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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파울료의 소설들은 내가 보기에 대개는 동양의 신비주의 사상과 닿아있는 부분이 많아서 마치 구도자의 여정을 그려내는 듯한 분위기고 실제로 구도자의 삶과도 유사하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없다면 정말 이 소설은 라면 받침대로 쓰기 딱 좋은 혹은 글자는 글자대로 문장은 문장대로 읽힐 소설이 되버릴 것이다. 너무나 많은 부분들이 상징적이고 비유적이며,(게다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서정적이다) 또한 약간은 뜬금없는 사건들의 연속이라 가볍게 주행하다보면, 운전자는 아마도 금새 자신이 지금 어디에 와있는지조차 잊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일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사건들을 가지고 얘기하고 있는게 아니라서 폴 오스터와 같은 재미와 이해와 우연을 추구한다면 정말 멍때릴 것이다.
아마도 이십대일 것 같은 여주는 학교선생을 잠시 관두고 오래전 남친이었던거 같은 남주를 만나러간다. 가보니 이 놈이 거의 사이비교주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이 남주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는 부분은 없어보인다. 그냥 단편적인 사건과 대화들에서 이 사람이 그냥 평범한 신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혹은 어이없이 알게 된다. 신부가 맞긴 한건지도 모르겠다.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아마도 기독교 혹은 천주교 그 쪽 십자가 계통으로 몇몇 종사자들이 신의 은총이라고 불리는 초능력을 갖는 일이 실제로 빈번히 벌어지고 있나보다. 거기서 아마도 소재를 따왔나 싶은데, 이 남주는 (이것도 네타인가?) 오랜 믿음 생활로 치유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이 치유능력으로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신앙의 삶과 여주와의 사랑을 두고 고민에 빠지게 되는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정확하게는 남의 집에 놀러갔는데, 그 집과 그안의 내부 구성물들이 자신이 만약 평범하게 살았더라면 꿈꿨던 것과 완벽히 일치해서 신앙생활로 자신도 모르게 오랫동안 신경못쓰던 여주와의 사랑을 되살리게 되고 그 사랑을 고백하고 스스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위해 여주를 만나자고 했던거 같다.
뭔가 읽다보면 정말 딴 세상 이야기 같다는 느낌도 든다. 소설이라기보다 그냥 굉장히 긴 시를 한편 읽었다는 생각도 들고, 파울로 소설들 중에서 가장 정적이면서도 사랑이란 주제에 큰 무게를 둔 소설이었지 않나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곱씹어야할 놓친 부분들이 꽤있었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