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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논증이다 - 탁석산의 글쓰기 2 ㅣ 탁석산의 글쓰기 2
탁석산 지음 / 김영사 / 2005년 11월
평점 :
세상엔 참 많은 사람들이 산다. 각자 생긴 것도 다르고 추구하는 것도 다르고, 목소리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이렇게 각기 다른 70억명의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고 있는 것이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킨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래도 조금이나마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나의 '주장'과 주장을 납득시킬 수 있는 '근거'. 그것이 논증이다.
이 책은 한국의 철학자 탁석산이 쓴 글쓰기 책 중 논증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이 얇은만큼 분량이 적지만 중요한 내용이 알차게 담겨있다. 내용 또한 주인공과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사부가 나와서 논증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읽기 쉬운 형식을 갖추었다.
<좋은 논증>이란 결론(주장)과 전제(근거)의 단단한 결합이다. 책에서 말하는 <좋은 논증>, 즉, 결론과 전제를 단단히 결합시키기 위해서는 ①전제는 결론과 관련이 있어야 하며, ②참이어야 하고, ③결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를 갖추고, ④상대방의 반론에 대해 대비할 수 있다면 이는 <좋은 논증>이 된다.
잘은 모르겠만, 결국 ③'결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①전제가 결론과 관련이 있고, ②참인 것을 포함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전제가 결론과 관련이 없고 참이 아님에도, 결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할 리가 없으니까.
책에서는 바로 위에서 말한 '좋은 논증을 만드는 연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이 쓴 글에서 결론과 전제를 찾고 이러한 전제가 결론을 뒷받침하기 충분한지를 검토하는 과정을 실었다. 내 논증을 만들기 전에 다른사람이 쓴 글을 보고 결론과 전제를 찾아 이를 꼼꼼히 분석해 보는 것은 좋은 연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추가로 저자는 서론과 결론은 제하고 본론만 잘 써도 좋은 글이 된다고 한다. 은 시간과 분량에 제한이 있는 논술과 같은 시험에서는 서론과 결론은 결국 본론을 한번 더 말하는 사족일 수 있으므로 제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그것이 좋은 글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가만히 보면 인간이 사회에서 타인과 생활한다는 것은 결국 남을 설득하면서 살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작게는 '오늘 점심메뉴는 무엇으로 정할지'부터, '우리팀의 이번 분기 목표는 무엇으로 잡을지', 크게는 '우리나라가 왜 이런 사상을 기조로 삼아 정책을 꾸려야 하는지'까지.
설득에 필요한 강력한 도구는 논증이다. 이 책은 논증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각을 제대로 독해하고, 주장의 논리적 허점을 찾을 수 있는 실용적인 연습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내가 좋은 논증을 갖출 수 있도록 친절하고 쉽게(그리고 무엇보다 짧게) 잘 이끌어주고 있다. 다이제스트 느낌의 책이라 아무래도 깊이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책이지만, 논증에 이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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