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취업한 회사는 꾀 되는 업력에다 직원만도 기백명이나 되는, 내 스타일이라고는 할 수 없는 너무 큰 중견업체이다.
저번달에 부사장들을 몽땅 사장으로 승진 시켜버린 탓에 간부희의가 사장단 회의가 되 버렸다.
그리고 사장은, 회장이 되버렸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사장이라는 호칭이 어울린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회장이란 것도 그다지.
하여간, 회장님 구두 지시 사항에 의거하여 사장은 아니지만 나도 사장단 희의에 참석한다.
그치만 이처럼 재미없는 희의도 새로운 경험이다.
50중반에서 60초반 정도의 늙은이들이 둘러 앉아 있으니 재미를 찾는 건 무리겠지만 그래도 과도하게 심각하다.
스케쥴이라는건 항상 뒤쳐지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하염없이 늘어나기만 하는 진도에 짜증난 회장께서 일정을 당길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하신다.
자발적 제안자가 나서지 않음은 너무도 당연한 상황.
회장이 날 지목하여 머라도 내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 짜증나기는 나도 마찬가지.
정색을 하고 대략 아래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주5일 근무로서는 따라 잡을 수 없는 스케쥴입니다. 주7일 근무체제로 바꾸어야 합니다.
회장은 웃었고 나도 웃었다.
그리고...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리고...
일부 부서는 어제 그제 근무하였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