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성이지만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란 단어에 대해 그리 가깝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부끄럽지만 내 주위 사람들이 그 단어들에 대해 드러내는 거부감을 일상에서 느낄 때면 오히려 애써 생각하지 않거나, 멀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개인적 경험, 과학사와 여성의 역사가 교차되며 서술되는 이 책은 내가 그동안 바라보던 세계에 균열을 만들고 틈을 벌린다. 여성에 대한 교묘한 차별과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배제의 역사는 그동안 내 몸에 체화되어 익숙하게 느끼고 있던 모든 것들을 낯설게 만든다. 이렇게 말하면 딱딱해 보일 수도 있지만 글 자체는 오히려 아름답다. 여러 주제들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흥미로울뿐더러 잘 읽힌다. 에세이라고 해야 할지, 과학책?, 인문학 책이라고 해야 할지. 장르를 구체적으로 정의할 순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세계와 닿아있고 세계를 다시 알아가는 일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페미니즘과 전보다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그렇게 정의하기엔 아직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없지 않은가? 내 정체성에 대한 혼란 속에 서있다. 저자는 ’좋은 글은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 놓는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 속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그동안의 내 좁은 생각에 찍는 마침표이자 나를 새로운 길로 인도할 시작점이다. 내 진짜 감정, 진짜 내 모습, 진짜 내 생각,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더 구체적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 속에 있게 한다. 결국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라는 고민과 함께.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엄마의 이야기라는 사전 정보에 슬프진 않을까, 우울해지진 않을까, 걱정 했으나 그건 기우였다. 저자는 보살펴야 할 아이가 있는, 그만둘 자유가 없는 일상 속 혐오와 사랑을 반복하며 자신의 불안과 불완전함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 시절에 보내는 안부와 인사다. 주변인들과의 일화, 관계 속에서 어떤 점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을 읽고 있자니 나였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내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 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단 생각을 계속 하며 읽었다. 마치 어느 순간을 이겨내고 성숙해진 한 사람의 내밀하고도 솔직한 일기장을 본 기분이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외딴 숲 속의 오두막에 혼자 사는 엘라. 창고에 숨어 있던 한 소녀를 발견한다. 칼까지 들고 있는 소녀를 집안으로 들이지만 소녀에게서 뚝뚝 떨어지는 핏물... 그때부터 시작되는 둘의 눈치싸움👀 처음엔 왜 저런 수상쩍은 아이를 집에 들일까? 이해가 안되었지만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서술되는 방식에서 점점 그 이유가 드러납니다. 이미 전작 「네버라이」 배신 당한 전적이 있기에 이번 「차일드호더」는 정말 눈에 불을 키고 절대 휘둘리지 않으리라 결심해서 읽었는데... 예... 휘둘렸단 소리고요^^ 스릴러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작가가 전달하는 메세지가 명확하기에 배신을 당해도 납득하게 되더라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책의 제목에서 살짝 엿볼 수 있듯 아동학대, 우정, 트라우마에 초점을 맞춰 읽는다면 여러분은 결말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 사는 모두가 도덕적으로 완벽하지도 않고, 도덕적인 결말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현실에서 그걸 티내면 안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결말은 우리에게 나름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힘든 결말이라 반전의 스릴과 나름의 감동이 있어 좋드라구요?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의 제목에 쓰인 ’두려움‘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했다. 멕시코의 범죄 조직 세타스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역이용하여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성공 비결로 앞세웠다. 그런 세타스의 광기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두려움을 다스려야 했다. 하지만 두려움을 몰랐던 젊은이들의 객기는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게 되었고, 딸을 잃은 어머니는 두려움과 절망만으로는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없음을 깨닫고 이 뿌리를 뒤흔들겠단 결심을 한다. 하지만 밀수를 통해 성장한 멕시코 카르텔들은 군인 출신들을 꾀어 범죄에 동원하고 폭력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삼는다. 부패한 정부와 범죄 조직의 만연한 유착 관계 사이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언제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처해 있었다. 바로 옆집에서 총소리가 나도 모르는 척, 우리 집 문과 창을 닫고 숨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멕시코의 ‘산 페르난도’. 납치범들의 몸값 요구가 얼마나 만연했는지, 은행들은 납치 피해자 가족을 위한 대출 상품까지 출시한다. 한 사람을 쫓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뻔한 표현이긴 하지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딸을 납치했다는 협박을 받은 미리암은 딸의 몸값을 여러 번 내고도 딸을 돌려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딸이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란 희망을 놓지 못한다. 그녀의 마음이 곳곳에 서술될 때마다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었는지 모른다. 내가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어머니의 마음에는 착잡하지만 결국 이 모든 혼란을 초래한 무능한 정부에겐 엄청난 분노가 타올랐다. 책의 제목처럼 과연 두려움이란 말뿐인 걸까. 안타깝게도 여전히 이 지역에선 사람들의 두려움이 현재진행형이란 사실은 이 일이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섰다는 것을 시사한다. 두려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 사실이 나를 분노하게 한다. 과연 이 두려움에 끝이 있기나 한 걸까.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도 이 절망에만 초점을 맞추어선 안 됨을 느낀다.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벌인 세타스를 추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리암의 이야기에서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의 용기, 결국 그녀를 주축으로 하나로 모였던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두려움은 정말 한 단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가끔 우리가 분단국이란 것을 잊을 때가 있다. 이차대전, 남북전쟁을 지나 벌써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익숙해진 일상 속 여러 정치 문제들이 마치 나와 관련 없는 일인 양 느껴질 때도 있다. 이 책 『빽투더퓨처, 역사의 시계를 돌리다』는 미중갈등, 남북한 관계의 핵심 이슈, 한미관계를 주로 다루며 서로 얼키고 설킨 각국의 이해관계를 설명해 준다. 벌써 분단 80년이 지났으니 대충만 알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사건들이지만 저자는 사건 당시로 시계를 돌려 우리를 그 시대 속으로 데려가 준다.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 주니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기분은 덤이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왜 우리가 지나간 역사 속으로 시계를 돌려야 할까. 여러 역사적 사건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 흐름을 타고 우리는 현재에 도달했으며, 이 흐름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수많은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졌음을 느낀다.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보싸움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권력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을 개편하며 발생한 여러 혼란들의 사례들을 읽고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재미있는 건 일견 우연인 것처럼 비치는 사건들이 싫은 인과관계로 엮인 ‘필연’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역사 기술이란 우연으로 보이는 개별 사건들을 하나로 꿰어 인과관계를 파악해 보려는 시도가 아닐까요.”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