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게 여러 사람이 죽고 다쳤다.

명복과 빠른 쾌유를 빈다.


1년 조금 모자라는 동안 사격장 전담 조교를 했다.

왜 여기만 유독 전담 같은 게 있냐는 날카로운 질문이 있을 것 같아 사족을 덧 붙이자면...

조교들 모두에게 생명수당을 줄 만큼 국방부 예산 사정이 좋지 않아서 일 것이고 (잘못된 일은 모두 예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명에게만 수당을 주게 되고 수당을 받은 애들은 왠지 자기가 사선을 타야 될 것 같고...

그렇게 빙글 빙글 돌아 결국 전담 조교가 생겨 났다는 설이 있다.

병장 말호봉이 2만원 채 안되던 시절, 수당을 20만원이나 받았으니 영광스럽게 기꺼이 사선에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물론 사고시 국가에 손 벌리지 안겠다는 서약서에 싸인도 하고 지장도 찍었다.

목숨값이 한달에 20만원 이라니.


사격장에서는 년간 한두건 정도 사고가 있었고 그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망자는 엉뚱하게 민간인이었는데 사격장 뒷산 너머까지 유탄이 날라가 나물캐던 동네 할머니가 희생자가 되었다.

도저히 말 같지도 않아 부대에서는 완전히 부인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증거, 탄환이 발견되었다.


여기선 맘만 먹으면 누구나 누구든지 죽일 수 있다.

해서 최고도의 긴장과 집중이 강요되지만... 정작 집중은 날라가는 탄피에만 있다.

한개라도 놓치면 난감해진다.

해 떨어지고 눈 앞 손가락도 안보이는 깊은 산속 완벽한 어둠속에서 후레쉬 하나 들고 바늘 찾기에 나선것도 여러번이다.


신병이 올라오는 날은 초집중이다.

하루에 한두번은 간담 서늘함을 느껴본다.

장전된 총은 절대 들고 일어서면 안된다. 총구는 항상 표적지.... 아래 PRI 교장에서 오전내내 떠들었건만 

여전히 총 고장났다고 사격 중에 들고 일어서 교관,조교 일동을 혼비백산하게 만든다. 


조교 전원이 군장에 연병장 뺑뺑이 돈 날은 약실에 한발 남겨간 넘 때문이었다.

그걸 내무반에서 총기 수입한답시고 격발시킨 바람에 부대장이 빡 돌았다.

탄피만 세다 보니 탄을 놓쳤네.


가끔은 VIP 부대 방문이 있다.

신교대는 여론 이슈가 있어 좀 잦은 편이다.

그럼 모든 총의 공이핀을 분해 제거 해 놓는다.

말 그대로 옷핀 같은 핀이지만 이거 없으면 총은 그냥 작대기다.

대개는 훈련병들이 교육 나간 사이에 조교들이 초고속으로 분해하여 수거 했다가 상황이 종결되면 되돌려 준다.

하루는 잡무에 시달리느라 바빠 점호 끝난 다음 잘때쯤 되서 돌려 주었다.

내무반 전체서 터져 나오는 한숨.

다들, 자기가 공이핀 분실했다 생각하고서는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자살에 대해 심각히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25미터 영점 사격장에서는 3발씩만 지급하라고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그날 밤 새워도 1개 중대도 못한다.

그래서 영점 3번 잡고 기록 한번 하라고 12발씩 인심 좋게 팍팍 나눠준다.

부대장 지시는 탄착 안 잡히는 넘은 군인이 아니라고 돌려 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설마 설마 하다가 100발이나 써 버린 넘이 나타났다.

교관이하 전원이 뿌듯해던 날이었다.


250미터 사격장은 경이 그 자체다.

가물가물 보이던 표적지를 가늠자 위에 올려 놓으면 이제는 아에 아무것도 안보인다.

아 그런데, 세상에나, 탄이 표적에 들어 가는 것이다.

타로카드에서 스티븐 킹이 써 놓은대로, 눈으로 조준하는 게 아니라 역시 마음으로 하는 것이었다.

먼가 달관한 기분이 들었다.


M1은 노리쇠 때문에 장전이 참 머 같았다.

클립도 없이 한발씩 끼워 넣었는데 참 요행히도 한번도 손가락을 찧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난 이게 가장 좋았던게 정말 잘 맞는다.

특히 250미터에서.


어떤 나라에서는 귀마게를 하고 쏜다지만 우리는 아니다.

반년쯤 지나니 왠지 귀가 먹어 가는 듯 했다.

그리고 또 세월이 지나가니 아주 나쁜 버릇이 생기기 시작한다.

격발시 자꾸 눈이 감긴다.

촬영용 총을 들고서도 눈을 감는 배우들이 보인다. 

그러면 절대 안 맞는다.


감사가 가까워지면 잔탄처리에 나선다.

소요계획에서 탄이 남으면 절대 안된다. 훈련을 게을리 한 증거니까 반납도 안된다. 

해뜰때 부터 시작하여 해질때까지 총열이 휠까 봐 총을 바꿔 가며 계속 쏴 댄다.

몇 박스를 뜯는지 세는 것도 피곤하다.


호 속에 들어가 있으면 머리위로 총알이 쌩쌩 지나간다.

물론 보일 리는 없지만 소리만으로도 궤적을 알 수 있다.

이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서늘하다 못해 심장이 짜릿짜릿 해진다.

라이언 구하기 초장, 오마하 섹터 상륙장면에서 이 소리가 들린다. 훌륭한 녹음이다. 역시나 그해 아카데미를 가져간 모양이다.

말하기 머했지만 무서웠다.


가을, 호 속에는 낙엽이 조금씩 쌓인다.

사격이 없는 날,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낙엽위에 누워 호 밖 파란 하늘을 보았었다.

살아있다는게 무척이나 행복해졌다.

그런 느낌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끝은 안 좋았다.

250미터 표적지 아래 2미터 반짜리 호를 파고 들어 가 있었지만 여기 저기 튕겨 돌던 한발이 엄청나게 재수 없게 하복부에 꽂혔다.

머 거기까진 별 건 아니었는데 갓 들어온 군위관이 피를 보자 흥분해 버린게 문제였다.

지혈한답시고 거즈를 뭉텅이로 끼워 넣어 구리탄이 장까지 밀려 들어가는 통에 후송되어 버렸고 

몇주뒤 복귀하자 내 자리는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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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7-03-14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격장 전담 조교... 엄청난 추억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