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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의 본질 - 수업이란 무엇인가?
김태현 지음 / 교육과실천 / 2025년 6월
평점 :
교사가 된 첫 해에 만났던 나의 첫 제자.
계열은 살짝 다르지만, 같은 교직에서 벌써 7년 차를 맞이한 그 아이 - 이제는 어엿한 교사인 - 와 어제 좋은 시간을 함께 했다. 임용을 준비하며 힘이 들 때면 나를 생각하면서, '꼭 나중에 교사가 되어 선생님한테 연락해야지.' 하며 힘을 냈다는 아이. 수 년 전, 그 말을 들을 때 정말 행복하면서도,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2월까지 학생이었다가 갑자기 3월부터 교사가 되어 교실에 들어선 나.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내가 뭘 안다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는지 정말 창피할 때가 많다.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 넘쳤지만, 교사로서도,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도 너무나 부족한 것이 많았던 그 때. 그리고 그 후로, 수 많은 고민과 연구의 시간을 거쳐, 어느덧 수업 준비에 드는 시간도 훨씬 줄어들고, 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다양한 자료들을 준비하며 좀 더 '스킬'이 늘어난 수업을 한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수업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가?
저자의 말처럼 말은 넘치지만 울림은 없고 지식은 채워지지만 성장은 멈춘 수업(6p)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수업에도 '유행'이 있어서 그 시기별로 적극 권장하는 보조 자료라던지, 수업 방식이 다르다. 그리고 그런 트렌드를 잘 따라가야 마치 '잘 가르치는' 교사인 것처럼 여겨지는 풍토도 일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가 아니라, 자신이 믿는 교육적 신념과 가치를 깊이 신뢰할 때, 비로소 교사는 '가르친다'는 행위의 진정한 의미를 살아낼 수 있다(19p)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와 닿고 있다.
나 역시 연차가 쌓여가며 수업 기술은 많이 늘었지만, 수업의 변화는 단지 기술을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내면을 다듬는 과정(83p)이 되어야 하기에 진정한 변화를 이루어 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수업 외적인 요구가 점점 많아지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신을 잃어버린다. (89p)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장을 재촉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원래 책을 매우 빠르게 읽는 편이지만, 수많은 생각과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만들어주어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되었다. 경력에 상관없이, 많은 교사들이 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