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식탁 다리와 시멘트 벽 사이, 빛이 잘 들지 않는 그곳에 새끼 손가락 길이에 그 굵기 정도는 되어 보이는 시꺼먼 먼가가 눈에 띄였다.
마실 나왔다 제때 복귀하지 못한 운 나쁜 바퀴임을 직감적으로 알아 차렸다.
아무도 모르게 슬리퍼짝으로 살짝 두들겨 팬 다음 눈에 안 띄는 곳에 숨겨 놓을 작정이었는데 아무래도 식당 아줌마 눈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문드러진 시신을 접하고선 까무러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고만 하기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가급적 순화된 언어로 "사장님, 저기 벌레 있어요."
힐끔 쳐다 본 아줌마 "바퀴네"
재빨리 화장실 휴지를 손에 둘둘 감더니 전광석화. 바퀴를 덮쳤다. 상황 종료. 두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개인적으로 난 바퀴에 아무런 혐오도 원한도 감정도 없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바퀴를 보는 것만으로도 경기를 일으키니 아무도 보기 전에 조용히 안락사 시킬 생각이었을 뿐이다.
아줌마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생각이 같다는 건 흔한 현상일 수도 있지만 실제 마딱뜨리면 흥미로운 현상이다.
ps: 나 말고 맨손으로 바퀴 잡는 사람을 본 건 이게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