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평점 :
에피쿠로스 학파라면 왜 쾌락주의라고 할까? 특히 중세 가톨릭에서는 에피쿠로스라는 글자만 봐도 그냥 일차원적인 쾌락으로 바로 연결하면서 출판물은 모두 금서로 지정하곤 했다. 얼마 전 출간된 황인규 소설 <책사냥>에서 르네상스 초기 가톨릭 수도원에서 폐기되려던 에피쿠로스학파 대 저작,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책을 필경사가 구해내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 작품에서 왜 필경사는 고전을 구하려 했는지, 가톨릭에서는 없애버리려 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여기서도 에피쿠로스의 쾌락에 대한 정의가 언급되는데, 종교계에서 이야기하는 타락이 아니라 일상적인, 정신적인 쾌락이다. 즉 기쁨과 즐거움이다.
에피쿠로스(기원전 341-270)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다. 기록에 의하면 700권이 넘는 책을 썼지만, 현재까지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은 네 편뿐이다. 그것도 기원후 3세기 전반에 활동한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10권짜리 <저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의 마지막 권에 에피쿠로스를 다루면서 이 네 편을 그대로 수록한 것이다. 본서의 2장, 3장, 5장, 6장이다. 나머지 장도 디오게네스의 저작 10권에 수록되어 있어 이 책은 사실상 디오게네스의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이다.
이 책의 2장, 3장, 6장의 세 편지를 보면, 첫 번째가 자연학에 관한 것으로 원자론이 거론되고 있다. 두 번째 편지는 천체 현상에 관한 고찰이며, 세 번째는 인간의 삶에 관한 것이다. 이와 같은 원자론과 천체 현상에 대한 설명은 두려움과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 있고, 더 나아가 고통 없고(아포니아) 아타락시아(마음이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평정한 상태)라는 쾌락을 누리는 것이다. 육체적 쾌락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에피쿠로스 철학의 중심은 자연학이 아니라, 원자론적 세계관과 인식론에 입각한 윤리학이다." (p196)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잘하면서 즐겁게 사는 게 가장 현명한 생각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쾌락이라는 단어보다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단어가 적절한 에피쿠로스의 정신을 확인해볼 수 있다. 광폭의 철학적 사고가 필요하지만, 핵심을 놓치지 않고 접근하다 보면 에피쿠로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에피쿠로스쾌락 #에피쿠로스 #박문재 #현대지성 #고대그리스로마 #디오게네스 #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