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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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사랑이란 물지 않는 입이다.

혹은 주인에게 대드는 개처럼 상대방을

배신하고 물어뜯을 가능성이기도 하다.

1부 / 17.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작가

이탈리아 작품

문예출판사 출간 2019.12.

전쟁은

영웅의 이야기도 하지만, 곧

아무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쟁은

우리의 생각을 둘로 갈라놓는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기로에서 생존 본능에 충실한 모든 감각을 열고

뜨겁거나 차갑거나.

흡수하거나 토해내거나.

미지근한 것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아무도 달려들지 않는 것이다.

1943년 가을, 스물여섯 로자 자우어는 히틀러의 시식가가 되었다.

로자는 나치 추종자가 아니다. 하지만 히틀러를 위해 일한다. 하루 세 번 그의 음식을 미리 맛보는 죽음의 총알받이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몰라야 하는 것처럼 굴었다. 그녀를 포함한 그들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생각 없이 그 비밀 임무를 받아들였다.

로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제껏 내가 상상했던 전쟁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영혼들이 눈에 그려졌다. 마음대로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삶을 통째로 조종당하고 있었다. 전쟁을 모르는 나는 종교적, 경제적, 이념적으로 전쟁사를 읽고 토론하며 결과를 정리하고 외우면 그 잔혹한 일말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나에게 각인되어 반전에 한 표를 던지는 평화주의를 자처하면 되는 줄 알았다.

정말 그랬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이다.

결혼하고 1년 만에 남편 그레고어는 전쟁에 자발적 지원하여 자신의 영웅적 정체성을 입증하노라 떠나버리고 홀로 버티며 공포스러운 시간을 시부모와 함께 기다림으로 살아간다.





위가 음식을 받아들인 것이다.

내 몸은 총통의 음식을 흡수했다.

이제 총통의 음식은 피를 타고 내 몸속에서

순환하고 있었다. 히틀러는 무사했고

나는 또다시 배가 고팠다.

1부 / 19.


로자는 무기가 아닌 포크로 전쟁을 이야기하는 여자가 되었다.

포크는 로자에게 사랑이었다가 삶이었다가 죽음이었다가 역사가 되었다가.


그레고어가 일부러 자기 포크로 내 포크를 막는 순간 흡사 그가 내 몸을 만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1부 / 26.


로자는 베를린 토박이. 전쟁으로 부모를 모두 잃었다.

그레고어를 따라 정착한 그로스-파르치.

히틀러의 동부전선 본부인 ‘볼프스샨체(늑대소굴)’가 있다.

이곳에서 소련과 대치한다. 우월한 아리아인으로서 선택받은 로자 외에도 열 명의 여성들을 모아 자신의 음식을 미리 먹어보게 했다.

그녀들은 한 단위로 묶여 함께 죽거나 함께 살아남을 것이다.





로자는 그녀의 아버지처럼 나치 추종자가 절대 아니었다. 삶이 그랬다.

그레고어는 자신의 신념과 달랐던 전시 상황에 갈등을 겪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휴가를 나오기로 했지만 로자에게 전달된 것은 그의 실종 전보였을 뿐이다.

그렇게......


봄이 온 것이다.

나는 그리움의 대상이 없는 향수병을 앓았다.

그레고어에 대한 그리움만은 아니었다.

나는 삶이 그리웠다.

1부 / 131.


로자는 히틀러의 음식을 먹으며 삶과 죽음 사이를 오고 갔고,

함께 한 열 명의 그녀들은 작은 독립국의 일원처럼 그 안에서도 무리가 갈렸다. 그리고 상상할 수 없었던 반전의 분열도 있었다. 정치란 그런 것이고, 분쟁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전쟁을 치른다. 통솔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약자도 강자도 선과 악이란 생존 본능에 따른 선택일 뿐 가치를 나누는 사치일 수 없었다. 그 순간에는.

로자가 그리워한 삶 속에 고통은 그녀 인격의 일부분이 되었다.

그녀는 히틀러 친위대 장교 치글러와 사랑에 빠졌다.

새로운 히틀러의 음식을 맛보듯 그렇게 그녀는 새로운 치글러와의 사랑에 대한 음식을 맛본다. 그녀의 삶 속에 포크가 위태롭게 돌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로자는 그레고어를 생각한다.

실종되기 전에 그는 몇 명이나 죽였을까, 하고. 치글러는 독일 남자로서 독일 여자와 맞섰지만 그레고어는 외국인과 맞서야 했음을..... 삶을 포기하기 전 그레고어는 치글러보다 더 큰 증오를 느꼈을 것이라고. 아니 어쩌면 그는 그저 무감각해졌을 수 있다고.

그러고는 로자가 실종된 남편에게 화를 냈다.

그러고는 다시.

"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나약함은 나약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내면에 내재되어 있던 죄책감을 깨운다."


치글러는 내 얼굴에서 손을 떼어내고 내 몸을 덮쳤다.

손가락을 갈비뼈에 갖다 대고 열두 번째 갈비뼈를 힘껏 쥐었다. 모든 남성을 대표해서 그 갈비뼈를 다시 취하려는 것처럼.

......

그 고독한 비밀 속에서 나는 완전한 해방감을 느꼈다. 내 삶을 통제해야 한다는 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나는 우연에 운명을 맡겼다.

2부 / 231~232.


로자의 신념이 혼돈 속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고 무너지는 것을 보며 비난할 수 없으며 탓할 수 없음이었다. 삶을 찾아가는 로자의 웃음을 저주할 수 없었다. 그녀 또한 전쟁의 피해자이며 동시에 가해자이며 선과 악을 한 몸에 안고 가는 폭탄 같은 몸이었다.


다시 한번 우리는 사랑을 논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확실하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전복되는 절단된 시대를 살 고 있었다. 가족이 해체되고 생존본능조차 망가진 그런 시대를 살고 있었다.

2부 / 275~276.


소련과 전쟁을 일으키고 히틀러는 막대한 피해 속에 점점 쇠퇴해져가고 있다. 세계의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로자는 자유가 기쁘지 않았다. 살고자 탈출하는 것은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했다. 열 명의 시식하는 그녀들 속에 독일인을 가장한 반유대인이 숨어 있었고, 한 단위였던 그녀들 안에서 유대인에 대한 속출을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괴롭고 두렵기만 했다.

나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로자를 통해 여자들의 전쟁을 보았고, 여자들의 현실을 보았다.

그레고어의 실종과 치글러의 존재감을 통해 로자의 일생이 어떻게 단죄되는지도 보았다.





로자의 실제 인물인 마고 뵐크는 실제로도 70년 동안이나 자신의 은밀했던 일들을 침묵으로 봉인해 두었었다. 전쟁은 끝이 났고, 회한 속에 괜찮은 줄만 알았던 그녀들은 고통과 죄책감, 반복되는 트라우마 속에 평생 벌을 받아야 했다.

로자의 벌은 독도, 죽음도 아니라고 말한다. 신은 사디스트라고 말한다.

다른 것도 아닌 그녀가 소망하는 것으로 벌을 주려고 한다. 두려운 살아있음, 생명.

수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이 겨울 크리스마스에 히틀러의 그녀들을 떠올리며 마음이 무거웠다. 지금도 끊임없이 우리를 위험에 몰아넣는 보이지 않는 거래와 공포스러운 대립 속에서 개인 간에, 사회 간에, 나라 간에 일어나는 일들이 나와는 무관하다 말할 수 없다. 로자는 나의 무의식이며 욕망이며 내재된 본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가 포스토리노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시대의 인류는 모순적이다.

나는 언제나 인간의 모호함을 나타낼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한다."





저자 : 로셀라 포스토리노

로셀라 포스토리노는 1978년 이탈리아 남부의 항구도시 레조디칼라브리아에서 출생해 임페리아 지역에서 성장했다. 지금은 로마에 거주하며 집필활동과 동시에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2007년 포스토리노는 전신이 마비된 아버지와 살아가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위층 방(LA STANZA DI SOPRA)》을 발표하고 이탈리아 주요 문학상인 라팔로 신인작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를 시작으로, 과거와 다시 대면해야 하는 가족을 다룬 《신(神)을 상실한 여름(L’ESTATE CHE PERDEMMO DIO)》(2009)과 리비에라 지역의 이야기를 쓴 《밀물(IL MARE IN SALITA)》(2011), 교도소에서 태어난 여자 이야기인 《길들여진 몸(LL CORPO DOCILE)》(2013)을 출간했으며, 그 외에도 희곡 〈당신은 곧 당신이 하는 일이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TU (NON) SEI IL TUO LAVORO)〉(2013)를 발표했다.

히틀러의 시식가이자 유일한 생존자였던, 실존인물 마고 뵐크(MARGOT W?LK)의 고백을 바탕으로 쓴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LE ASSAGGIATRICI)》(2018)은 이탈리아에서 출간 즉시 1개월간 3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 46개국에서 번역 출간되며 5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공포 속에서도 살고자 하는 인간의 생존 욕구뿐 아니라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악의 평범성’까지, 제2차 세계대전의 단면과 그 이면을 균형 있게 다룬 이 소설로 2018년 포스토리노는 이탈리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캄피엘로 비평가상 외에도 유수의 문학상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역자 : 김지우

이탈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유럽연합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이탈리아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버려진 사랑》 《잃어버린 사랑》 《성가신 사랑》, 파올로 발렌티노의 《고양이처럼 행-복》과 발렌티나 잘넬라의 《우리는 모두 그레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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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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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HOUSE of BROKEN ANGELS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삶이란 건달 이야기가 아니라는걸.

삶은 싸움도 징그러운 헛소리도 아니었다.

(......)

자신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거다.

정신이 혼미해진 장례식 / p.26

​*작가소개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Luis Alberto Urrea 장편소설

다산 책방 2019. 12. 19.

1955년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멕시코인, 어머니는 미국인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남아메리카와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 상실, 승리, 죽음 등의 주제를 글로 썼다.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16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펜포크너상, 에드거상, 라난 문학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악마의 고속도로(The Devil’s Highway)』

퓰리처상 논픽션 분야 최종 후보에 올랐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영감을 받아서

쓰게 된 소설로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Top 100,

뉴욕타임스 북 리뷰 선정도서, 뉴욕 도서관 올해의 추천도서,

NPR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되었으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할리우드 TV 영상화를 앞두고 있다.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일리노이주 네이퍼빌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며 일리노이 대학 시카고 캠퍼스에서

문예 창작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멕시코 배경의 남미 소설풍

 

우리나라엔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고 하는데요,

이 책을 어찌 소개해드리면 좋을지......

사실 전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작가의 고향이 이 소설 속에서도 배경이 되는 곳이랍니다.

작가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이 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부터 4대가 내리 겪는 전쟁사이면서

가족사이면서 문학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남미 문학 혹은 라틴 문학은 우리에게 그다지 알려진 바가 많이 없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가장 찬란했던 문명 제국이 무너진 이래, 줄곧 자유를 찾아 꿈과 희망만 품고 살 뿐 언제나 속고 사는 나라이지요.

이 소설은 전쟁을 지나가며 새 땅의 구원을 찾아 방황하는 이민자들의 아픔을 코믹하면서도 넉살 좋은 입담으로 희화화하지만 특유의 유머스러운 흥과 한이 서려 있는 정서가 우리와 비슷한 공감대로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전쟁 통에 미국으로 인해 전쟁난민, 마약과 무기, 성 산업, 최근에는 국경 통제의 피해까지 고스란히 상처로 얼룩진 멕시코인의 이방인 같은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 정독하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1932년, 대대적인 멕시코인 추방 분위기에 따라 남쪽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데 라 크루스 가문은 다시 멕시코인이 되었다. 추방 당시, 2백만 명의 메스티소들이 잡혀서 기차에 짐짝처럼 실려 국경 너머로 보내졌다. 중국인을 잡아다가 추방시키는 데 잠시 싫증이 난 미국이 멕시코인을 대신 겨냥한 게 분명했다.

정신이 혼미해진 장례식 / p.19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원작의 제목은 The House of Broken Angels인데 해석해 보면 일그러진 천사들의 집 정도가 될까요? 우리 제목보다는 오히려 원제목이 소설의 느낌을 더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아서 살짝 생각을 좀 해 봤네요.

주인공은 암 선고를 받은 한 집안의 가장, 70세 빅 엔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약 3주 정도.

공교롭게 마지막 생일파티를 하기 일주일 전 100세 엄마인 마마 아메리카가 먼저 돌아가시게 되었지요. 결국 엄마의 장례식을 날짜를 미루어 묻고 더블로 갑니다~~

4대 식구가 움직이니 대가족의 족보가 등장합니다.

책의 뒤쪽에 가계도가 친절하게 나와 있으니 참고해서 읽어야 해요^^

빅 엔젤의 가족 연대기

파란만장한 삶을 휘모리장단으로 몰아쳐 살다가는 빅 엔젤.

지긋지긋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나 했더니 자손들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이 불한당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진행형입니다.

집 나가요. . . 큰 아들. . . . . 커밍아웃...종교적으로...구원은...안타까운 삶.

이복동생. . . 배다른. . . 엄마는 미국인. . 끼인 방랑자...

세 번의 이혼. . . 여동생

불법체류자. . . 미군에 속아 추방당하는. . . 아들

자식 셋. . . 아빠는 누군지 모르는 사생아를. . . 빅 엔젤이 딸

데드 메탈. . . 히피족도 아니고. . 닭 볏 같은. . 삐죽삐죽 머리. . 손자

욕쟁이. . . 동생 와이프

브리울리오는 2년간 복무했다.

대부분은 독일에서 보냈고,

전투는 한 번도 치른 적이 없었으며,

돌아왔을 때는 헤로인에 절어 있었다.

폭시 레이디. . . (섹시 레이디)

퍼플 헤이즈. . . (마리화나)

 

이 책에서는 이민자의 삶과 죽음이 흐르는 애환이

사막과 물의 밀도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정확한 시간에 정확하게 닿아야 하는 인생입니다.

시간을 어기면 순식간에 물이 삶과 죽음을 가릅니다.

빅 엔젤은 마지막을 그렇게 분 단위로 쪼개어 흘러가고 싶어 합니다.

70세 먹은 말기 암 환자 노인이 100세 마마를 보내며 가족들에게

화해를 청하는 모양새로 말입니다.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 아버지란 자리......

 

"이민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그 애는 물에 빠져 죽었어."

"나도 알아."

"새로운 삶을 찾으려고 했던 아이인데."

"알아."

"우리 민족도 저런 모습이었지. 사막에서 말이야."

우리 민족이라.

정신이 혼미해진 장례식 / p.169

산다는 것은 뭘까......

밝은 빛에게 욕먹는 것 같고,

흘러가는 시간에게도 욕을 먹는 것 같고,

쇠약해진 몸에게도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난 안 울 거다."


 
 

 

빅 엔젤은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많은 여성들이 인권을 보호받지 못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족 사이에 받았을 상처와 학대, 성추행, 근친상간 등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이 각자의 내면 속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분노하는 내면 자아들이 뿜어대는 독설은 받아치는 자의 힘 빠진 속도에 싱겁게 끝납니다.

웃고 떠드는 소소한 생일파티 속에 빅 엔젤은 마지막을 기억하려 합니다.

"골칫덩이가 많군. 그리고 호로새끼들도 많고."

그는 이렇게 말하고 휠체어라는 작은 파수대에 앉아서 모든 이들을 관찰했다. 한때는 죄를 전혀 기억해낼 수 없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 모든 죄악을 전부 다 처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싹 다 말이다.

사람은 남은 시간에 허풍을 떤다.

지금처럼 말이다.

이 집은 오래된 만화처럼 탄력적으로 부풀고 있는 듯 보인다.

몸을 튕기며 춤추는 벽의 쩍 벌어진 틈새 사이로 음악과 먼지가 흘러나온다.

 

 

 

나의 멍청한 기도 제목들

 

빅 엔젤을 중심으로 내가 느낀 바를 따라와 봤는데 어떤지 모르겠네요.

감사를 기록해 보기로 합니다. 써내려가보니 나쁘지 않습니다.

빅 엔젤의 기도 제목들이 하나둘씩 채워지니 하나의 버킷 리스트가 완성되고 있는 겁니다.

죽음을 앞두고 담담히 준비하는 나의 마지막을 상상해 봅니다.

나를 중심으로 우리 가족이 뭉쳐질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망고

(데이브 이 멍청한 자식)

결혼

가족

걷기

일하기

먹기

고수(cilantro)

내 막냇동생

비 온 뒤의 야생화

- 심장이 벌어지면 자그마하고 밝은 씨앗들이 떨어져 나온다

내 자식들보다 더 키가 커지기

온수 샤워

운전

스타킹을 올리는 페를라

돼지기름에 구운 달걀 프라이

토르티야

- 밀가루가 아니라 옥수수 가루로 만든 것!

스티브 맥퀸

침묵

즐거운 이야기

고통 없는 하루

......

판 둘 세를 곁들인 모닝커피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여인들

좋은 직업​

칠리와 토마토가 가득 자란 정원

동생이 해준 키스

라 미니!!!

나의 가족

......

세상을 바꾸는 것

조금씩

좀 더 좋게

지금, 여기서

......

*빅 엔젤의 감사 기도 제목이 어느새 너무 좋은 시가 되었습니다.


 

빅 엔젤, 안녕. 작별

 
 

* 가제본 표지인데 너무 맘에 듭니다.

빅 엔젤이 내게 가장 가슴 울린 문장을 준 부분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남미 문화가 물씬 풍기는 가족 상실의 치유 성장 소설이라는 점 잊지 마시고, 이 겨울이 가기 전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다시 한번 꼭 느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한 시대를 끝내고 백 년의 삶을 묻은

다음 저녁 전에 집에 올 수 있단 말인가?

빅 엔젤은 모두가 몸을 담은 이 더러운 거래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죽음이라.

참으로 우습고도 현실적인 농담이지.

노인들이라면 어린애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 하는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모든 수고와 욕망과 꿈과 고통과 일과

바람과 기다림과 슬픔이 순식간에 드러낸 실채란

바로 해 질 녘을 향해

점점 빨라지는 카운트다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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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마 가

돌아보지 마!

들어가지 마!

숲은... 너를 부를 거야.

미쓰다 신조 장편소설

집 시리즈

호러 미스터리 공포

'미쓰다 월드'

별장 뒤로 어두운 진실이 들리는 금단의 사사 숲!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라고 한다.

이미 두 편의 작품, 흉가(凶家), 화가(禍家)가 독자들을 만났고, 앞서 나온 이야기가 이미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호러 미스터리 장르의 독보적 작가라고 한다. 이번 <마가> 편이 집 시리즈의 세 번째 마지막 완결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소설의 분위기는 역시 어둡고 스산했다.

기묘한 분위기가 모든 캐릭터를 둘러싸고 있고,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문장과 문장 사이에 사실과 허상의 교차가 긴박하게 돌아간다. 유마가 이계를 경험하는 아이라 더욱 그렇다.

나는 미쓰다 신조의 작품은 처음인데 작가 특유의 색깔이 느껴졌다. 왜 마니아층이 미쓰다 신조의 호러 미스터리 공포물을 기다리는지도 짐작이 간다.

소설 속 전반적으로 대저택으로 나오는 별장이란 공간의 무게가 계속 머릿속을 짓누르는데, 이 공포감이 상당하다. 집에 얽힌 서사가 집의 구조물을 알지 못하면 따라가지 못하므로 집 내부와 외부를 디테일하게 묘사해 나가는 작가의 숨을 따라가야만 한다. 처음엔 집 구조를 잘 그려낼 수가 없어 진도가 쉽게 나가지지 않았던 부분들도 있었다. 아마 나의 공감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개인적인 문제인가 보다.

어린 유마의 시선을 따라 집을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기분 나쁜 탁한 공포스러움을 받아야 하는데 잘 그려지지가 않아서 몰입하는데 어려웠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약간의 삽화가 아쉬웠던 나는 초보 독자다. 그렇지만, 곧 탄력을 받은 뒤로는 유마의 천재적인 직관력에 집중해 금단의 숲을 건너다닐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나를 조여오는 의문의 추격

우리가 두려워하는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 유마는 아빠의 부재 이후 어려운 시절을 보내다 엄마의 재혼으로 살던 곳을 떠나 도쿄의 새아빠 집으로 들어간다. 유마의 아빠는 순문학을 썼던 글쟁이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외설적인 글도 썼음을 알게 된다.

어린 유마의 가슴에 남아 있던 아빠의 존재는 가난했을지라도 글을 쓰는 작가였다. 유마는 굉장히 영특하고 직관력이 뛰어난 아이로 그려진다.

새아빠와의 관계는 그리 원만하지 않아서 불편하기만 한데 엄마는 동생을 임신하게 된다. 아빠의 해외 장기 체류가 결정되면서 학업 때문에 여름 방학 동안 엄마와 떨어져서 지내야만 하는 유마.. 하지만 괜찮다. 도모노리 삼촌이 오히려 더 편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유마는 여름방학 동안 머물 도모노리 삼촌의 별장으로 가게 된다.

차 안에서 별장을 향해 가는 내내 삼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목덜미를 뻣뻣하게 만들 정도로 기분 나쁜 실화와 루머가 한데 뒤섞여 있다.

아이들이 그 숲에서 자꾸 납치되는 것이다.

살아 돌아와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의 전말.

유마는 누군가가 이 별장 안에 꼭 같이 머무르는 것만 같은데......

<마가>를 읽는 동안 전반부엔 쫄깃한 심장으로 따라가는 분위기였지만,

후반부에 별장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인물들 사이의 예측 불가능한 갈등이 너무 무서웠다. 긴장을 놓을 수없이 끌어가는 작가의 필력이 또 한 번 충격적인 반전 속으로 나를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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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의 시대 - 잘못된 믿음은 어떻게 퍼져 나가는가
케일린 오코너.제임스 오언 웨더럴 지음, 박경선 옮김 / 반니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가짜 뉴스의 시대

잘못된 믿음은 어떻게 퍼져 나가는가


오염된 정보에 맞서기 이해서는

그 영향력이 작동하는 방식부터

이해해야 한다

FACT/FAKE : 케일린 오코너 ㆍ제임스 오언 웨더럴

 

거짓 정보는 우리 인간의 신념을 어떤 방식으로 조작하는가?

 

사회적 이슈가 되거나 회자되는 정보들을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접해 듣게 된다. 그런데 나름 정보에 대하여 공정하게 대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 채널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소식통를 검색해보며 찾아접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분야별로 보자면 정치, 경제, 일반 사회면의 뉴스들은 거의 대부분의 채널에서 비슷하게 기사를 돌려쓰는 것이 아닌가 할 의심이 들 정도로 비슷한 여론몰이를 하는 경우가 높은 것 같다. 시사 프로그램이나 인터뷰어들의 구성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러다 보니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옳은 방법일까, 옳은 습득일까 하는 회의감도 들고, 때로는 나의 가치관이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더군다나 스스로도 취약한 부분이 반드시 있는데 이런데 따른 불안감이랄까, 누군가에게 내 의견을 공유할 때도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 특히 이 책에서는 신념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그중에서도 거짓 신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거짓신념이 한번 다져지면 신념이 유지되거나 확산되어 나가기는 정말 쉽더라. 누군가는 자신의 신념에 대한 오류가 발견되어 부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절대 인정하지 않는 그릇된 자세를 가지고 있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성이라고 봤는데 이 책을 통해서 깨달은 바는

결국 경제적, 정치적, 이윤적으로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실리적 납득을 챙기기 원하는 욕망이 발생하기 때문이란걸 알게 되었다.


 

제1장 진실편에서는 특히 과학과 경제 윤리, 문화적 가치와 접목시켜 나라만다 입장이 다른 미묘한 차이들을 잘 설명해 놓고 있다.

예를 들면 환경에 대한 문제, 보건에 대한 문제와 복지가 맞물리는 경우라던가, 기업의 이윤과 맞물리게 되는 경우들 이것이 국가간의 경쟁력이나 알력으로 작용될 명분이 생길 때 가짜 뉴스와 가짜 정보들이 암묵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져 나간다.

엄청난 반윤리적 일들이었다.

가짜 뉴스들은 위기상황에 처한 급박한 사안들을 유연한 것처럼 안일하게 대처하도록 여론을 조작하는 거짓 장보를 유포하고 우리는 그것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인다. 왜냐면 우리도 위기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제2장 양극화의 동조는 조금 어려웠는데 신념이 만들어지면 어떻게 급속도로 확산되고 모두의 굳은 의지와 철학으로 바뀌는가에 대한 수학적 증명이었다. 치명적일 정도로 논리적이고 정교하게 만들어져 증거를 조작해도 모를 정도의 데이타를 새로이 만들어낸다. 게다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 여 소통의 방식을 퍼뜨릴 때 신념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게 하고 결정하게 행동하게 하는 모든 단계를 정교하게 연결한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도 어려운데 구분하기도 전에 선택 자체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미 증거 데이터 자체가 조작 되었거나 오염된 것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혹은 유명인들의 의견이나 그들의 신념에 우리는 쉽게 끌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 3장 인류의 복음화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대중의 신념을 조작하는 선전가들의 전략편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거대하게 움직이는 고위층, 지식인들의 결합은 결국 소수의 그들이 똘똘뭉쳐 그들만의 결정으로 세계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담배, 선거, 오존, 지구 온난화, 무기......이 모든 이슈들의 기반은 주로 과학자들의 신념과 그에 따른 비논리적 가짜 증명이 정치사상가들과 기업 경영인들에 미치는 영향을 토대로 자세하게 다루어 준다.

 

 

제 4장에서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신념에 의해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란 물음에 길을 안내해 주려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믿기를 원하고 선입견이나 편견에 쌓여 내 감정에 치우쳐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특히 어떤 네트워크 속에서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느냐가 정말 중오하다고 말해준다. 결국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신념들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를 증명해 주는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찾으려 노력할 것이며 이 정보가 결국 옭고 그름을 떠나서 나를 지배하는 신념으로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니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 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 한 사람을 바보 만들거나, 무시하기는 쉬운 일이며 나의 신념에 위배된다 하더라도 암묵적 동의로 묻어가는 상황이 내 안에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어려웠지만 읽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문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은 반니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제공 받아 읽고 쓰는 개인적 리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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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
조아니 데가니에 지음, 쥘리에트 바르바네그르 그림, 명혜권 옮김 / 노란돼지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

 

사과나무는 12월 24일이 가장 슬퍼요.

크리스마스트리가 되고 싶거든요.

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는

가장 빛나는 자기만의 별을 만날 수 있을까요?

 

 

◎ 그림책 표지가 너무 매력적입니다.

<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

 조아니 데가니에 글, 쥘리에트 발르바네그르 그림, 명혜권 옮김

 

짙은 전나무들이 아주 튼실하고 견고하게 자라주었네요. 

발길이 닿지 않는 아주 깊은 숲속에서 오로지 모두가 행복해 할 그날을 위해서 말이지요.

그런데 전나무들 사이에 혼자 톡 튀어보이는 사과 나무가 한 그루있습니다.

 

전나무로 빼곡한 숲속 풍경이 장관입니다.

전나무의 꿈은 무엇일까......

꿈.

무럭무럭 올곧이 잘 자라서 한가지 쓸모있는 이름이 되는 날.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기를 바라지요.

몇번째 크리스마스 날 쓸모있는 트리가 될지는 아무도 알수 없어요.

다만 꿈을 꾸며 깊은 겨울을 지나 짙푸르게 변해가야 해요.

준비가 되어야만 트리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해 가을 날,

앨리스가 이 전나무 숲에 다녀갔던 거예요.

흔적.

 

 

앨리스가 다녀간 뒤로

전나무 숲속엔 사과 나무 한 그루가 빼꼼히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전나무들처럼 사과 나무도 꿈을 꾸겠지요?

사과 나무는 외로울 것 같아요. 혼자만 다른 모습으로 우연히 이 숲속에 뿌리를 내리고

꿈을 꾸기 시작할테지요.

동물들과 반딧불이를 친구 삼아 예쁘게 예쁘게 자라고 있는 중입니다.

 

 

앨리스는 더 이상 숲에 오지 않아요.

어른이 되기 전에는 해마다 전나무를 보러 갔지만 말이에요.

이사를 갔을지도 모르고,

마트에서 인공 트리를 살지도 모르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더이상 만들지 않을지도요.

어른이니까요.

 

시간이 흐르고

사과 나무는 계절마다 자기 옷을 벗습니다.

전나무처럼 되지는 않아요.

멋스럽던 잎들도 자기 색깔과 모양이 다 다르고,

열매도 다 달라요.

사과 나무도 전나무처럼 되고 싶은 꿈이 있지만,

소망하는 일처럼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계절마다 변하는 사과 나무의 모습이 쑥쑥 뻗은 전나무 사이에서 올곧이

자라오르지만 전나무를 닮아가고 싶은 마음은 항상 허망할 것 같아요.

자신의 모습만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요.

아무도 크리스마스 트리로 데려가지 않을테지요.

 

멋진 전나무들은 자랑스럽고 기쁜 마음으로 쓸모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기 위하여 뽑혀 갑니다. 그렇게 한 그루, 두 그루 때가 된 전나무들은 베어져

숲속을 떠나 도시로 갑니다.

 

하지만,

 

사과 나무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아요.

사람들은 아무도 사과 나무를 기쁘게 봐주지 않아요.

사과 나무도 꿈이 있는데, 바라는 소망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말입니다.

사람들은 사과 나무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히려 이 숲속에 있는 것을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코웃음을 칩니다.

사과 나무는 알아요. 어린 전나무들이 크리스마크 트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요.

 

 

사과 나무도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어 어서어서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요.

따뜻한 사람들의 집으로 날아가는 꿈을 꾸어요.

수많은 선물 상자, 희망 편지, 맛나는 음식 냄새, 친구들......

온갖 신기한 것들에 둘러싸여 행복해 하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는 꿈을요~

 

 

꿈처럼 사과 나무의 바람은 사라지고,

깨어나보니 숲속에 있던 백사십육 그루의 전나무가 꿈과 자유를 위해 떠났어요.

 

12월 24일.

사과 나무는 가장 슬픈 숲속의 한 그루가 되었지요.

절망 속에 빠지는 사과 나무에게 마법같은 일이 생깁니다.

마지막 하나 남았던 사과 열매 하나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더니......

 

온 땅 위에 사과 나무의 새로운 희망이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홀로 외로운 시간을 다른 나무들 사이에서 견딘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사과 나무는 절망의 순간에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삶이란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면서 일구어 내는

자신만의 숲인 것 같아요. 바로 앞만 보고 생각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숲을 볼 수 없지만 조금 멀리 보며 주변을 살핀다면 무슨 일들이 또 다른 마법을

부리고 있는지 보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힘들 수도 있지만,

떠나는 순간, 자리마다 나만의 색깔을 채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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