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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세상을 살리는 녹색병원 이야기 너는 나다 - 십대 14
배성호 지음 / 철수와영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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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한 해를 되돌아보며 뉴스에서 접했던 여러 사건 사고들을 떠올려보니, 수많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들이 스쳐간다. 그리고 그러한 사고들은, 안타깝게도 매년, 매 순간 비슷한 노동 환경에서 반복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여러 제도적인 측면부터 서서히 개선이 되어 가야 하겠지만, 그래도 당장 힘든 상황에서 다치고 아픈 수많은 노동자, 특히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병원이 여기 있다. 


예로부터 사회적으로 늘 인정받아온 직업인 의사. 해마다 고득점 수험생들의 목표가 되는 그 직업.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 관계되는 숭고한 일을 하기 때문에 더욱 고귀한 직업. 

그러나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가면 건물마다 성형외과, 피부과는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데, 정작 노동 현장에서 다쳐서 목숨이 위태로울 때 병원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하는 상황이 펼쳐지곤 한다. 겨우겨우 병원을 찾아도, 앞으로 청구될 금액이 두려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안전한 노동 환경과 의료 혜택의 테두리 밖에 있는 이들을 위한 병원. 이런 병원을 위해 현장에서 직접 노력하고 있는 의료인 및 직원들 뿐 아니라 수많은 따뜻한 손길들을 알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한 책이다. 그리고 의료인의 꿈을 품고 있는 많은 청소년들에게도, 다양한 길이 있음을 알게 해 주어서 고맙다. 

또한, 일차적으로는 이런 병원이 더욱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들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민간에서 노력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는 우리나라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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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말해요
엘레나 베르나베 지음, 알바 아사올라 그림, 김여진 옮김 / 그리고 다시, 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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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두 손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내 손을 내려다 보았다. 

저 그림의 두 손은, 그리고 나의 손은, 무엇을 말할까. 


소녀는 할머니와의 대화로 손이 말하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새겨간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는 할머니의 손이 없어도, 

스스로 손으로 늘 무언가를 하며, 손이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갈 것이다.


하나 하나 경험이 쌓여갈수록 세월의 흔적이 손에도 남는다. 

어릴 적 언제나 꼭 잡고 놓치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손.

어느덧 내 손은 그때의 엄마의 손을 닮았고 

엄마의 손은 책 표지의 할머니의 손과 닮았다. 


그러나 그때의 엄마의 손과 닮아버린 나의 손도 

힘들 때면 사랑하는 이가 잡아주는 따뜻한 손을 찾게 된다. 

따스히 전해지는 온기로, 마음까지 녹아내리는 위안을 얻는다.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나는 손을 어떻게 썼나 더듬어 본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는 또 어떻게 손을 썼나 헤아려 본다. 

손으로 말하는 나의 삶이, 앞으로는 더 선하고 다정하며 따뜻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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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 배우는 인권 - 소통의 공간에서 바라보는 인권 현실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15
정석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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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 배우는 인권.

뭔가 제목부터 귀엽기도 하다. 요즘은 자주 쓰지 않는 것 같은 '골목'이라는 낱말 자체가 주는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제목과 표지를 살핀 뒤, 책날개를 펼쳐 저자의 소개를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인권'이라는 제목의 책인데 저자 5인의 이력은, 언뜻보면 다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의 넓게 펼쳐진 이력들도 역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면에서 결국 하나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자 5인은, '골목'이라는 열쇠 말을 소재로 하여 각자 전공 분야들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하는 세상에 대해 알려준다. 

 사람을 위한 도시 개발로의 방향 전환과 실천,

 독일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비춰본 우리나라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

 이스탄불의 골목 구석구석에서 깨닫는 사람 사는 세상의 원칙, 

 혐오를 이길 K-민주주의로의 방향성, 

 배울 수 있는 권리와 학교의 복도를 골목으로 풀어낸 마지막 장까지.


이 책은 흔히 접하는 인권을 다룬 책과는 조금 다른 결로,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이국의 흥미로운 삶을 엿보는 것처럼 인권을 접하고, 그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지금 현재 우리의 삶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해준다.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도 안전하게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 학교에 오면 복도에서 오가며 만나는 많은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아이들. 그리고 골목 골목마다 다양한 겉모습을 한 사람들의 다양한 언어들로 여러가지 이야기가 넘쳐 나고, 그 안에서 진정으로 '함께' 사는 우리들을 꿈꿔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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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개입은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그레고리 월튼 지음, 고현석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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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개입'은 어떻게 나와 타인, 나아가 사회를 달라지게 만드는가?


우리는 살아가며 늘 새로운 환경, 새로운 선택에 놓이게 된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그러한 환경에 적응하고 선택을 할 때 수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걸 인식하고 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 없이 말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이곳에 어울릴까? 내가 이 정도면 충분할까?


이런 질문은 끊임없이 우리를 따라다니며, 이러한 질문이 만든 심리적 소용돌이는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아주 오래, 큰 영향을 준다. 


특히, 나는 교사로서의 자아를 계속 의식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교사는 가볍게 한 한 마디가, 그 학생에게는 나중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게 될 수도 있으며, 그것이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한 소용돌이가 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져야 해!", "왜 그냥 극복하지 못하니?" 라는 말들은 현명한 개입을 하는 것이 아니다. 현명한 개입은 단순하고 기계적인, 눈 앞의 해결책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그 상황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수단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명한 개입은 사람들이 가장 의미 있게 여기는 요소 중 하나인,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기회를 활용한다.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해답을 찾아가는 것에서 나아가, 그 답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그것을 공유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한동안 전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미투(Me Too) 운동'과 같은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움직임이 사회 전체에 걸친 현명한 개입과 같아서,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이 그 상황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스스로 극복하며 나아가는 과정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문제든지 더 나은 답을 찾도록 돕는 과정에서 현명한 개입은 결코 단독으로 작용하지 않으며, 수많은 작은 개입들이 곳곳에서 작용하여 커다란 긍정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또한, 가장 멋진 현명한 개입은, 눈에 띄지 않게 영향을 미친 뒤, 제 역할을 다하고 조용히 자리를 비켜줘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연구 자료를 생생하게 제시하여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용어들과 원칙들을 풀어내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교사, 학부모 그리고 스스로의 삶의 전환점에서 길을 찾고자하는 모든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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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의 본질 - 수업이란 무엇인가?
김태현 지음 / 교육과실천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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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된 첫 해에 만났던 나의 첫 제자. 

계열은 살짝 다르지만, 같은 교직에서 벌써 7년 차를 맞이한 그 아이 - 이제는 어엿한 교사인 - 와 어제 좋은 시간을 함께 했다. 임용을 준비하며 힘이 들 때면 나를 생각하면서, '꼭 나중에 교사가 되어 선생님한테 연락해야지.' 하며 힘을 냈다는 아이. 수 년 전, 그 말을 들을 때 정말 행복하면서도,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2월까지 학생이었다가 갑자기 3월부터 교사가 되어 교실에 들어선 나.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내가 뭘 안다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는지 정말 창피할 때가 많다.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 넘쳤지만, 교사로서도,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도 너무나 부족한 것이 많았던 그 때. 그리고 그 후로, 수 많은 고민과 연구의 시간을 거쳐, 어느덧 수업 준비에 드는 시간도 훨씬 줄어들고, 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다양한 자료들을 준비하며 좀 더 '스킬'이 늘어난 수업을 한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수업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가? 


저자의 말처럼 말은 넘치지만 울림은 없고 지식은 채워지지만 성장은 멈춘 수업(6p)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수업에도 '유행'이 있어서 그 시기별로 적극 권장하는 보조 자료라던지, 수업 방식이 다르다. 그리고 그런 트렌드를 잘 따라가야 마치 '잘 가르치는' 교사인 것처럼 여겨지는 풍토도 일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가 아니라, 자신이 믿는 교육적 신념과 가치를 깊이 신뢰할 때, 비로소 교사는 '가르친다'는 행위의 진정한 의미를 살아낼 수 있다(19p)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와 닿고 있다. 

나 역시 연차가 쌓여가며 수업 기술은 많이 늘었지만, 수업의 변화는 단지 기술을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내면을 다듬는 과정(83p)이 되어야 하기에 진정한 변화를 이루어 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수업 외적인 요구가 점점 많아지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신을 잃어버린다. (89p)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장을 재촉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원래 책을 매우 빠르게 읽는 편이지만, 수많은 생각과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만들어주어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되었다. 경력에 상관없이, 많은 교사들이 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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