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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디스럽션, 파괴적 혁신을 넘어 - 블루오션 창시자의 새로운 혁신 전략
김위찬.르네 마보안 지음, 권영설 옮김, 김동재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7월
평점 :
[ 비욘드 디스럽션 - 김위찬, 르네 마보안 ]
다른 사람들은 혁신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상상될까? 내가 생각하는 혁신의 이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싹 갈아엎는 것'이다. 조지 슘페터의 파괴적 혁신 이론의 영향 없이도 나는 혁신 자체에 어느정도 없애버리고 근본부터 다시 쌓는것을 혁신이라는 의미로서 가지고 있었다. 너무 당연했고 위화감 없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왔는데 혁신은 파괴를 수반하지 않고 창조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을 만났다. 그것도 한 때 블루오션 전략으로 경영계에 작지 않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김위찬 교수의 신작이다. 당시 관련 분야에 관심이 없었던 나도 한번쯤은 들어봤던 이름이었고 지금도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의 개념은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블루오션 이론의 저자가 말하는 창의적 혁신.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전작인 블루오션 전략에 대해서는 솔직히 열심히 읽어보진 못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경영이론과 관련된 업무를 하거나 하다못해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블루오션 전략에 대해 너무나도 많이 들어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이 블루오션 전략을 이야기할 때, 기존의 경영학 이론에 감성을 더했기 때문에 이 이론은 성공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 것에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블루오션 전략은 기존의 기업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생존경쟁과 시장지위, 점유율 등에 대한 개념에서 벗어나 명확한 정체성으로 각각의 시장에서 성장하면 사회 전체적인 효용이 증가하고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상론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겠지만 이런 방향성은 꽤 긴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는 더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CSV나 ESG, 지속가능경영이 말하는 것이 바로 상생과 협력, 동반자적 성장인 것이다. 그러한 저자의 기조는 후속작인 [비욘드 디스럽션]에 더욱 고도화 되어 나타나고 있다.
책은 왜 혁신이 반드시 파괴적이지 않아도 되는지, 창조적 혁신이 왜 필요하며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반부에서 다루고, 후반부에서 창조적 혁신을 조직 내에서 이끄는 방법론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책은 블루오션 전략이 기존 산업의 경계를 타겟으로 하는 전략이라고 한다면, 비과괴적 창조는 기존 산업 경계 외부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둘 다 기존의 제로섬 방식에서 포지티브 섬의 전략방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갖는다. 저자가 한국인이라 그런지 몰라도 책 곳곳에 한국 기업의 사례를 들고 있어 더 설득력 있고 와닿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특히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제4차 산업혁명에 있어 왜 비파괴적 창조가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그 간 고민하던 지점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단초로 작용했다.
산업환경은 매 순간 계속해서 변하고 있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모색할 수 있는 길은 또 그만큼 다양하게 열리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안그래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레드오션에서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는 방법보다는 어쩌면 기존의 경계를 넘거나, 기존의 경계와 새로운 경계의 영역을 합치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업의 영속성을 도모하도록 해야 한다. 혁신이라는 것인 당연하게도 쉽게 일어날 수 없다. 책에서 다양한 전략과 방법론도 제시하기는 하지만, 한국의 경영자 특히나, 인적 물적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회사에서 적용하기에는 다소 부침이 있는 제안들도 많이 있었다. 또한 비파괴적 혁신이 오늘날 시장에서 왜 중요한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인사이트에 집중하느라고 어쩌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비파괴적 혁신을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조금 더 구체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는 역시 설득력 있고 통찰력이 반짝이는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한동안 또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욘드 디스럽션에 대한 논의가 풍부하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좋은 이론이 나오면 그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의견들을 접하게 될텐데 거기에서도 또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