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기쁨의 이름들 - 매일을 채우는 52가지 행복
소피 블랙올 지음, 정회성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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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데콧상, 에즈라 잭 키츠 상,

『뉴욕 타임스』 최고의 그림책상 수상 작가 소피 블랙올

그녀가 발견한 삶을 기대하고 사랑하는 법



이 책의 그림과 글은 특별하지 않아요.아주 평범합니다. 흔히 보는 것들과

이미 누리고 있을 법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뿐이예요.

그런데 신기한 일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하게 미소가 지어지면서

무언가 생각하게 만든다는 거예요.바로..

나의 매일을 채우고 있는 기쁨의 이름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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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딸의 방은 자고 있다. 알람 지정곡만 우렁차게 울리는데 듣고 있자니 익숙하다. 얼마 전 가족이 함께 본 방송에서 나온 신곡. 음원 수입은 전액 기부된다는 곡이다. 댄스곡이 저렇게 울려대는 데도 끄질 못하는 걸 보니 딸은 어제 밤에도 늦게 잔 모양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커튼을 걷고 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나즈막히 애칭을 부른다. 아직 꿈결일 테니 놀라지 않게, 좋은 꿈을 꾸고 있다면 방해 되지 않게. 눈은 뜨지 못하는데 알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입꼬리에 걸린 작은 미소. 사춘기 딸과 하루의 시작이 좋다. 오른손을 머리에 얹고 아침 기도를 해 준다. 내 입가에 조금 더 커다란 미소를 담아서.

아들은 초등 고학년이 되고 딸은 중학생이 된 남매가 요청을 했다. 국, 밥, 반찬 몇 개 뿐인 아침 식탁이 부담스럽다고. 아.. 요즘 아이들에겐 그런가 보다. 엄마는 생각 끝에 밥심이라는 고집을 내려 놓기로 했다. 간단한 요기들을 찾아 아침 식탁에 올렸고 과일의 종류를 늘렸다. 식탁에 앉으며 “잘 먹겠습니다.”, 다 먹은 그릇을 들고 일어날 땐 “잘 먹었습니다.”를 전한다. 엄마의 애정을 알아 주는 아이들의 답가는 이걸로 충분하다. 아침 식사 시간이 줄어든만큼 등교를 준비하는 시간에 살짝 여유가 생겼다며 좋아하는 남매. 아침을 거르는 아이들이 많다는데 무엇이든 먹고 가니 엄마에겐 이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서로를 이해하고 위하는 모습. 우린 이렇게 또 배워 간다.

아이들을 보내고 흐트러진 침대를 정리한다. 설거지를 마치면 베란다 창문을 열고 청소기를 돌려야지. 그렇게 분주한 아침 루틴을 끝내고 나서야 주어지는 쉬는 시간. 커피를 내린다. 어제 아침엔 예가 체프였으니 오늘 아침엔 만델링으로 하자. 내가 준비하고 내가 누리는 오롯한 시간. 선물 받은 쿠키를 접시에 덜어 소파에 앉는다. 퍼지는 커피향만큼 깊어지는 고요함. 이 커피를 마시고 나면 책읽기에 참 좋은 시간이지.


병원 가는 여러 날 중,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만큼은 혼자 다녀 와도 충분한 길이다. 그런데도 함께 가야한다는 남편. 고집 부리지 말고 출근하라고 설득해 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너 혼자는 안 돼.”였다. 왜? 모르는 길도 아니고 운전을 못한는 것도 아닌데. 하루 전 날 다시 설득해 본다. 안 넘어간다. 장난끼 담긴 웃음 뒤로 남긴 말은, “너 좋아하는 떡볶이 같이 먹으러 가야지.” 별 것 아닌 말에도 감동받을 나이인가 보다. 잊지 않고 써주는 마음. 얼굴을 돌리고 소리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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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전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인 닉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삶이 송두리채 먹구름 속에 같은 기분이었어다고 해요. 하지만 늘 되새긴 의지를 기억했어요! 바로 짙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더라도 지평선 어딘가에에는 밝은 곳이 있게 마련이라는 거요.

그녀는 어느 날 아침 샤워를 하다가 문득 하루 하루 살면서 기대할만한 것들을 목록으로 정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목록을 하나씩 기록하면서 그 가운데 꽤 많은 걸 곧바로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요. 기대한 일을 실행에 옮길 때 얻는 만족감은 기대하는 즐거움 못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중 몇 가지를 그림과 함께 SNS 올렸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웠어요. 수많은 사람에게서 답장이 날아온 거예요.

작가의 물음에 저역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떠올려 보았어요. 생각보다 술술 나오더라고요. 적자 하면 글이 넘칠 것 같아 가족 관련 이야기로만 추려 끄적여 봤지만 이 외에도 때마다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주는 지인의 문자나, 라디오에서 애정하는 곡이 나올 때 역시 별스럽지 않은 일이지만 꽤 미소 짓게 되더라고요.

이웃님들께는 어떤 기쁨의 이름들이 있을까요? 어쩌면 한참을 생각해야 떠오를 수도 있어요. 아직 모르겠다면 까짓것 하나 만들면 되지요! ㅎㅎㅎㅎ 어차피 살아내야 하는 일상, 커다란 한 방이 아니더라도 작은 기쁨으로 채워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혼자 보기 아까워 선물하고 싶은 책 <내가 아는 기쁨의 이름들>. 곧 올 2024년 우리의 매일에 우리만의 기쁨의 이름들을 새롭게 채워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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