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기업 뒤에는 항상 헤드헌터가 있다 - 헤드헌팅 CEO의 이야기
신중진 지음 / 피플케어코리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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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헤드헌팅 회사 '피플케어'의 대표 신중진 대표의 자전적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그동안 이 업계에서 갈고 닦아 온 헤드헌팅과 사업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와 통찰을 전달하고 있다. 책은 사례를 위주로 하여 읽기가 편하고 흡인력이 있었다. 다만, 사례 중에서 구체적인 조언을 얻기 위해서는 내용을 꼼꼼이 살펴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장 말미에 요약된 노하우나 조언을 담거나 정리된 내용을 실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책은 크게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저자가 헤드헌팅 회사를 막 창업하여 운영하던 이야기를 사업과 헤드헌팅에 대해 느낀 바를 녹여서 담고 있고, 그 이후 2부부터는 저자가 학원등의 사업을 실패한 후 어떻게 인력회사에 취업하여 근로자로 일을 해 왔는지,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를 담는다. 3부에서는 인력회사의 근로자로 회사와 어떤 마찰을 빚게 되었는지, 이후 어떻게 헤드헌팅의 세계에 발을 담고, 어떻게 회사에 근무하면서 헤드헌팅과 관련된 경험을 쌓게 되었는지, 4부에서는 어떻게 자신만의 사업체인 헤드헌팅 회사 '피플케어'를 가지게 되었는지, 피플케어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좌절과 성공 등에 대해서 적고 있다.

 

자서전의 특성 상 약간의 과장이나 각색이 들어갔을거라는 짐작은 들지만, 실제로 저자가 현재 업계에서 든든하게 입지를 다진 사람이므로, 사실의 묘사가 터무니없거나 통찰의 깊이가 얕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모든 것은 사람이라는 것''나쁜 인재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대명제를 깨닫게 된 자신의 일대기를 차근차근 그리고 있다.

 

특히나 사장의 역할을 꽃밭을 가꾸는 것에 비유한 것(81)이나, 자신의 영업 방법에 대해 적어놓은 부분(129, 163, 173)은 읽고 느끼는 바가 많았다. 저자는 인생을 일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으로 살아왔다. 저자의 가장 큰 경쟁력은 추진력과 영업력, 그리고 한가지 더해서 인맥이라고 보인다. 저자는 사람 때문에 많은 좌절과 고난을 느꼈지만, 어려울 때 그를 진흙탕에서 건져올려준 것도 다 사람이었다는 것. 그래서 어쩌면 저자는 그런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 오면서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감지했었던 것 같다. 또한 업무능력의 발달 뿐 아니라 성과만을 지향하던 사람이 어떻게 조직으로 관점을 옮기며 '리더'로서 성장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부분 또한 인상 깊게 볼 수 있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너무나 진부한 말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는 자원이나 인구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럼에도, 말도 안 되는 짧은 기간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가 되었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탄생했다. 이러한 고속 성장의 저변에는 무엇이 있는가? 바로 인재였다. 성실하고 영리하며 역량이 뛰어난 인재들이 각 분야에서 성과를 올렸고 이런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세계의 최빈국 중 하나가, 사람의 힘 하나만으로 이렇게 발전하게 된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기술발전과 대량생산, 세계시장의 발달로 자사의 제품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주요 요인은 바로 사람의 창의이다. 그것이 타사의 제품과 차이를 만든다. 유능한 인재 자체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된 시대이다. 그렇기에 기업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유능한 인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인재를 찾는 것은 늘 어렵다. 그래서 적합한 인재를 선별하여 기업에 매칭시켜주는 헤드헌터의 위상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인재를 찾고 헤드헌터들이 일하는 모습에 대해 알고싶다면 이 책을 살펴보면 수박의 겉을 핥는 정도로나마 그들의 치열한 세계를 옅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헤드헌터가 아닌 사람이라도, 우리가 어떻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어떻게 좋은 사람을 곁에 둘 수 있을지 늘 고민하며 살아야 한다. 그 방편으로서, 이 책을 훑어보며 빛나는 조언들을 건져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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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안에 끝내는 면접 합격 시크릿 - W스피치 우지은 대표의 취업 성공 노하우
우지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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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이만큼의 경제수준을 이룩한 원동력은 바로 우수한 인재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창의성이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 되면서 '어떤 인재를 채용하는지'가 기업의 성쇠를 좌우하게 되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유가 다 있다. 그 반대급부로 기업에서 일하고자 하는 지원자들의 스펙은 상향평준화 되었고, 기업에서의 직원선발 과정은 점점 더 까다로워져만 갔다.

 

면접은 직원선발 과정 중에서도 높은 중요도를 가진다. 품이 많이 들어가는 대신에, 대상에 대해 심도 깊게 파악해볼 수 있는 과정이니까. 면접이 채용과정의 후반부에 배치되는 것과, 지원자가 면접의 난이도를 높게 느끼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필연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구직자인 우리는 이 면접과정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면접이라는 것은 몇 번의 경험이 있어도 어렵긴 마찬가지이지만, 더욱이 면접 경험이 매우 적은 사람이 면접장에 들어가면서 느끼는 막막함은, 마치 빤쓰만 입고 아마존으로 떠나는 자의 그것과 같을 것이다. 물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조언을 받아도 결국 스스로를 단련하지 않으면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 막연함을 덜어줄 수 있는 작은 도움이나마 원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웜업으로 시작해서 7일이라는 테마에 맞춰 7개의 목차를 가지고 있다. 자기파악, 직무파악, 회사파악, 인성면접, 면접 스피치, 역량면접, PT토론면접의 7가지. 조금 더 단순하게 구조화하면 '파악', '스피치', '유형'정도로 구분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웜업파트에서 면접이란 왜 하는 것이며 어떤 사람을 뽑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로 시작한다. 기업은 COP를 가진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다. COP란 역량(Competancy), 조직친화성(Organization friendly), 열정(Passion)을 의미한다. 책에서는 친절하게 기업에서 필요로하는 COP15가지 예시를 제시해 주니 목록별로 나에게 이러한 역량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본론에서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COP를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지에 대해서 본론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COPSAP+C라는 방식을 통해 주장해야 한다. SAP+C란 상황(Situation), 행동(Action), (Performance)과 회사에 대한 기여(Contribution)을 의미한다. 나의 COPSAP+C를 통해 사례로서 구축해서 블록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 어떠한 상황에서, 내가 이러한 행동을 해서, 이러한 성과를 달성했다는 구조를 갖춰서 사례를 만들어둘 것.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파악해서 자신의 어필할 수 있는 자신의 COPSAP+C의 방법으로 추출해내는 것.

 

이러한 대전제 아래서 인성면접과 역량면접, PT/토론 면접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해주고 있다. 핵심은 이야기할 내용을 MECE(겹치지 않으면서 빠짐없이 나눈 것)로 분류하여 체계적으로 이야기하고, 로직트리를 이용해서 논리적으로 답해야 한다는 것. 이것은 평소에 논리적 사고를 연습하지 않고 면접장에서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평소에 어떠한 사안에 대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각 항목에서 자세한 설명과, 면접과 관련된 여러 가지 팁을 주고 있다. 뭐 심층질문 대비하기, 지원동기 대답하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내가 눈여겨 보았던 것은 주장에 설득력을 싣기 위해서는 ECN을 갖춰야 한다는 것. ECN이란 사례(Example), 인용(Cite), 숫자(Number)이다. 실용적이면서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 아닐 수 없다.

 

면접이란 결국 단순하게 요약하면, 자신과 상대를 잘 알고, 말하는 방법을 연습하여, 각 유형에서 지원자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 면접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책에서 제안하는 굵직한 대원칙을 우선 갖추고 세심한 디테일을 챙긴다면 면접이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머릿속에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므로 초보 면접러 입장에서 빠르게 중요한 부분을 실용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이론이나 조언만 나열한 것이 아니고 실제로 저자의 조언을 적용해볼 수 있는 워크북(연습페이지)를 책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 저자가 찍은 유튜브 동영상과 연결되는 QR코드나 오디오파일을 제공한다. , 오감을 통한 지식습득이 가능하다는 것.

단점은 책이 얇은데도 불구하고 워크북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실제 면접기법이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의 비중이 적다는 것.

 

면접에 대한 기초가 없거나, 면접에서 늘 고배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면접이란 생각해보면 면접관과의 대화나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내 채용과 관련된 권한을 쥐고 있다는 것에 긴장하고 너무 작위적이고 어색한 멘트나 행동을 남발하는 것을 주의하면서, 자신감있되 예의바르게 자신의 능력과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온다고 생각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알고 있다. 나도 어렸을적 면접장에만 가면, 뛰는 심장소리를 귀로 들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 답답함과 애절함도 느껴본 바 있으니까. 앞서도 말했지만, 연습과 경험이다. 면접을 앞둔 취준생들, 이직자들에게 모두 행운이 깃들기를 정말정말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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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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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독후감과 비평의 중간 어디쯤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독후감 쪽에 조금 더 가깝다. 작가가 책을 읽고, 관련하여 사회 일상 학문에 대해 쓴 에세이라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기생충 박사라는 생소한 타이틀과 글을 잘쓴다는 소문 때문에 저자의 이름을 알고는 있었는데 글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책마다 가지는 분위기랄까 느낌이 있다. 어떤 책은 대학교 교수님 느낌이다. 어떤 책은 꼰대 으르신 같고, 어떤 책은 온화한 누나처럼 포근한 느낌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동네 형이랑 낄낄대며 "나 이번주에 무슨책 읽었다ㅋㅋㅋ"하는 느낌이다. 동네에 친한 형이랑 실없는 얘기를 한바탕 하고, 일어나서 집 가는 길에 생각해보니 아 그래도 뭔가 꽤 영양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드는 그런 느낌.

역시 글을 잘 쓴다. 허명이 아니었다. 쉽고 가볍다. 이러나 저러나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이 잘 쓴 글 아니겠나. 화려한 미사여구를 붙여서 평론가들한테 인정받아봐야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의 일일 뿐이다. 현학적인 내용과 고급스러운 문장구사가 당연히 사회적으로 일견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내 생각에 바쁜 일상에 책 한권 펼쳐볼 시간 내기도 힘든 대다수의 사람은 그런 글을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거라 본다. 폼 나지만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나만 그래?(...)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량은 미미하다. 뭔가 독서를 좀 시작해 보려고 해도 곧 좌절한다. 왜냐면 책이 핵노잼이니까. OECD국가 중 근로시간 1, 2위를 다투는 국가의 국민들이, 일도 피곤한데, 책에 손이 갈리가 없다. 추천도서라고 올라오는게 뭐, '데미안' '정의란 무엇인가' '이기적유전자' 이런거니 말 다했지. 책 내용은 좋은거랑 별개로, 후.. 재미가 없거든. 세상엔 좋은 책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책을 읽게 만드는 책이 필요하다. 0부터 1까지 만들어내는 작용이 없는데 1부터 100까지 끌어올리는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

간지 난다고, 다들 읽는 것 같아서. 그런 이유로 너무 어렵고 재미없는 책 읽으려고 하지 말자. 그런 책 1권 읽는 것보다 재밌는 책 10권 읽는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좋다. 일 때문에 지치고 피곤해도 들여다보고픈 책. 그런 책을 선택하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 그게 첫 번째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면서, 소개하는 책을 한번 쯤 들춰보고 싶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좋다. 무엇보다 저자의 글은 지식인이 아니라 서민을 향해있다. 누가 이름값 못한달까봐. 이런 친숙함이 그를 사랑받는 인기작가로 만드는 비결 아닐까? 나도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좋아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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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넘어지는 연습 -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걸을 수 있도록
조준호 지음 / 생각정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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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넘어진다.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좌절하지 않고 승승장구 하는 사람은 없다. 없겠지? 있으면 너무 재수없..

심지어 저자인 "2012 런던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조준호도 넘어지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책에 보면 자꾸 자기 실력 없고 평범한 선수라고 하는데 태릉선수촌에 들어간 국가대표.. 엘리트 체육인임..). 그렇다면 우리는 안 넘어지는 방법보다 잘 넘어지는 방법에 대해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 작가는 자신이 그동안 살아오며 겪었던 실패담, 어려웠던 시절을 어떻게 '잘 넘어져서' 지나왔는지를 쉽고 유쾌하게 써 나간다.

운동선수에게는 때때로 치열함보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1등이 아니면 도태되는 환경 속에서 그들은 불안정함을 항상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어떤 선수는 이러한 불안함에 대해 강인한 정신력으로 맞섰을 것이다. 하지만 강인하지 못한 우리 대다수는, 저자처럼 '안 넘어지려고 아둥바둥 살기보다, 여러번 넘어지더라도 잘 넘어지자'는 생각으로 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질 수도 있다. 넘어져도 괜찮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미친 듯 살지 않아도 괜찮다. 왜냐면 내일은 있으니까" 라고 덤덤하게 위로하는 작가의 말은 공감과 위안을 준다.

그런데 어쩌면 저자는 넘어져도 혼자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태어나서 어렸을때부터 수많은 낙법을 해 온 사람과 선천적으로 몸이 불편하게 태어난 사람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 넘어지면 아무도 일으켜주지 않는 사회, 한번 넘어지면 이로 인해서 너무나 큰 부상을 입는 약한 사람들도 많으니까. 많이 넘어져보라는 것은 이런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한 방법은 아닐지. 이런 사람들도 넘어졌을 때 크게 다치지 않게 안전한 길을 만들고, 넘어진 사람을 조롱하는 것 보다 격려해주는 문화도 필요하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일부러 실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실패의 경험 또한 잘 넘어지는 연습의 일환이니 부디 좌절하지 말기를. 자꾸 넘어질수록 잘 넘어질 수 있는 법이니. 그래서 나를 포함하여, 지금 넘어질 것처럼 위태로운 사람들이 언젠가 조금 크게 넘어지더라도 부디 '잘 넘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치지 않고,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옷을 툭툭 털고, 씨익 웃으며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blog.naver.com/jspcp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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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동력 -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힘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김정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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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였다. K형은 군대를 다녀오더니 갑자기 바쁜 사람이 되었다. 모임에서 잘 보이지 않았고,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행사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허투루 시간을 쓰는 법이 없었다. 시간에 대해서는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엄격한 편이었다. 어느날엔가 얼큰하게 취한 형에게 물었다. 요즘 형은 왜 그렇게 인생을 물 샐 틈 없이 살고 있냐고. 그 형은 인생은 유한하고, 젊은 날은 짧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별 의식없이 젊은날을 보내고 있던 나에게 크게 와닿는 말은 아니었다. K형은 나와 연락을 할 시간도 없이 치열하게 살았고 우리는 그렇게 데면데면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리고 몇 년 쯤 지났을 때 친구로부터 K형이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문득 살펴본 내 모습도 어느새 K형의 모습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K형의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책 페이지를 넘길 때도, 끄적끄적 밑줄을 그을 때도.

아무런 연관성 없는 산업과 산업이 인터넷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 산업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정보의 홍수가 범람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이기에 바로 다동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다동력이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힘이다. 여러 가지 역량을 갖추는 것은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도록 할 수 있다. 한가지의 역량을 고도로 개발한 사람은 이제 현대사회에 너무나 많다. 그들은 또 다른 이에 의하여 쉽게 대체될 수 있다. 하지만 개발한 역량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역량을 추가로 개발하면 그것은 시너지를 발휘한다. '10명중에 1명이 가진 역량' 2개를 가지는 경우 '100명중의 1명'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예컨대, 변호사 자격증을 딴 의사는 의료분쟁과 관련된 소송을 누구보다 전문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고, 강력반 형사 출신의 작가는 누구보다 강력반의 세계를 소재로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냥 변호사와 작가로는 대체되기 어려운 경쟁력을 가진다.

이렇게 여러 가지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저자는 시간낭비를 최대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례허식이나 체면치레를 없애고, 새로운 것을 자꾸 시도해야 한다고. 주어진 삶은 유한하므로 한 치의 낭비도 없이 살아갈 것을 이야기한다. 뭔가 내가 늘 하던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도 이렇게 농밀한 인생을 사는 것이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좀 숨이 막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저자는 다행히도, 남이 뭐라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살고, 주변 상황보다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여러 가지 일을 벌이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나도 그럴까? 나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 보다 내 시간의 효율을 생각하면서 살면? 그러면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되는 걸까.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항상 극단에 치우치는 것이 문제다. 이 책은 인생에 대한 목표의식이나 열정이 고갈된 사람에게는 그들을 반대편으로 끌고 올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는 흑과 백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래서 인생이란 것이 재미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항상 균형을 잘 갖출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아, 그리고 나는 몇 년 전 지인으로부터 K형의 이혼소식을 들었다.

https://blog.naver.com/jspcp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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