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가 없어 고민입니다
구로카와 이호코 지음, 김윤경 옮김 / 넥서스BIZ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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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가 없어 고민입니다 – 구로카와 이호코



예전의 나는 참 생각이 어리고 철이 없었다. 예전에는 내가 해야 할 말을 타인에게 직설적으로 말하고 타인의 하는 말 또한 문언 그대로 받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어쩌면 법을 오래 공부한 나의 환경적 특색일 수도 있는데 이러한 대화법은 업무 외에서는 크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을 기반으로 직선적으로 목표지향적 대화를 한다는 것은 업무를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경우 선호되지만 가족이나 친구, 연인을 대상으로 할 때 이런 대화법은 종종 역효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를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거나 눈치가 없다라는 말로 표현하곤 했다.



나처럼 아예 문제를 의식하지도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타인의 언어나 감정에 공감하거나 배려하고자 함에도 불구하고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 책 <눈치가 없어 고민입니다>에서는 이러한 차이는 뇌, 즉 인식 프레임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인식 프레임이란 같은 현상을 보고도 무엇을 중요하게 받아들이는지(인식하는지), 그 기제를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 프레임은 정도는 다르지만 개인마다 다 차이를 나타낸다. 왜냐면 이러한 인식프레임은 개인의 성별, 자라온 지역, 모어母語, 유전자, 시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타인을 이해하려고 하다 쉽게 지쳐버리는데 타인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인식프레임에 대해 이해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식프레임의 장애, 즉 공감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소해야 할까. 책에서는 전형적인 인식프레임을 가지지 못하고 독자적인 인식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그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물론 독자적인 인식프레임이 나쁜 것은 아니다. 아인슈타인 또한 전형적인 인식프레임보다는 독자적인 인식프레임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은 양 프레임을 모두 가지고 생활하고 있으며 이것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고 책은 말한다. 다만, 이러한 독자적 인식프레임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자폐에 빠질 수 있으며 책에서는 자폐에 대해서 어느 정도 비중을 가지고 다루고 있다(이것은 어쩌면 작가의 자폐성향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공감장애 극복의 첫 단계는 바로 개념의 공유이다. 각자가 어떠한 것의 개념에 대해 독자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을 꺼내어 놓고 공유하는 것이다. 마지막 3장에서 공감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해 준다. 넥타이 매듭이나 목걸이를 이용하는 방법, 메모하는 방법 등.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책을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주로 공감장애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데 70%의 비중을 두고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론 제시에 30%정도의 비중을 두고 있다. 책 자체는 난이도가 높지 않고 단락별로 쪼개어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비약 없이 자연스럽게 논리를 전개하고 있어 어색함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통상적으로 눈치없는 사람이 갖는 상황이나 사례에 대한 부분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고, 해결책이나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론이 다소 약했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간결한 문체로 명료하게 현상을 진단하고 설명하고 있고 무엇보다 가독성 좋게 흥미와 텐션을 유지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써져 있어 좋았다. 공감장애나 자신의 눈치없음, 혹은 주변이나 본인의 자폐성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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