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 – 민경주아 좋은 책이다. 나는 마케팅과 전혀 상관없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만 일전에 마케팅 팀에 잠시 몸을 담아본 적이 있고 그 현장이 얼마나 치열하고 살벌한지는 알고 있었다. 동시에 매일 밤늦게까지 릴레이 회의를 하던 회사의 유능한 마케터들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매일이 야근의 연속인데다 나오지 않는 아이디어를 뽑아내느라 머리카락까지 같이 뽑고 있었을테지만. 마케팅에 대한 관심과 동경이 이 책을 집어 들게 만들었다. 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이라니. 오리지널스나 포지셔닝같은 마케팅 고전보다 훨씬 편하고 읽음직하여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책은 환경분석, 콘텐츠제작, 광고홍보, 멘탈관리, 방향설정의 다섯가지 파트로 구분된다. 앞 전의 세 개의 파트는 3C나 4P, CTA등 실제 마케팅에서 사용되는 이론이나 기술을 살짝 맛을 보여주면서, 실제적으로 이러한 이론들을 실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거나 적용할지에 초점을 맞춰 내용을 전개해 주고 있다. 더하여 뒤에 두 개의 파트에서는 마케터로서 생활하면서의 고충이나 경험을 재치있는 글솜씨로 녹여내어서 업무가 막막한 초보자들에게 관계와 마음가짐에 대한 노하우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위로도 함께 곁들이고 있다. 보면서 지루함 없이 볼 수 있었고 내용도 기초적인 내용이었겠지만 마케팅 초보자인 나에게는 마케팅 세상을 한번 쯤 들여다보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전반적으로 책의 내용이나 구성은 훌륭했다. 내가 회사 신입사원으로 들어갔을 때 저자와 같은 선배를 만나거나 이런 책을 접할 수 있었더라면 최소한 2년정도의 시간낭비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책은 실제로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회사의 입장에서 어떻게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고 이 때 무엇을 고려하면 좋을지, 거시적인 부분에서부터 아주 세세한 생활 디테일까지 알려주고 있다. 그것도 깨알과 같은 유머코드를 자랑하며. 주변에는 이런 글 방식이 다소 가볍다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에게는 취향저격이었다. 책에 얼마나 밑줄을 쳤는지 세기가 어렵다. 책에 붙여놓은 3M 플래그 때문에 책이 거의 고슴도치가 되어갈 수준이다.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책을 만나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하는 직무에 대해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남들에게 알려줄만한 노하우와 내공이 생기면 그 때는 나도 이런 책을 한 번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