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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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HOUSE of BROKEN ANGELS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삶이란 건달 이야기가 아니라는걸.

삶은 싸움도 징그러운 헛소리도 아니었다.

(......)

자신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거다.

정신이 혼미해진 장례식 / p.26

​*작가소개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Luis Alberto Urrea 장편소설

다산 책방 2019. 12. 19.

1955년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멕시코인, 어머니는 미국인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남아메리카와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 상실, 승리, 죽음 등의 주제를 글로 썼다.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16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펜포크너상, 에드거상, 라난 문학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악마의 고속도로(The Devil’s Highway)』

퓰리처상 논픽션 분야 최종 후보에 올랐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영감을 받아서

쓰게 된 소설로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Top 100,

뉴욕타임스 북 리뷰 선정도서, 뉴욕 도서관 올해의 추천도서,

NPR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되었으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할리우드 TV 영상화를 앞두고 있다.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일리노이주 네이퍼빌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며 일리노이 대학 시카고 캠퍼스에서

문예 창작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멕시코 배경의 남미 소설풍

 

우리나라엔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고 하는데요,

이 책을 어찌 소개해드리면 좋을지......

사실 전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습니다.

작가의 고향이 이 소설 속에서도 배경이 되는 곳이랍니다.

작가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이 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부터 4대가 내리 겪는 전쟁사이면서

가족사이면서 문학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남미 문학 혹은 라틴 문학은 우리에게 그다지 알려진 바가 많이 없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가장 찬란했던 문명 제국이 무너진 이래, 줄곧 자유를 찾아 꿈과 희망만 품고 살 뿐 언제나 속고 사는 나라이지요.

이 소설은 전쟁을 지나가며 새 땅의 구원을 찾아 방황하는 이민자들의 아픔을 코믹하면서도 넉살 좋은 입담으로 희화화하지만 특유의 유머스러운 흥과 한이 서려 있는 정서가 우리와 비슷한 공감대로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전쟁 통에 미국으로 인해 전쟁난민, 마약과 무기, 성 산업, 최근에는 국경 통제의 피해까지 고스란히 상처로 얼룩진 멕시코인의 이방인 같은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 정독하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1932년, 대대적인 멕시코인 추방 분위기에 따라 남쪽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데 라 크루스 가문은 다시 멕시코인이 되었다. 추방 당시, 2백만 명의 메스티소들이 잡혀서 기차에 짐짝처럼 실려 국경 너머로 보내졌다. 중국인을 잡아다가 추방시키는 데 잠시 싫증이 난 미국이 멕시코인을 대신 겨냥한 게 분명했다.

정신이 혼미해진 장례식 / p.19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원작의 제목은 The House of Broken Angels인데 해석해 보면 일그러진 천사들의 집 정도가 될까요? 우리 제목보다는 오히려 원제목이 소설의 느낌을 더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아서 살짝 생각을 좀 해 봤네요.

주인공은 암 선고를 받은 한 집안의 가장, 70세 빅 엔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약 3주 정도.

공교롭게 마지막 생일파티를 하기 일주일 전 100세 엄마인 마마 아메리카가 먼저 돌아가시게 되었지요. 결국 엄마의 장례식을 날짜를 미루어 묻고 더블로 갑니다~~

4대 식구가 움직이니 대가족의 족보가 등장합니다.

책의 뒤쪽에 가계도가 친절하게 나와 있으니 참고해서 읽어야 해요^^

빅 엔젤의 가족 연대기

파란만장한 삶을 휘모리장단으로 몰아쳐 살다가는 빅 엔젤.

지긋지긋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나 했더니 자손들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이 불한당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진행형입니다.

집 나가요. . . 큰 아들. . . . . 커밍아웃...종교적으로...구원은...안타까운 삶.

이복동생. . . 배다른. . . 엄마는 미국인. . 끼인 방랑자...

세 번의 이혼. . . 여동생

불법체류자. . . 미군에 속아 추방당하는. . . 아들

자식 셋. . . 아빠는 누군지 모르는 사생아를. . . 빅 엔젤이 딸

데드 메탈. . . 히피족도 아니고. . 닭 볏 같은. . 삐죽삐죽 머리. . 손자

욕쟁이. . . 동생 와이프

브리울리오는 2년간 복무했다.

대부분은 독일에서 보냈고,

전투는 한 번도 치른 적이 없었으며,

돌아왔을 때는 헤로인에 절어 있었다.

폭시 레이디. . . (섹시 레이디)

퍼플 헤이즈. . . (마리화나)

 

이 책에서는 이민자의 삶과 죽음이 흐르는 애환이

사막과 물의 밀도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정확한 시간에 정확하게 닿아야 하는 인생입니다.

시간을 어기면 순식간에 물이 삶과 죽음을 가릅니다.

빅 엔젤은 마지막을 그렇게 분 단위로 쪼개어 흘러가고 싶어 합니다.

70세 먹은 말기 암 환자 노인이 100세 마마를 보내며 가족들에게

화해를 청하는 모양새로 말입니다.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 아버지란 자리......

 

"이민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그 애는 물에 빠져 죽었어."

"나도 알아."

"새로운 삶을 찾으려고 했던 아이인데."

"알아."

"우리 민족도 저런 모습이었지. 사막에서 말이야."

우리 민족이라.

정신이 혼미해진 장례식 / p.169

산다는 것은 뭘까......

밝은 빛에게 욕먹는 것 같고,

흘러가는 시간에게도 욕을 먹는 것 같고,

쇠약해진 몸에게도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난 안 울 거다."


 
 

 

빅 엔젤은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많은 여성들이 인권을 보호받지 못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족 사이에 받았을 상처와 학대, 성추행, 근친상간 등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이 각자의 내면 속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분노하는 내면 자아들이 뿜어대는 독설은 받아치는 자의 힘 빠진 속도에 싱겁게 끝납니다.

웃고 떠드는 소소한 생일파티 속에 빅 엔젤은 마지막을 기억하려 합니다.

"골칫덩이가 많군. 그리고 호로새끼들도 많고."

그는 이렇게 말하고 휠체어라는 작은 파수대에 앉아서 모든 이들을 관찰했다. 한때는 죄를 전혀 기억해낼 수 없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 모든 죄악을 전부 다 처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싹 다 말이다.

사람은 남은 시간에 허풍을 떤다.

지금처럼 말이다.

이 집은 오래된 만화처럼 탄력적으로 부풀고 있는 듯 보인다.

몸을 튕기며 춤추는 벽의 쩍 벌어진 틈새 사이로 음악과 먼지가 흘러나온다.

 

 

 

나의 멍청한 기도 제목들

 

빅 엔젤을 중심으로 내가 느낀 바를 따라와 봤는데 어떤지 모르겠네요.

감사를 기록해 보기로 합니다. 써내려가보니 나쁘지 않습니다.

빅 엔젤의 기도 제목들이 하나둘씩 채워지니 하나의 버킷 리스트가 완성되고 있는 겁니다.

죽음을 앞두고 담담히 준비하는 나의 마지막을 상상해 봅니다.

나를 중심으로 우리 가족이 뭉쳐질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망고

(데이브 이 멍청한 자식)

결혼

가족

걷기

일하기

먹기

고수(cilantro)

내 막냇동생

비 온 뒤의 야생화

- 심장이 벌어지면 자그마하고 밝은 씨앗들이 떨어져 나온다

내 자식들보다 더 키가 커지기

온수 샤워

운전

스타킹을 올리는 페를라

돼지기름에 구운 달걀 프라이

토르티야

- 밀가루가 아니라 옥수수 가루로 만든 것!

스티브 맥퀸

침묵

즐거운 이야기

고통 없는 하루

......

판 둘 세를 곁들인 모닝커피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여인들

좋은 직업​

칠리와 토마토가 가득 자란 정원

동생이 해준 키스

라 미니!!!

나의 가족

......

세상을 바꾸는 것

조금씩

좀 더 좋게

지금, 여기서

......

*빅 엔젤의 감사 기도 제목이 어느새 너무 좋은 시가 되었습니다.


 

빅 엔젤, 안녕. 작별

 
 

* 가제본 표지인데 너무 맘에 듭니다.

빅 엔젤이 내게 가장 가슴 울린 문장을 준 부분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남미 문화가 물씬 풍기는 가족 상실의 치유 성장 소설이라는 점 잊지 마시고, 이 겨울이 가기 전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다시 한번 꼭 느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한 시대를 끝내고 백 년의 삶을 묻은

다음 저녁 전에 집에 올 수 있단 말인가?

빅 엔젤은 모두가 몸을 담은 이 더러운 거래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죽음이라.

참으로 우습고도 현실적인 농담이지.

노인들이라면 어린애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 하는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모든 수고와 욕망과 꿈과 고통과 일과

바람과 기다림과 슬픔이 순식간에 드러낸 실채란

바로 해 질 녘을 향해

점점 빨라지는 카운트다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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