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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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독후감과 비평의 중간 어디쯤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독후감 쪽에 조금 더 가깝다. 작가가 책을 읽고, 관련하여 사회 일상 학문에 대해 쓴 에세이라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기생충 박사라는 생소한 타이틀과 글을 잘쓴다는 소문 때문에 저자의 이름을 알고는 있었는데 글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책마다 가지는 분위기랄까 느낌이 있다. 어떤 책은 대학교 교수님 느낌이다. 어떤 책은 꼰대 으르신 같고, 어떤 책은 온화한 누나처럼 포근한 느낌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동네 형이랑 낄낄대며 "나 이번주에 무슨책 읽었다ㅋㅋㅋ"하는 느낌이다. 동네에 친한 형이랑 실없는 얘기를 한바탕 하고, 일어나서 집 가는 길에 생각해보니 아 그래도 뭔가 꽤 영양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드는 그런 느낌.

역시 글을 잘 쓴다. 허명이 아니었다. 쉽고 가볍다. 이러나 저러나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이 잘 쓴 글 아니겠나. 화려한 미사여구를 붙여서 평론가들한테 인정받아봐야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의 일일 뿐이다. 현학적인 내용과 고급스러운 문장구사가 당연히 사회적으로 일견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내 생각에 바쁜 일상에 책 한권 펼쳐볼 시간 내기도 힘든 대다수의 사람은 그런 글을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거라 본다. 폼 나지만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나만 그래?(...)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량은 미미하다. 뭔가 독서를 좀 시작해 보려고 해도 곧 좌절한다. 왜냐면 책이 핵노잼이니까. OECD국가 중 근로시간 1, 2위를 다투는 국가의 국민들이, 일도 피곤한데, 책에 손이 갈리가 없다. 추천도서라고 올라오는게 뭐, '데미안' '정의란 무엇인가' '이기적유전자' 이런거니 말 다했지. 책 내용은 좋은거랑 별개로, 후.. 재미가 없거든. 세상엔 좋은 책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책을 읽게 만드는 책이 필요하다. 0부터 1까지 만들어내는 작용이 없는데 1부터 100까지 끌어올리는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

간지 난다고, 다들 읽는 것 같아서. 그런 이유로 너무 어렵고 재미없는 책 읽으려고 하지 말자. 그런 책 1권 읽는 것보다 재밌는 책 10권 읽는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좋다. 일 때문에 지치고 피곤해도 들여다보고픈 책. 그런 책을 선택하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 그게 첫 번째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면서, 소개하는 책을 한번 쯤 들춰보고 싶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좋다. 무엇보다 저자의 글은 지식인이 아니라 서민을 향해있다. 누가 이름값 못한달까봐. 이런 친숙함이 그를 사랑받는 인기작가로 만드는 비결 아닐까? 나도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좋아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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