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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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첫 고구마와 독서 중

여린 순간들에 깊히 스며들어 나를 성장시키고는, 그 역할을 다했다는 듯 사라져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영원하길 바라는 것들은 왜 영원하지 않는지. 미숙했던 내 모습들은 돌이켜 보는 것 조차 쉽지 않아서, 고통스러워서, 그냥 살아있는 것 만으로도 벅차서 눈 감아 덮어놓은 순간들을 펼쳐볼 수 있을 때, 다시금 껴안아 줄 수 있을 때, 그때서야 우리는 진짜 그 순간으로부터 벗어나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전자책 리더기를 산 후로 국내 작가들의 단편집들을 많이 읽는다.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좋아 잠깐씩 시간이 날 때에 단편들을 읽기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 거의 읽지 않았던 터라 선호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좋은 작가들을 많이 만나 일상이 조금 풍요로워졌다.

<내게 무해한 사람>도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서 읽게 된 책이었다. 국내 작가들에 많은 관심이 없는 나에게도 <쇼코의 미소>의 최은영 작가는 귀동냥으로 들어본 적이 있어서. 딱 그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아주 가볍기 시작했는데, 나에게도 지나쳤던 ‘어리고 여린’ 순간들을 복기하게 만드는 바람에 문장들을 한참을 쓸어내리며 읽게 만들어서, 생각보단 가볍게 읽을 수 없어 예상보다 한참을 더 오래 붙잡고 있었다.

우리를 살아내게 만든 순간들이 있다. 그런데 그때는 왜 몰랐는지, 영원할 줄 알았는지..
특히 <모래로 만든 집>과 마지막 <아디치에서> 가 제일 마음에 남는다. 누군가의 키티일기장을 훔쳐 읽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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