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지 메모만 했을 뿐인데 - 유영택 ]군대에 있을때 시간이 가는게 너무 아까웠다. 뭔가 허송세월을 하는 느낌이었고 생산 없이 소비만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왼쪽 가슴팍의 주머니에 손바닥만한 작은 수첩과 모나미 볼펜을 넣고 그날 그날 생각이 나는걸 순간 순간 기록했다. 거의 5분에 한줄씩 쓰면서 그날 일어났던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내 생각을 메모장에 뺴곡하게 기록했다. 그렇게 2년동안 가지고 나온 메모장이 30권은 된다. 그 때를 돌아보면 그 척박한 환경에서 나름대로 창의적이고 깊은 생각을 하며 보람차게 보내왔다. 사회에 나오고 보니 메모를 한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늘 메모장을 들고다니던 주머니가 사라졌고, 갑자기 메모장을 꺼내 뭔가를 휘갈기는 사람을 보면 괴짜처럼 보이기 일쑤이다. 그렇게 메모를 하는 습관은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열심히 메모하던 시절의 충만함을 잊지 못하고 늘 시도하게 되는 것 같다. 다만 그 방식을 조금 생활에 맞추고자 여러 궁리를 하게 된다. 그래서 메모 관련 책도 많이 찾아서 읽게 되는데 메모에 대한 동기부여나 방식에 대한 생각의 리프레시를 이 책을 통해서 많이 일깨운 느낌이다.책은 특이하게도 사례를 우선 보여준다. 메모를 통해 어떤 성과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 보통 이론을 전개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보여준 뒤 이러한 주장의 대한 근거로서 사례를 제시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근데 이 책에서는 사례를 통해 메모를 열심히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내용을 먼저 제시하다보니 확실히 관심이 많이 가게 된 것 같다. 기획서를 쓰거나 제안서를 쓸 때 이것을 통해 상대방이 얻는것이 뭔지를 먼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사례를 우선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이득을 독자에게 제시하는 방법이 신선하면서도 왜 이렇게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싶다. 메모의 효과를 본 사례 중에서 제일 나와 맞닿았던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로서의 메모였다. 나는 늘 머리에 생각이 많고 공상에 빠져 사는데 이러한 생각이 정리가 되지 못하다보니 구체적으로 실현되거나 내 의견으로 정리되는 일은 적었다. 하지만 메모를 통해 이러한 생각의 정리가 이루어지면 이것이 명료하게 구현화하게 되는 형태가 되고, 생각의 헛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되니 나도 메모의 효과로서 크게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었다.그 다음은 메모의 방법이었다. 방법도 나름대로 간결하면서도 충실하게 적고 있다. 특별한 인사이트가 있었다라기 보다 내용을 잘 정리해 둔 느낌이었다. 읽기가 편하고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으므로 한번에 메모의 방법론에 대해 탐구해보자 하는 사람이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만의 특별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 9와2분의1 메모법인데, 9와2분의1은 가로 세로 9.5cm의 메모장 크기를 말하는 것이다. 이 메모장에 메모를 적어 관리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작은 차이지만 이것이 메모방식의 차별점이 될 수도 있다고 설득된 것이, 통일된 규격의 메모장은 메모를 적고 분류하고 통합하는데 효율적인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으므로 관심이 있는 사람은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여담이지만 이 책은 저자와 저자의 아내와 딸이 같이 차린 출판사의 첫 책이라고 한다. 가족이 다같이 힘을 모아 낸 첫 책이니만큼 그 내용이나 형식에 신경을 많이 쓴 듯 하다. 그리고 부럽다. 가족끼리 이런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니. 앞으로도 니어북스에서 좋은 정보를 담은 양질의 책을 많이 출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