 엄마의 감정에 나도 동화가 돼버렸다. 내가 결혼한 나이보다 열 한 살이나 더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간 엄마에게 정없이 굴었던 할머니가 미웠다. 입밖으로 감정을 말해버렸다. 엄마는 여전히 아파하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나쁜 감정이 든 딸에게, 말이 거칠어지는 딸에게 엄마는 얘기하신다. “너희는 그럴 것 없다. 할머니는 너희한테 잘 하시니. 이건 엄마 일이다.”

감정 위에 이성을 얹는 엄마. 지독한 시집살이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엄마의 성품이었다. 할머니의 사랑도 감사하고 자랑할 만한 일이지만 그런 엄마를 바라보고 자란 덕일까. 며느리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 딸에게는 이날의 기억은 모범 답안지가 되어 지금껏 적잖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받고 싶은 엄마의 성정. 딸은 이 나이가 되어서야 조금씩 이해하고 닮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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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
어린 시절 기억쓰기는 세상 밖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을 만나러 가는 내면 여행이다.

너무나 힘들었을 유년 시절부터 감당하기 버거웠을 두 번의 결혼, 평탄치 않은 가정생활까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리얼리티 자전적 에세이를 누가 용기만으로 감히 써낼 수 있을까. 장성남 작가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녀의 글을 읽고 남은 건 동정하는 마음이거나, 글의 결말에 대한 의심의 여지였겠지 싶다.

내가 만난 작가의 미소는 평온했다. 작은 체구에서 전해지는 온기. 낯선 이에게 보내는 미소는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레 흐르는 어린아이의 순수를 닮은 듯했고.


📖 173
어린 시절 기억쓰기는 오랜 세월. 누구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눈물조차 참아 왔던 내가 나에게 처음으로 건네는 위로였다. 어린 시절 엄마 품에서 마음껏 쏟지 못했던 눈물을 모두 쏟았다. 어린 내가 흘린 눈물을 어른이 된 내가 닦아주었다. 흐느끼며 들썩이는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햇살보다 더 포근한 손길은 마법 같았다. 무거운 어깨가 홀가분해지고, 텅 빈 마음이 조금씩 채워졌다. 마음의 성장이 멈춰버린 나에게 내가 건네는 최초의 악수였다.

<기억이 나를 멈추게 한다면>
그녀가 이렇게도 긴 이야기를 통해 보여 주고 싶었던 건 어린 시절 기억 쓰기로 마음의 풍경을 바꾼 자신이 아니었을까. 모양새가 조금씩 다르더라도 어딘가에 남은 쓰라린 생채기들을 가진 당신이라면 공감하고 나눌 준비가 되었을 거라며 기대하며.


📖 253
우리는 저마다의 어린 시절을 간직하고 있다. 기억 속에 어린 시절이 숨바꼭질하고 있다. 기억의 숲에서 술래잡기하고 있을 그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 이제 당신이 어린 시절 기억쓰기를 시작할 차례다.

마음을 위한 셀프 테라피.
작은 시도가 필요한 당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책 여기.
<기억이 나를 멈추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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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푸바오 시점 - 판다월드의 작은할부지 송바오가 전하는 푸바오의 뚠빵한 하루
송영관 지음, 송영관.류정훈 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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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요즘 푸바오 관련 책을 읽는데
너무 재미있어!
귀여운 건 말할 것도 없고
푸바오 시점으로 쓴 글이 은근 감동도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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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이제 본 거냐? 난 너튜브 구독자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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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이 모자랄만큼 바쁘게 사는 A씨도 푸바오 너튜브를 구독중이었고 이미 녀석의 매력에 빠져 있었네요! 아무리 바빠도 귀여운 건 못 참는 모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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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런 분들 많으시죠? 세상 무해한 영상 찾아보시는 분들이요. 그 중에서도 단연 푸바오의 채널이 상위권에 있지 않을까 싶은대요. 영상은 생생한 움직임으로 즐거움을 더할 테니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게 사실이에요. 그렇담 같은 주인공 푸바오를 다룬 글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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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 드릴 <전지적 푸바오 시점>은요!
엄마 판다 아이바오와 아빠 판다 러바오가 푸바오를 바라 보는 마음이 담겨 있고요~ 푸바오가 태어나면서부터 자라는 과정 동안 품은 마음들이 차곡차곡 적혀 있어요. 또 작은할부지 송바오가 푸바오에게 전하는 마음과 독자들에게 전하는 마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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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전지적 푸바오 시점> 안에는 판다월드의 모든 마음이 담겨져 있는 셈이에요. 독자들은 글로 전달된 상황을 그려 보며 영상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느끼실 수 있는 거고요~ 자, 그러면 제가 쪼끔만 보여 드릴게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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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적 푸바오 시점
📚 송영관 글/ 류정훈 사진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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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사육사이자 푸바오의 영원한 작은할부지 ‘송바오’ 송영관 작가는 판다들의 매력 넘치는 일상을 글로 전하고자 늦은 나이에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글쓰기를 공부했다. 푸바오를 향한 애정에 보답하고, 푸바오와 판다월드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전지적 푸바오 시점』을 출간! 260컷이 넘는 사진과 미공개 에피소드, 송바오의 에세이와 미공개 편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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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푸바오 시점>은 말이죠. 정말 정말 귀여운 사진들에 웃음이 새어나와요. 만약 사진 뿐인 책이라면 웃다 넘기며 페이지가 끝날텐데 이 책엔 웃음 이상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글이 함께 있어요. 작은할부지 송바오님이 쓰신 글 아니고 진짜로 푸바오가 한 말이 아니었을까 싶을만큼 사진과 글이 찰떡이고요~~

어린 푸바오가 보고 느끼는 만큼의 이야기는 마치 어린 아이의 시점같이 어딘지 순수하고 엉뚱한 구석이 있지만.. 철없이 귀엽기만 할 것 같은 푸바오가 엄마와 교감하는 글들은 가슴 뭉클.. 특히나 이층침대 시리즈 1~5는 전문을 꼭 읽어 보시길요.! 울컥주의ㅎㅎㅎㅎ

이렇게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전지적 푸바오 시점>은
역시 송바오님 덕분이지 싶어요. 이야기를 적을만큼 얼마나 많은 시간 판다월드 가족들을 보았을까요. 녀석들의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에서 또 얼마나 많은 의미를 찾으셨을까요. 반려견을 오래 키운 지인분께서는 어느 날 눈이 마주친 녀석이 꼭 무슨 얘기를 할 것만 같았다고 하시더군요. 푸바오가 태어나서 이만큼 자라기까지 함께한 시간이라면 어쩌면 이심전심은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지금껏 읽은 책들 중에 힐링도서란 해시태그를 적었던 책이 몇 권 있었어요. 그림책 속 캐릭터 때문이거나 순수하고 서정적인 내용일 때가 대부분이었는데 <전지적 푸바오 시점>은 둘 다에 해당하니 당연히 힐링도서! 거기에 추천이란 말을 자신 있게 덧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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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등장 인물, 아니 등장 판다 푸바오가 많은 이들에게 무장해제 웃음을 준 이야기들과 가슴 뭉클한 이야기! 판다월드의 흥미진진 처음 이야기부터 곧 끝을 향해 가는 푸바오의 이야기까지! 궁금하시다면 허리 업~ 어쩌면 우리 일상과 참 많이 닮아 있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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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 살아서 꽃피지 않는 영혼은 없다
박범신 지음, 성호은 일러스트 / 시월의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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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만 알고 그의 글을 읽겠다고 덤볐다가
그의 책 앞에서 왜소해지는 절 보았습니다.
이십여 쪽을 읽다가 책을 덮었습니다.
물론 여기까지 읽는 동안도 몇 번을 멈추고
다시 읽기를 반복했는지 셀 수가 없었죠.
이만큼만으로도 작은 독자는 감격스러웠습니다.
손꼽아 자랑할 만한 작가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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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의 나의 삶은 아직도 분별없이 현재진행형이다.
날마다 고통스럽고 날마다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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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을 더 가까이 두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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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 _ 살아서 꽃피지 않는 영혼은 없다
📚 박범신 지음
📚 시월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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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은 영화 ‘은교’의 원작자이자 지난 50여년 간 수많은 베스트셀러와 화제작을 쓴 박범신 작가가 충남 논산에 머물면서 3년간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였던 글을 모은 책을 개정하여 새롭게 개정한 것이다. 서양화가인 성호은 작가의 일러스트를 감상하는 맛도 함께 즐겨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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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안에는 시 같은 짧은 문장들과 산문 같은 긴 문장들이 섞여 있어 글의 형식적 종류를 무엇이라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짧고 긴 것이 조화롭게 보입니다. 게다가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문학과 일상, 사회와 인생 등 다양했습니다. 아마도 형식이든 내용이든 저자의 문장력이 나머지 것들을 잘 버무렸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아는 것이 적은 자가 굳이 무언가 찾아내겠다고 어설피 시비를 걸려다 제대로 머리를 숙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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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에세이 <힐링>은 하나의 내용으로 정리하기가 어려운 책입니다. 소설이라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를 나타내기 위해 스토리가 일관되게 진행될 텐데 <힐링>은 트위터에 썼던 짧은 단상들을 적었던 글을 모아 그런지 같은 장으로 묶여 있지만 이것이 연결되는 건가 싶은 구간이 있습니다. 다행히 이 책은 에세이니까 어쩌면 생각들의 자유로운 배치가 당연할 수도 있겠구나 싶더군요. 무엇보다 그의 문장은 힘이 있기 때문에 더 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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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있다는 말을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요. 강한 문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장의 성향에 따라, 다시 말하자면 사랑이나, 인생, 사회나 일상 등의 주제로 각각 이야기를 전할 때 유했다가 강했다가, 실실 웃음 나게 하다 눈물 나게 했다 읽는 이에게 다가오는 전달력에 힘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더군다나 양적인 부담 없이 페이지마다 여백의 미가 가득한 책이기 때문에 문장과 문장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에서 충분히 여운을 느끼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문학이라는 불치병에 걸렸다’고 말합니다. 작가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독자에게는 잘된 일입니다. 그가 문장과 고군분투한 결과는 페이지마다 쉽게 넘기지 못하는 감동스런 책읽기 시간을 갖게 해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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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고 머무니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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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박범신에세이 <힐링> 그래서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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