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동주 살아있다 - 찾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시인의 모든 것
민윤기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리투 - 신간살롱
『윤동주 💫 살아있다』
민윤기 (지음) | 스타북스 (펴냄)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윤동주의 숨결이 느껴지는 책이다. 몇몇 단편들의 동주의 시만 알고 넘어가기엔 그의 생이 너무 억울할 정도이다. 피끓는 젊음을 놓아버리기엔 삶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넘쳐 흘렀던 우리 청준을 대변하는 그의 이름 동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동주 일생일대의 흔적을 찾아 그를 재발견하는 작업이란 위대한 기쁨이자 선물이지 않을까.
동주님의 안타까운 생애를 추모하고 기리는 우리들에게 동주의 생가를 복원한 중국의 의도는 가히 충격이었다.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 윤동주 고거"라는 말은 나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동주는 우리의 하늘이고 별이고 바람이고 시다. 그런 동주의 상징을 우리는 자꾸만 무디게 놓쳐가고 있는 듯 싶어 안타깝기만 하다.
인간 윤동주에 있어서 밤은 우주와의 교류이며, 부재자와의 응시이며, 대화의 연속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시를 이러한 밤의 인상과 의식의 주변에서 결정한 것이니 그것은 그에게 내재한 투명 의식이 암흑적 정경 속에서도 충만한 까닭이었다.
389쪽
동주의 심상은 어디서 오는걸까....를 생각하던 중 책에 너무나 공감가는 대목이 있었다. '밤의 인상과 의식의 주변'에서 결정되는 그만의 의식들. 그렇기 때문에 어두웠던 우리 시대를 딛고 일어난 그의 시들이 달을 쏘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동주는 그냥 동주로 이름만 불러도 가슴 시려오는 살아있음이다.
윤동주 시의 매력은 그 청신한 정신에만 그치지 않고 내면의 자기 성찰을 통해 깊은 곳에서 자아낸 시의 언어의 무게에 있다.
-52쪽
'시대의 기억을 옮기는 바람' 윤동주
- 동주를 수식하는 표현 중 최고다. 동주의 흔적을 따라 그의 불안과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곳곳을 바람처럼 스치는 일들이 이렇게 가치있는 것일지 몰랐다. 그가 거하던 도쿄 하숙집과 그곳에서 습작하던 다섯 편의 시를 더 구체적으로 알고나니 그가 얼마나 깊은 사람이었나 다시 한 번 느낀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시만 볼 때는 미처 몰랐던 깊은 사상의 근원이 그가 선택했던 롤모델들과 습작의 회고들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되고 나니까 동주와 키에르케고르의 영혼이 겹치는 것이 오묘하기만하다. 꺼질듯말듯 살아있는 여리여리한 촛불의 심지처럼 위태롭기만한 동주의 삶은 마치 옅은 숨소리같다.
깊은 자기 침전, 그것은 자기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다시 보는 일이기도 하다.
- 416쪽
1934년 크리스마스 이브의 동주를 따라가본다.
<윤동주 살아있다>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동주는 연희 전문 2,3학년 재학 시기에 시가 마른다. 잘 써지지 않는가 싶다. 동주는 그날 밤, 문득 자신이 정말 시인인가라는 의문에 퍼뜩 휩싸인다. 아마도 뭔가가 머릿속을 때렸겠지. 자신의 시가 더 이상 시로 보이지 않고, 흉내낸데 지나지 않았다는 관념에 사로잡힌 것일까. 시가 아닌 모든게 습작에 불과한 것임을 알아차린 순간, 시가 마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화상>.
동주는 깊이 자신 속으로 침전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우물 속에 떠 있는 지난날의 자기가 미워져 돌아가다가는 그리워서 다시 돌아오곤 하는 정신 상태. 이것이 그 때의 동주였을 것 같다 (416p.)
동주의 고뇌는 자신의 성장을 확연하게 느낄 만큼 발걸음이 빨라진 자리를 지나고 있지만, 인간을 바라보는 자신의 내적 성장은 잘 크고 있는 걸까를 의심하는 데에서 출발한 것 같다. 정체성의 흔들림은 종교적 신념을 기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주는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해 자신만의 새로운 안목으로 시를 다시 쓴다.
그리고 <병원>.
동주는 특히 정지용, 백석, 프랑시스 잠, 키에르케고르 작가 등에게 영감을 받았다. 동주의 시는 절제가 있고, 그 안에는 우주가 있고, 생명이 있고, 행간에는 죽음과 회한과 살아있어 부끄러운 십자가가 있다.
그의 시상은 무엇을 원천으로 떠올리길래 우리가 같은 글들을 보는데도 느낌은 그리도 다를까.
동주의 생은 곧 죽음이련듯, 그의 부고는 시 속에 있고, 그의 죽음은 별이 되어 다시 시로 태어난다. 돌고 도는 동주의 삶은 죽음의 뜻을 깨쳐 가며 이기는 삶인 듯 싶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고 열흘 후, 면회 수속 절차 중 훔쳐 본 동주의 서류에 '독립운동'이라는 글자가 박혀 있는 것. 관 뚜껑을 열어 보니 규슈제국대학측에서 방부제를 써 몸이 썩지 않고 그대로 있던 동주의 모습. 죽을 때 무슨 뜻인지 모르나 외마디소리만 높게 지르더라는......불꽃같던 동주.
동주는 저항시인이라기 보다는 속으로 꾹꾹 눌러 참아내는 여리고 약한 청년 지식인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린다. 자신의 참회를 기록하며 매 순간의 심정을 기억하려 애썼던 시인이었다.

#살아있다 #민윤기 #스타북스 #문학 #에세이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리투신간살롱 #독서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