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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의 눈 ㅣ 문학인 산문선 1
서정 지음 / 소명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눈물의 섬을 거실 창 가득 담은 9층 아파트에 보타 파니코가 산다."(p13)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제목은 낙타의 눈, 첫 단어가 눈물의 섬. 분위기가 꽤 접하기 힘든 이국적이다.
'낙타의 눈'은 일반적으로 지혜와 인식, 지식과 이해를 상징한다. 낙타는 원시 신화에서 지식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으며, 그의 눈은 깨달음과 이해를 나타낸다. 낙타의 눈은 또한 지식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그림자는 인간의 지식을 이해하는 것을 가르쳐 준다. 꽤 심오하고 신비스러운 의미가 깃들어져 있다.
그리고 '눈물의 섬'은 책을 읽는 도중에 나온다. 동유럽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도심을 관통하는 강이 스비슬로치강이다. 좁게 흘러가다가 물이 넓게 퍼지는 탓에 강은 커다란 호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호수 같은 강 위에 '눈물의 섬'이라는 손바닥만 한 땅덩어리가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가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을 두고 마음이 무너져 내린 어머니들을 위해 지은 추모비가 있는 섬이다.
보타 파니코는 저자인 듯한 주인공 안나의 민스크에서 사는 아이의 유치원에서 만난 아이 친구 엄마다. 왠지 동양인 얼굴을 가져 친근감이 들어 만나는 관계다. 벨라루스와 보타 파니코의 조국 카자흐스탄이라는 우리에게는 먼 땅에서 사는 사람들 이야기로 시작한다. 물론 안나는 저자 소개처럼 여러 나라를 노마드처럼 옮겨 다니며 살아간다.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일에 관심과 일상을 엮어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는 여행자가 잘 알수 없는 현지의 모습을 낙타의 눈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주위 이웃과 음악, 예술, 낯선 지역이 주제다. 이국적인 내용도 새롭지만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에 호기심과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새로운 곳에서 이색적인 문화의 만남은 독자에게도 생소하고 신선한 자극이 되어 다가온다. 늘 쳇바퀴처럼 돌던 일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스며든 프리즘을 통과해 보여지는 외부는 무지개처럼 보인다. 마치 무지개 끝을 찾아가는 소년의 바램같은 희망과 꿈은 무얼까? 하며 생각해본다.
한참 이름 뜻을 가르쳐줄 듯 말 듯 하던 9층의 보타 파니코는 스스로 입을 열었다. 보타고즈는 어린 낙타의 눈이란 뜻이라며.
"카자흐스탄의 초원에서 어린 낙타의 눈만큼 예쁜 것은 없다고 한다. 까맣고 동그란, 반짝이는 눈, 가장 빛나는 아이가 되리라는 부모의 염원이 담긴, 시원적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이름. 탄생의 빛과 죽음의 통곡이 묻어나는 이름. 뜨겁게 머물다 차갑게 떠나가는 방랑자의 이름. 이제 다시 찾은 오래된 새 이름."(p33)
한 꼭지 한 꼭지마다 우리 현실과 참 다른 주제로 잠시나마 딴 세상으로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 세상에서 그렇게 마음 급하게 먹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전해주는 것 같다. 일에, 세상에 치여 마음이 힘들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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