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좋아한다. 도도하고 우아하며 살짝 게으른 것이 나와 달라서 더 눈길이 간다. 그래서 고양이 그림책이 나오면 열심히 보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고양이 스웨터>그림책은 한번 읽고 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주인공 고양이는 조그만 오두막에서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필요한 것만 꼭 갖춰진 간소한 보금자리에다 고양이가 입은 스웨터는 너덜너덜하고 커다란 구멍이 두 개나 뚫려 있다.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지만 뭐라고 한들 상관없다. 추위를 많이 타는 고양이는 언제나 구멍 난 스웨터를 입고 매일매일 도토리에게 모자를 씌우는 일을 한다. 맨머리의 도토리들은 많이 추울 테니까 모자를 씌우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모자를 세 개쯤 씌우고 나면 금세 싫증을 내고 그만한다. 고양이도 도토리도 급할 것 없다. 고양이도 도토리에게 모자를 세 개쯤 씌워주었으니 할 만큼 한 셈이고, 귀찮은 일을 손에서 놓는다고 큰일이 날 것 같지도 않다. 고양이는 게으름을 피우고, 모자를 쓰지 않은 도토리들은 고양이를 놀리며 즐겁게 합창을 한다. 고양이는 도토리들에게 놀림을 받으면 부끄럽고 슬픈 나머지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고, 시무룩한 얼굴로 잠이 든다. 추위도 잘 타고, 게으르고, 성질도 급하고, 매너도 없고, 부끄러움이 많아 툭 하면 우는 못난이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느긋하게 흘러간다.출판사의 리뷰를 보면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은 한편으로 익숙한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고 하면서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출판사의 리뷰를 읽고 그림책을 보니 조금 이해가 간다. 나는 늘 계획을 세우고 그 안에서 동동거리며 살았기에 이 그림책을 처음 봤을 때 이해를 못했던 것 같다. 게으른 고양이의 입장에서 그림책을 보니 자신이 가진 것들을 누리면서 있는 그대로 만족하면서 사는 삶이 보인다. 조금 못나면 어떤가? 그대로 인정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일을 하면서 만족하면서 사는 삶. 그것도 나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