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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제가 온다 - 왜 이제 더 짧게 일해야 하는가
조 오코너.재러드 린드존 지음, 구세희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6년 5월
평점 :
[ 주4일제가 온다 - 조 오코너 ]
업무를 하는 현장에서 주4일제 논의를 접할 때마다 ‘제도 자체는 좋은데, 현실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었다. 노동시간 단축 컨설팅을 하다 보면, 경영자는 생산성과 비용을 걱정하고, 노동자는 임금 삭감과 업무 강도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 주4일제를 지향하는 입장이면서도 좋은 취지와 별개로, 실제 기업들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주4일제가 온다"는 제목을 보는 순간, 막연한 가치 논쟁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와 사례를 기반으로 이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책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특히 영국과 북미 등에서 대규모 실험을 진행한 연구자들이 직접 쓴 책이라는 점에서, ‘주4일제는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이다’라는 통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근거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은 2021~2022년 영국 61개 기업과 북미 41개 기업이 참여한 주4일제 실험을 중심으로, 실제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촘촘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더 짧게 일해도 된다”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라, 임금 삭감 없이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성과 매출, 직원 만족도까지 어떻게 유지·향상시켰는지 데이터를 통해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참여 기업 상당수가 실험 종료 후에도 주4일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은, 이 제도가 ‘잠깐 해본 이벤트’가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계산이 맞는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번아웃 감소, 성별 격차 완화, 출산율과 돌봄 문제, 기후위기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주4일제를 연결해 설명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이 개인의 워라밸을 넘어 사회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레버라는 점도 강조한다. 동시에 AI와 디지털 전환이 노동의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고, 그 변화가 주4일제 전환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시한다. 물론 우리나라와 경영환경이 다른 서양의 국가들과 직접 비교는 어려워도 큰 틀에서 우리나라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은 어느정도 뚜렷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주4일제에 대한 나 자신의 질문도 조금 바뀌었다. “가능한가?”에서 “어떻게 설계하면 우리나라의 조직에서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로 초점이 이동했다. 현장에서 제도 도입을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우선 이 책에서 다룬 실험처럼 ‘완전한 주4일제’ 이전에 파일럿 형태의 시범 운영을 설계하고, 생산성 지표·직원 만족도·이직률 등을 사전에 정해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겠다고 느꼈다. 또 하루가 줄어든 근무시간 안에서 성과를 유지하려면, 단순 노동시간 관리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전체, 이를테먄 회의 구조, 집중 시간 확보, 자동화 도입, 목표 설정 방식을 함께 바꾸는 조직 설계가 필수라는 점도 실감했다. 개인적으로는, 주4일제가 ‘언젠가 올지도 모르는 먼 미래의 제도’가 아니라 이미 여러 나라와 기업에서 검증을 시작한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감각을 얻었다. 노동과 삶의 미래를 고민하는 실무자, 정책 담당자, 그리고 경영자 모두가, 이 책을 계기로 “왜 안 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맞게 구현할 수 있는가”를 함께 설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