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펭귄 - 불확실한 1인자보다 확실하게 살아남는 2인자의 성장 공식
임승현 지음 / 서사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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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컨드 펭귄 - 임승현 ]


나는 실무와 관련된 책을 좀 읽는 편이다. 책을 꽤 오랜 세월동안 읽다보니 이제 어떤 책을 봐도 비슷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책들을 죽 둘러보아도 다 거기서 거기같은 느낌이고, 제목이나 표지가 눈길을 끄는 책이 잘 없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한번 더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 세컨드 펭귄 ]이라니. 늘 1등을 외치고, One thing을 외치며, 선점전략을 외치는 곳에서, 2인자의 성장 공식이라니. 거기다 펭귄이라니. 왜 하필이면? 지나가다 힐끗 보았지만 멈춰서서 한번 더 볼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책에서는 창업가와 기업가를 나눈다. 직관으로 움직이며 제일 먼저 나서는 창업자와 두번째로 움직이며 근거를 기반으로 판단하며 창업자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펭귄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첫번째 펭귄이 움직이면 그제서야 두번째 펭귄이 움직인다고 한다. 하지만 첫번째 펭귄은 주로 북극곰의 먹이가 되는 운명을 맞이하기 일쑤다. 물론 저자가 첫번째로 움직이는 창업자를 비하하려고 쓴 이야기는 아닐것이라 생각하고, 어떤 취지로 펭귄의 비유를 가져왔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심정이다. 어떻게 보면 자극적이고 단순한 비유를 통해 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는데,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스타트업의 중요한 성공원칙은 창업자를 보조하는 기업가형 인재의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렇다면 기업가형 인재는 어떻게 일해야하는지,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지, 어떻게 근거와 지표를 기반으로 판단하여 올바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지를 매우 구체적이고 자세히 다루고 있다. 책의 내용 중에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다수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지표의 설정과 관리에 대해 저자의 높은 안목과 인사이트를 느낄 수 있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의사결정하는 방식과 발생할 수 있는 오류들에 대한 친절한 가이드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안목이 틔인 것 같아 즐거운 경험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유비를 보좌한 제갈량의 모습이 떠올랐다. 직관과 인덕으로 일국을 이뤘지만, 그 뒤에는 제갈공명의 냉철한 분석과 전략이 수반되었다. 제갈량이 없었다면 유비의 입촉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며, 삼국지의 시대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제갈량은 유비보다도 더 많은 추종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 리더의 옆에서 2인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세컨드 펭귄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 용기와 직관을 통해 헤쳐나가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 뒤에 바짝 붙어서 냉철히 주변을 둘러보며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 사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성적이고 분석적으로 사고한다고 다 정답인 것은 아니고, 직관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 중에서도 매우 탁월한 사업가나 경영인들은 손에 셀 수 없을 정도니까.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한쪽에 치우친 의사결정은 결국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조직은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고를 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대비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다 나 앞에 나서서 북극곰과 싸울 필요는 없다. 맨 앞에 선 펭귄이 북극곰을 만나지 않을 수 있도록 다독여줄 수 있는 세컨드 펭귄의 길. 그것도 너무나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며 충분히 매력적인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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