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킹의 후예 - 제18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이영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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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상은 반복된다. 즐거웠던 일들도, 슬펐던 일들도 무력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저그런 흑백사진처럼 멀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모든 게 끝나버리면 더이상 슬퍼할 이유도, 아파할 시간도 사라져 버린다. 습관적으로 멍해지던 때가 있었다. 내가 속한 세계에서 물러나고 싶었다. 그렇게 살면 나는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내 속에 고인 눈물을 모른 척 할 수 있었다. 일부러 들리는 말들을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래요?" 하고 모르는 척 넘겨 버리기 일쑤였다. 모르는 척, 안 들리는 척, 못 알아듣는 척. 그런 척.척.척들은 나를 아주 안전하게 지켜주었다.

 

내 주위를 단단한 유리벽을 쳐놓았던 세계를 깨게 된 건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내 존재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만 같은 위협을 느끼게 됐던 거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고, 자신들이 지닌 날카로운 것들로 지독하게 들쑤셔 나를 상처입혔다. 그건 오랫동안 묵혀뒀던 내 상처이기도 했고, 그들의 상처이기도 했다.

 

이영호.

그를 통해 잊고 있던 내 상처를 만났다.

 

생명보험회사 심사팀에 근무하는 서른 둘의 영호는 암판정을 받은 마흔 살의 채연을 만난다. 이유랄 것도 없이 이끌림에 의해 그녀를 보기 위해 자주 병원에 다니게 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둘은 결혼하기로 한다. 채연에겐 열세 살의 아들이 있다. 아들 샘을 데려오기 위해 채연은 결혼을 선택하고, 영호는 동의한다. 모든 것들이 순조롭고 순탄해보였다. 하지만 문제의 시작은 그때부터였다. 영호에게만 말문을 닫아버린 샘. 암치료로 정신없는 채연.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이의 팔을 부러뜨려버리는 윤필. 그것을 그냥 못 보고 지나치는 안.

 

영호에겐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일상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툭툭 불거져 나오자 방황하고 헤맨다. 해결해야 할 방법은 찾아지지 않던 어느 날, 샘의 유일한 취미가 텔레비전 시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채널검색을 해보았다. '변신왕 체인지킹'이라는 특촬물만을 연속해서 보는 샘. 점점 이해할 수 없는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영호와 샘은 여전히 침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변신왕 체인지킹을 매개로 샘과 가까워지고 싶은 시도를 하던 중 만나게 된 라이더레인저라는 닉넴을 쓰는 민. 민은 몇 년째 바깥에 나오지 않고 칩거중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민과 끊어질 듯 말듯한 대화들이 이어지고 그 속에서 영호는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자살한 안의 아들과 닮았다는 영호. 안은 아버지가 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걸 잠자코 바라볼 순 없었다. 안은 윤필의 가정사를 자극하고, 그에 화가 치민 윤필은 가위로 안의 어깨를 찌른다. 그 사건은 영호를 변하게 한다. 

 

 

아버지가 없는 세대의 마지막 생존자. 체인지킹의 후예가 될 것인가. 

그 대를 끊어버리고 진정한 아버지가 될 것인가.

 

모든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영호는 좋은 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 결심과 용기가 영호의 아픔을 덜해주는 것도, 두려움을 가시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제야 이 아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아이는, 그러니까, 겁을 먹고 있었던 거다. 나처럼, 아버지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고, 변한 환경에서 잔뜩 주눅이 들어 제대로 입을 열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런 아이에게 겁을 먹어 아무 말도 건네지 못했다. -387

 

얼마 전, 고민을 얘기하는 TV 프로그램에서 말문을 닫아버린 아버지와 아들이 나왔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 아이의 실수를 그냥 넘겨 버리지 못하고 화가 난 나머지 때렸는데 심각하게 다쳐서 그날 이후로 십 년이 다 되어 가도록 서로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군대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고, 그 관계의 골이 깊어져 아들은 이대로 사는 것이- 서로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이 - 이제는 편해졌고 곧 군대도 가기 때문에 더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화라는 것이 그랬다. 한 번 말문을 닫아버리면 그 다음은 더 힘들어진다. 시간이 흘러 버리면 그것에 익숙해져 버리고 더이상은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그냥 흐르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마음은 모른 채 각자의 마음 속에 상처들만 더 곪아터지게 된다.

 

 

작가는 아버지가 없는 세대들이 어떻게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실제로 아버지가 없는 세대들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어도 대화와 소통이 부재된, 윽박지름만이 난무한 상처입은 세대들에게 어떻게 좋은 아버지가 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다."

민을 가리키며 나는 말을 이었다.

"나는 절대로 체인지킹의 후예 같은 건 되지 않을 거다. 그 아이도, 샘도 마찬가지야. 나는 결코 그애를 아버지 없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을 거다. 내가."

함부로 올리지 못했던 말이 목구멍에서 끓었다. 나는 입을 열고,

"내가 그 아이의 아버지가 될 거다."

말했다.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다. 하지만 가슴은 더할나위없이 후련했다. -338

 

 

샘의 아버지가 될 거라고 선택한 영호의 외침. 이것이 바로 그 질문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샘과 마주하고 밥을 먹으며 자신의 진심을 얘기하는 장면을 보고 나는 울컥 울고 말았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소박하게 함께 밥 먹으며 진심을 이야기하는 것. 서로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그로인해 정말로 행복해지는 것.

 

우리에게는 언제나 기댈 언덕, 아버지가 필요하다. 그 아버지가 어떤 존재이든 상관없이 사랑받고 싶은 것이다. 사랑받지 못할까 두려워 말문을 닫아버린다해도. 그건 사랑의 다른 형태일 뿐. 언제나 먼저 손을 내밀어주기를, 단단히 만들어놓았던 유리벽을 녹여 내 속으로 들어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대화와 소통을 잘 하지 못하는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좋은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내 속에 깊숙히 박아두었던 상처들을 꺼내어보고 실컷 울기도 했다.

 

 

아, 나도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변신!" 하고 외치고 싶다.

 

"변신!"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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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위로 - 누구도,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이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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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 몸과 마음을 누군가 짓누르는 듯 갑갑했던 겨울날이었다. 온몸에 있던 기운이 쑤욱 빠져나갔고 어떤 의욕도 생겨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다가 골목 구석에 불빛 하나가 보여 그냥 아무생각없이 버스에서 내려버렸다. 불빛을 따라가보니 그곳엔 이제 막 준비에 들어간 포장마차 하나가 있었다. 주황색 천막을 깨끗하게 털어내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여러 개의 알전구의 빛을 확인하는 남자 분의 눈과 손이 부산스러웠다. 함께 있는 여자 분은 그 분의 아내인 듯 보였는데 앞치마를 둘러매고 갖가지 야채들을 썰고 있었다.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오픈 준비에 바빴던 두 분은 나를 보고 화들짝 놀라더니 금세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 안내했다. 춥지 않도록 전기난로를 켜 주었고, 투명한 막도 둘러쳐주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지도 않은 채 한참을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쿵짝쿵짝, 리듬감 있는 소리로 울려퍼지는 야채 써는 소리, 눈빛으로 교환하며 서로의 동태를 살피는 부부의 모습, 새로운 시작을 알리듯 반짝 빛이 들어와 주변을 비추는 노란 알전구, 그 사이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국물의 입김..... 모든 게 너무도 따뜻해서 순간 움츠러들었던 내 마음이 사르르 녹아드는 것 같았다.

 

 

 손님을 위해 정성을 다해 만드는 음식. 자신의 부푼 사랑을 녹여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음식. 그것은 분명 우리가 때로 길을 잃고 헤매거나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늪에 빠졌을 때 아주 간단히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음에 틀림없다는 걸 아마 그때 알았던 것 같다.

 

 이유석 세프의 '맛있는 위로'. 이 책은 바로 답답했던 마음을 위로 받고 싶었던 그날 보았던 한줄기 빛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국물의 입김처럼 따뜻하고 환했다. 얼마 간 침울해 있던 나에게 다시 힘을 실어준 그런 기특한 책이기도 했다.

 이유석 셰프는 압구정에 있는 '루이쌍끄'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다. 이 프렌치 레스토랑은 점심 때는 운영하지 않는 심야식당이다. 그는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랑스 요리들을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때론 친구처럼 때론 연인처럼 혹은 가족처럼.

 

 

 각 챕터별로 들려주는 그가 만난 사람들과 그 속에 녹아든 이야기와 맛있는 음식들은 그 속으로 푸욱 빠져들게 만들어 급기야는 마치 그 음식을 그에게 대접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가 소개하는 음식들은 이야기 말미에 레서피가 함께 제공되어 있다. 금방이라도 후라이팬이나 오븐을 들고 조리를 해야할 것 같은 유혹에 빠진다. 그러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며 군침을 꼴깍 삼키다보면 발끝에서부터 머리 끝까지 허기가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 허전한 마음에는 온기를 불어넣는 책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거짓말하지 않는 뱃속은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기이한 책이었다.

 

 

나이는 많지 않은 서른 초반의 훈남 이유석 셰프 또한 이 자리에 오기까지 험난한 여정들을 많이 겪었다. 외로움에 허덕이기도 했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기도 했고,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단 하나. 누군가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그들이 자신처럼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는 것. 그래서 결국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위해 언제나 온 정성을 쏟아부어 요리를 했으며 자신과 꼭 맞는 새로운 사랑도 찾게 되었다.

외롭던 시절, 자신의 주위에 아무도 없더 여겼을 때 동료가 끓여준 마늘 수프.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 덕에 감기도 낫고 외로운 마음도 치유받았다는 이유석 셰프. 결국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관심이었을까.
요리사 지망생이라는 한 청년이 레스토랑을 방문하여 셰프에게 후라이팬으로 스테이크를 굽는 방법을 물어본다. 꿈을 이룬 누군가가 꿈을 꾸는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 또한 음식이란 기특한 녀석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 사랑하는 연인과 늘 함께 먹었던 달콤한 수플레. 듬뿍 떠먹고 한없이 달콤한 수플레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모든 게 사라지는 것처럼 가끔은 불현듯 찾아오는 이별. 그래도 늘 달콤함을 꿈꾸며 우리는 음식을 통해 황홀함의 세계를 먼저 느끼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달콤한 쇼콜라. 낙방을 거듭하는 취업 준비생에게 건네는 음식.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멈추지만 않는다면 분명 네가 찾는 달콤함은 여기, 이곳에 있다는 걸 당당히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겠다는 듯 진하고 달달한 이 맛!  

 

가끔은 아무 말 없이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이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그건 마치 '나는 너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는 말이 생략된 침묵의 대화인지도. 음식에는 분명 그런 힘이 있다.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밥'을 함께 먹으라는 얘기가 있듯이. 함께 식사를 한 사람과는 친밀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친밀함이 쌓이면 서로의 취향을 알게 되고, 그러다보면 추억이 쌓이는 것 같다. 아, 이 음식! 엄마가 참 좋아할 텐데...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고 추억하게 되는 것.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수많은 추억을 떠올렸다. 그 속에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을 이유석 셰프와 함께 만났고 함께 공감했고, 내 속에 녹아든 음식과 함께 떠오르는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떠올리고 마음으로 만났다. 그래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최상의 행복이 아닐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서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야기가 바로 무얼 먹을지에 대한 갈등인 것처럼. 그 선택에 대한 갈등도 어찌 보면 행복한 고민인 것 같다. 서로의 취향을 조합해서 가장 만족할만한 음식을 골라 먹는 것!

 

 

이유석 셰프는 비록 단 한 번을 찾더라도 자신의 가게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그 분이 바로 '단골 손님'이라고 정의 내렸다. 아, 이 분 정말 책을 읽는 내내 너무 멋져서 이 가게에 가서 꼭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졌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행복하게 요리하는 이유석 셰프.

 

그는 마지막으로 개인적이면서도 수줍은 고백을 하고 이 책을 끝낸다. 아름다운 연인이 생겼다고. 새로운 사랑을 하고 있다고. 두 분은 정말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마지막을 연인의 이야기로 장식한, 그만큼 사랑받고 있는 이유석 셰프의 연인이 한없이 부러워졌다. 맛있는 요리처럼 멋진 사랑하시기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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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청소부 소소
노인경 글.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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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한 소녀가 '뭉글뭉글'을 머리 위에 이고, '반짝반짝'을 손에 쥐고 '말동무'를 다리에 붙이고 구부정 나를 바라본다.

'비밀'이란 책 옆에는 청소기구가 가득 실린 자동차가 지나간다.

 

책청소부 '소소'를 소개합니다!!!!

책 청소부 소소는 무척 바쁘다. 많은 사람들이 소소에게 전화를 걸어 책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지워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얼른 차를 타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소소. 오늘은 또 무슨 책일까.  

빨간 머리 앤이 약장수 말에 속아서는 염색약을 쓰면 까맣고 찰진 머릿결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홀딱 넘어가 초록색 머리가 되어 버린 앤이 슬퍼하는 부분. 바로 초록 머리가 된 부분을 지워 달란다.

자, 준비 됐지?

소소는 열심히 책을 끄집어내어 청소기로 글자들을 빨아 당긴다.

 

가끔은 자신이 주인공인데 왜 이러냐며 무진장 떼어내기가 힘든 글자들도 많다.

위협하는 '조각'이라는 글자도 있었고, 징징 울어대는 '슬픔'이라는 글자도 있었다.

매달리는 것도 단어들 별로 가지각색이다.


그래도 고객이 원하면 하는 것이 소소의 의무 아닌가. 소소는 책 청소부니까.

매정하게 그 단어들을, 문장들을 떼어내고 청소기에 밀어넣는다. 미안하지만 안녕.

 


청소기의 단어들을 털어내니 방안에는 온통 단어들로 그득하다. 그들은 소소와 함께 놀자고 징징댄다. 좋아. 소소는 함께 끝말잇기도 하고, 글자를 따라 파도를 탔다가 화살을 쏘았다가 우산을 썼다가 줄넘기도 하고! 놀거리는 밤을 새도 다 모자랄 정도였다.

와, 도서관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어. 온 동네에, 온 도시에 글자들이, 문장들이, 책들이 둥둥 떠다니고,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고 뛰어가고. 가끔은 그들도 책속에 박혀있기 보다는 바깥 공기를 시원하게 맛보고 싶지 않았을까. 단 하루만이라도 자유로워지기를!

 

 

 두고두고 읽었으면 좋을만큼 내겐 좋은 그림책이었다.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다. 어른들은 늘 전체를 봐야한다고 말하지만 문장 한 줄 한 줄, 단어 하나 하나에 답해주느라 책 읽는 게 느리다는 노인경 작가의 말. 나도 그랬다. 전체적인 건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소하게 나마 한 줄 한 줄을 느끼는 것이 좋았다. 어느 쪽이 부족하면 다른 쪽을 개발하는 게 좋은 게 아닐까. 어쩌면 소소한 것들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기 때문에 이 소녀의 이름은 '소소'일까.

 

 나는 잠시 이 책을 읽고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별'을 지워 버린다면 양치기는 그 아름다운 밤, 별자리에 대해 말하지도 못했을 거고 어둠 속에서 할말 없이 쭈뼛거렸겠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달빛을 없애달라고 한다면 허 생원은 크하, 하면서 첫사랑 이야기를 주구장창 하지도 못했겠지. 난 왜이리 고약한 상상만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꼭 있어야만 이야기가 만들어지겠지만 없다고 생각하니 우스꽝스러워진다. 피식 혼자 웃었다. 그리곤 수많은 전쟁과 다툼과 슬픔과 아픔이 담겨진 책에는 아름다운 별빛과 따뜻한 햇살과 달콤한 위로와 반짝이는 평온을 넣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소소는 청소부라서 지우는 역할만 할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자신이 지운 단어가 꼭 필요한 곳이 있다면 기증하는 것도 좋은 일이 되겠지. 나에겐 쓸모없는 조각 하나가 누군가에겐 반짝 떠오르게 만들어 줄 단 하나의 희망이 될 수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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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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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소유할 수 없는 무엇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애인' 혹은 '남편'이나 '아내' 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구속하고 가끔은 서로가 상대방을 소유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유하지 못하는 다른 세계 그리고 발을 디뎌서는 안 되는 금기의 세계로의 욕망이 불거진다.

 

여기 한 여인이 사랑하는 한 남자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인이 사랑하는 남자는 외국인이며 유부남이다. 사회적인 금기의 대상을 사랑하는 여인은 온통 열망으로 부풀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그 사람을 생각하고 기다리는 일에 다 써버린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채워진 가슴 속에서 그녀에게 삶이란 단순하고 명료한 것이 된다. 그 사람과 관련된 것 아니면 그렇지 않은 것. 그 남자와 관련된 모든 것은 의미있는 일처럼 여겨지고 그 외의 모든 것은 쓸모없는 일처럼 느껴지는 것.

 

'단순한 열정'을 읽으며 내내 나의 이십대를 떠올랐다. 그 이전에도 내 생은 거의 '사랑에 대한 열망'으로만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십대는 그 깊이가 남달랐다. 한 남자를 아주 오랫동안 사랑한 기억은 없다. 대신 사람을 바꾸어 가며 온통 한 사람만 생각하는 시간을 즐겼다. 그것만이 부풀어오르는 마음을, 벅찬 가슴을, 뜨거운 심장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시간만 나면 편지를 쓰고, 문자를 보내고,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와 함께 보낼 시간을 상상하며 행복해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내 열망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거북의 등껍질이 분리되면 이미 거북의 생은 사라지는 것처럼 그 열정이 사라지면 내 존재가 산산조각 날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때때로 열망이 사라질 때면 그 허한 공간을 채우기 위해 얼른 다른 상대를 집어 넣어 나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했다.

 

그리고 온통 누군가로 채워져있던 이십대가 조금씩 저물어감에 따라 나는 내 삶을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고, 사회는 열망만으로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고 나를 부추겼다. 열망이 서서히 꺼져갈 무렵 오히려 난 담담해졌고,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 누군가에게 홀딱 빠져 그 사람의 생각만으로 하루를 채웠던 내 생활이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과 사실 내가 그 열정을 늘 택했던 것은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게된 것이었다.

 

 

깊은 내면에 자리하고 있던 내 우울과 내 슬픔 그리고 한없이 깊은 어둠을 끌어올려 마주할 힘이 내게는 없다고 생각했다. 보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린 나는 에너지를 소모하기 위해 열정을 따라다녔다. 누군가에게 빠져 있는 동안, 사랑한다고 믿는 동안 더이상 그곳엔 '나'는 없었다. '나' 자신이 빠진 모든 공간에 다른 사람들로 알록달록 채색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단순한 열정'이란 책을 내려 놓으며 나 자신을 마주한다. 스스로에게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쓸 수 있었던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나에게도 붙잡고 싶은 시간들이 있었다. 한껏 부풀어올라 심장이 가득가득 채워지며 온몸에 세포가 번져가는 그 느낌. 거의 중독처럼 퍼져나가던 그 온기들. 그 시간들을 붙잡을 수 있다면 내 목숨을 내 놓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들을 아니 에르노는 글쓰기라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자신이 겪지 않은 것은 절대로 글로 쓰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에서 힘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단순한 열정'은 더욱 빛을 발한다. 마음에 다가가는 지름길은 가장 솔직한 것이 아닐까. 아무나 솔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 안에 단단한 믿음이 있어야만 한다. 자신과 마주할 커다란 용기 또한 있어야 한다. 그녀의 솔직함에 잠시 기대어 나 또한 이제는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 자신과 마주하고 싶다. 열정들은 잠시 내려 놓고, 담담하고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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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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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환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위험한 소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

 

 

충분히 외로워할 시간

 

                              혼자만의 시간

 

                                                           자기 존재와 마주할 시간

 

                                          환상을 깨뜨릴 시간

 

                                                                               감정들을 바라볼 시간

 

            나 자신을 기다리는 시간

 

 

 

 한 아이가 울고 있다. 사랑이 끝나 버린 것이다. 그 아이는 마치 이 순간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허무한 눈망울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다. 대상이 나타난다. 첫눈에 반한다. 편지를 쓴다. 그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한다. 행복해진다. 마음 속에 자리잡던 허허로운 벌판들이 알록달록한 빛깔의 꽃과 나무들로 채워진다. 환상 속에 그대는 환한 빛 속에서 내내 웃고만 있다. 따뜻한 공기가 피어오른다. 조금씩 한 걸음씩 그에게로 다가간다.


"당신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정말 당신을 좋아해요!"

 

 당찬 고백이 이어지고, 뒷걸음질치는 아이 앞에 한 사람. 그렇게 멀리 멀리 떠나버린 사람 앞에서 아이는 또 울고 있다. 아이는 얼마 간 아플 것이다. 그리고 개운하게 기지개를 펴고 일어날 것이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세상을 향해 성큼 걸어나가는 날, 아이는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아이는 바로 '사랑 중독자'인 나다. 나는 늘 이뤄지지 않을 상대를 골라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희망 없는 뿌리에 꽃이 피어나길 기도하듯 고백을 했고, 결과는 늘 비참했다. 이런 나를 지켜보는 친구는 안타까워하며 좀더 어울리는 상대를 찾아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자주 충고했다. 하지만 나는 고통에서 금세 빠져나와 새로운 대상을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 대상을 찾는 순간 한껏 벅차오르는 그 감정을 사랑했다. 그랬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내 자신, 그러니까 '사랑' 그 자체에 빠져버린 것이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에도 '사랑' 그 자체에 빠져 버린 에미가 등장한다. 에미는 잡지 정기구독을 취소하기 위해 메일을 보낸다. 주소를 잘못 기입하는 바람에 레오에게 잘못된 메일이 도착한다. 거기서부터 에미와 레오는 운명처럼 자연스럽게 '메일 데이트'를 시작한다. 메일을 기다리는 시간 사이사이에서 그들의 환상과 사랑은 섬세하게 피어오른다. 기다리는 동안 실체가 없는 한 사람을 기다리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남편과 함께 잠들어야할 시각에도 살짝 빠져나와 모니터를 바라보며 메일을 기다리는 에미. 자는 동안 에미의 메일을 놓칠까봐 에미 메일 알람을 설정해 놓은 레오. 에미와 레오는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단지 '글'을 통해, 행간과 행간 사이의 정적과 고요를 통해 서로를 느낀다.

 

 에미는 두 아이를 가진 남편과 결혼한 서른 넷의 여성이고, 레오는 얼마 전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아픔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서른 여섯의 남성이다. 그들의 이메일 사랑이 위태로운 이유는 바로 가정이 가진 여자와 싱글인 남성의 환상이 불러일으킨 사랑이기 때문이다. 

 

 에미는 확신했다. "레오, 당신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어요. 저는 당신과 사랑에 빠지지 않아요!!!! 로맨스든 불륜이든 외도든, 그런 건 생기지 않을 거예요! 그냥 만남이 있을 뿐이에요."(p.287) 하지만 모든 걸 확신하는 사람일수록 강하게 흔들린다는 걸 나는 안다. 에미와 레오의 이메일 데이트를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마치 내가 에미가 된냥 레오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나또한 한 아이의 엄마이자, 버젓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서른 살의 여성이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이렇게 위태로운 시기가 찾아올거란 생각을 한다. 그럴 때면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감정이라는 것은 참 우습게도 아주 사소하게 시작되어서 빠져들기 시작하면 절대로 중간에 멈추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 번 만나고 그만 둬야지 생각했다가도, 한 번 만나면 한 번만 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 하면서도 끝나지 않는 것이 만남의 법칙이다. 거기다 사회, 문화적으로 금기시되는 금지된 사랑이라면 그 관계의 벽 사이에서 더 불타오르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점차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자 머리가 그쪽으로 굴러가 버린다. 다시는 이런 사랑을 만나지 못할 거란 슬픔, 왜 하필이면 지금 나타났을까 하는 신에 대한 원망, 이 운명적인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까지 버무려져서는 도무지 멈출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때부터 감정의 모험이 시작된다. 그 모험은 끝장이 나고서야,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고서야 자신의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환상이 깨어지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에미와 레오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사랑이 변하면, 비밀이 폭로되면 어떻게 될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하지만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어떠한 일에 맞닥뜨리게 되면 으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만은 다를 거야.' , '정말 운명이라는 게 있을지도 몰라.' 그들 자신의 시간들이 실체도 없는 환상에 장악되어 현실의 생활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신경쓸 겨를도 없이, 그들은 이미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막바지로 흘러가면서 이야기는 점점 그들의 만남으로 집약된다. 메일 내용을 소중하게 인쇄하여 서류철에 묶어 보관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에미의 남편 베른하르트. 현실 속에서 남편의 눈을 바라보지 않는 에미. 에미의 남편에게 꼭 한 번 자신의 아내를 만나 환상을 깨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레오. 과연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때는 두 아이가 있는 나이 많은 남편을 열정적으로 사랑했을 에미임을 알기에 나는 슬펐다. 식어버린 열정은 평화로운 일상을 견뎌내지 못하고 에미를 들쑤셨을 것이다. 외롭고 텅 빈 감정에게 어서 색다른 공기들로 가득 채워달라고 졸라댔을지도 모른다.

 

 아주 사소한 i 하나로 잘못 보내진 이메일을 통해 서로가 연결되었던 것처럼 그들은 a와 i 차이로 만남이 깨어진다. 늘 에마로 부르던 남편이 레오를 만나러 나가던 에미에게 레오만의 애칭인 '에미'로 부르는 순간 에미는 레오의 만남을 포기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 레오의 메일 계정은 사라진다. 처음부터 몰랐던 사이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다시 원점이다. 남은 건 헝클어진 세 사람의 마음 뿐.

 

 사랑할 대상이 없었을 때는 사랑하는 관계의 이별조차도 부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진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헤어지게 되었을 때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심장이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으면 싶었다.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돌덩이가 되어버렸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지고 난 뒤의 그 허전함은 내 마음에 자리조차 없었던 외로움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나는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시간들로 채워져 갔다. 그리고 지금 사랑하는 자신에게 빠진 에미, 환상 속에 빠진 에미와 마주했다. 그리고 알았다. 우리는 대상이 다를 뿐 모두들 뭔가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기자신과 마주하는 것을, 혼자 남겨지는 것을 잊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는다. 사랑에 중독되는 것도 그렇고, 스마트폰이나 술, 텔레비전 등 수많은 것들을 하며 우리는 허전함을 채우려고 애를 쓴다.

 

 새벽 세시, 차가운 바람이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시각. 나의 역사를 알고 있는 별빛들이 흐르고, 나를 더욱 환상의 세계 속으로, 그 유혹의 손길로 이끌 밝은 달도 두둥실 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모험에 나선, 현실을 망각한 에미의 최후를 보고 나서야 나는 깨닫는다. 그 지독한 설렘이, 목이 타는 기다림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는가를. 지금 나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독될 대상이 아니라 텅빈 혼자만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한눈 팔려 돌아보지 못한 내 자신을 마주할 시간. 소리없이 우울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 내 감정의 소용돌이를 끝까지 쫓아가보는 일. 혼자 있는 시간을 그저 조용히 지켜보는 일. 그리고 몸서리치도록 한껏 외로워지는 일. 그래, 우리는 충분히 외로워할 시간이 필요하다. 가슴 벅찬 열정 대신 외로움을 느끼는 일. 그러면서 나 자신이 나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젠 잃어버린 내 자신을 찾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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