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한 명이 필요했어요. 단 한 명. 내 편을 들어줄 사람. 때리지 말라고 말해줄 사람. 그런데 모두 다 구경만 하는 거죠. 남자 어른의 일이니까 끼어들 수 없단 듯이."

수이는 시간과 무관한 곳에, 이경의 마음 가장 낮은 지대에 꼿꼿히 서서 이경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수이야, 불러도 듣지 못한 채로, 이경이 부순 세계의 파편 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만화 속 인물들은 커다란 눈에 별빛을 담았고, 저속함과 남루함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아름다운 세계에 속해 있었다.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기억나지 않는 시간은 어디로 가는 걸까.......

공무의 글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나를 조금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기를 강요받고 있었다고.

네가 뭘 알아, 뭘. 그건 마음이 구겨져 있는 사람 특유의 과시였다.

그때의 나는 화가 났을까 슬펐을까. 아마 외로웠던 것 같다. 모래의 말은 맞았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자아를 부수고 다른 사람을 껴안을 자신도 용기도 없었다. 나에게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영혼은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헬멧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상처받으면서까지 누군가를 너의 삶으로 흡수한다는 것은 파멸.

그 애를 껴안아 책의 귀퉁이를 접듯이 시간의 한 부분을 접고 싶었다. 언젠간 다시 펴 볼수 있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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