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모든 것 - 30년 조세 정책 전문가가 보는
김낙회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철없이 동네를 막 뛰어다닐 때는 참 천진난만했었더랬다. 나는 언제나 이렇게 어린이일 줄 알았고,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나고 나는 어느새 내가 어른이 됐구나를 수시로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나이가 들면서 더 빈도가 늘어나는데 어렸을 때의 예상과는 다르게 딱히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이러한 느낌을 갖게 하는 여러 순간들 중 한가지는 바로 세금에 대해 신경쓰고 있는 나의 모습을 지각할 때 이다. 어느새 세금이라는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자 세금을 바탕으로 사회나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거칠게나마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세금은 내 생활에 소소한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내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공공행정에 대해 불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명확하게 세금에 대한 공부나 이해를 시도해 보지는 않았다. 왜냐면 그것은 너무나 어려웠고,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어차피 평생 세금을 신경쓰고 살아야 하는 팔자라면, 세무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세금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책을 쓴 저자는 조세전문가로 현업에서 다양하고도 전문적인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었다. 책의 구성도 이해가 쉽고 논리적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책에 대한 첫인상은 매우 좋았다. 제일 처음 세금이란 무엇인가라는 장에서는 세금의 의미, 역사부터, 세금과 관련된 이 책의 논리적 체계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개념들은 소개하고 있다. 이 장에서 소개하는 세금의 방향성은 형평, 효율, 중립이다. 형평은 국민의 소득에 대한 소득과세를 통해 사회적 형평을 추구하고자 하는 성격을 갖는 소득세의 기본형태와 응용형태를 소개해주고 있고, 효율은 법인에 대해 매기는 세율을 통해 공익이나 사회적 공공선보다 경제적 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성인 법인세에 대해서, 중립에서는 다양한 경제주체가 시작에서 소비를 함에 따라 소비에 세금을 매기는 소비세에 대해 다루고 있다. 크게 책을 관통하는 굵직한 내용은 위의 세가지이며 균형을 갖춰서 잘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세금의 미시적 측면이 아니라 각 세금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의미나 효용, 기능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고 거시적인 세금정책적 측면이나 이러한 세금이 사회나 경제,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까지 생각을 다다르게 한다. 가볍게 어떤 종류의 세금이 있고 세율이 어떻게 되고 절세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있을까 찾고자 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당초 생각했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요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금과 조세정의를 통해 사회나 본인의 가치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어떤 방향이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인지를 생각하여 스스로의 기준점을 다질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아마도 매우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세금에 대해 아직은 초보자 수준이고, 경제학이나 재정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조차 부족하다보니, 안타깝게도 이 책을 수월하게 읽지는 못했다. 지식의 저주까지라고 하긴 그렇지만 책에서도 부의 소득세라든지 다양한 경제학 개념에 대해 매우 당연한 듯 사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이런 개념을 일일이 찾아가면서 읽으려다보면 어쩔 수 없이 책을 술술 읽을 수는 없었고, 탁탁 걸리는 부분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하지만 모르는 부분을 스킵하면서 보더라도 충분히 좋은 통찰을 얻을 수 있고, 도표나 그래프가 적절하고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게다가 저자의 글솜씨도 좋은 편에 속해 둔한 나와는 달리 명석한 다른 독자들은 아마도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금의 의미나 기능에 대한 거시적 관점에서의 지식을 원하는 사람은 읽어보면 후회없을 것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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