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하나의 기업에서 한 가지 일만 하면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 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자유롭게 일하려고 여러 가지 길을 모색한다. 잡 노마드라는 말은 이제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자의든 타의든 일할 의욕과 체력이 충분한데도 회사를 퇴사하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현대인들의 수명과 능력은 점점 늘어가고, 욕구의 차원이나 자아의식이 점점 높아져 가면서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서점에만 봐도 회사를 퇴사했다거나,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즐겁게 살자라는 취지의 에세이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현 세태를 반영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본다.하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퇴사를 하고 내가 즐거운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자 하고 홀홀단신이 되었을 때, 우리는 가야할 길을 바로 정하고 전진할 수 있을까? 그러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나라는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고, 어떠한 커리어 지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막막한 상황에서 그 나름대로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어른들도 진로가 고민입니다>이다.보통 진로탐색이라 하면 중고등학생들 혹은 대학생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종래에는 하나의 직장에 들어가서 안정적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 미덕이었으니까.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에서 개인을 둘러싼 커리어의 변동이 드문 일이 아닌 오늘날에는 이러한 진로탐색은 비단 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책에서 또한 위와같은 취지로 말을 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 하에서 크게 두가지의 중요한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우리는 정말 우리가 원하는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느냐이다. 인생과 커리어는 불가분의 관계로 내가 원하는 경력경로를 따라 가야 우리의 인생 또한 주도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에 대해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책은 말한다. 나의 생애주제(LIfe Theme)를 확립하고 그에 따른 진로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진로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주객의 전도를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한번에 완벽한 커리어를 갖춰서 쭉 밀고 나가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며 커리어를 천천히 쌓아가고 조율하고 맞춰가는 것이 바로 자신의 진로탐색이라는 것이 두 번째 주제의식이다. 통상 커리어에 대해 완벽한 경로설계를 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에 대해 좌절하고 낙담하게 된다. 그러나 진로라는 것은 그렇게 단번에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진로를 찾아가고 이에 대한 수정보완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진로를 밟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이다.저자의 말은 담담하고도 이성적으로 독자를 설득한다. 여러 가지 이론적 근로를 가져와서 자신의 주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있어 책의 두께가 얇은 것에 비하여 내용의 충실성은 높은 편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한데, 진로를 고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는 느낌이었다. 저명한 학자들의 이론 소개는 진로를 고민하는 내담자보다도 다른이의 진로를 상담해주고자 하는 상담자가 봤다면 더 유용했을 것 같았다. 혹은 다양한 사례나 쉬운 비유를 통해 일반 사람들이 알아듣기 조금 더 편하게 접근했다면 진로를 고민하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진로탐색과 상담이라는 생소한 개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하고, 그 내용을 여러 가지 이론과 합리적 근거를 통해 논리적으로 전개했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책을 옆에 두고 천천히 한 장씩 꼼꼼히 살펴보다보면 분명히 어느새 내가 원하던 길 위에서 내 커리어를 닦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