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그래서 새롭게 읽히고 새롭게 각색되는 것들이 많다. 이번에 새로 복간된 그림책 <빨간 늑대>는 라푼젤, 빨간 망토, 숲속의 잠자는 공주 이야기 등을 적절하게 섞으면서도 지금 시대에 맞는 이야기로 재탄생하였다.어린 공주가 있었는데 부모인 왕은 세상이 너무 무섭고 험하니 공주를 세상에 내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트 창살이 박힌 돌탑에 공주를 가두어 놓는다.여기까지는 옛이야기의 구조와 흡사하고, 자식을 품 안에만 가두어 놓으려는 부모의 마음을 이야기로 만들어 낸 것 같았다. 아마 옛이야기였다면 공주를 구하러 오는 왕자가 있었겠지만 이 이야기는 사고의 틀을 깬다.공주는 일곱 살까지 갇혀있다가 생일날 우연히(?) 배달된 털실로 뜨개질을 하기 시작한다. 공주가 뜬 것은 바로 늑대 옷! 그 옷을 입고 공주는 빨간 늑대로 변하고 이렇게 말한다.“나처럼 어린 공주한테는 바깥 세상이 너무 위험하다고? 그렇다면 차라리 커다란 빨간 늑대가 되는 게 낫겠어.”그리고는 돌탑 지붕을 부수고 자유를 만끽하다가 숲으로 도망친다. 스스로 변신을 하고 새로운 세상을 나가다니... 이 시대의 여성상 또는 인간상을 나타내기에 좋은 장면이었다. 스스로 틀을 깨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해줄 수는 없으니까...왕은 빨간 늑대가 공주를 잡아먹었다고 생각했지만 빨간 늑대가 사라져서 안심하고 숲으로 늑대 이빨을 찾으러 사람들을 보낸다. 사람들은 늑대 이빨 대신에 공주를 발견하고 성으로 데려오고 돌탑에 다시 갇힌 공주는 아빠를 위해 뜨개질을 한다. 목도리를 원했던 아빠를 위해 옷을 뜨는데, 결말도 예상을 빗나가서 재미있다.옛날이나 지금이나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러나 과보호는 금물.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잘 가르쳐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그러나 그림책의 의미를 생각하기 전에 이 그림책은 재미가 있다. 예상을 깨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그림도 참 아름답다.우리아이들은 이책을 읽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