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면서 '경외심'을 느낀다는 건 처음이다.

내 평생에 '경외심' 같은 걸 가져 본적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서도.


왜 그랬는지 찬찬히 더듬어 본다.


영화자체가 강력한 몰입을 강요하다시피 하지만..

물론 경이적인 연출력 탓이다.

이 양반 솜씨는 Children of Men 에서 이미 충분히 알아봤다.

Children of Men 은 언젠가 한번 더 이야기 하고 싶다.

내 생각엔 컬트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한다.

국내서는 개봉조차 안 되었지만.


이런 압도적인 심오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스토리 라인? 물론 아니다. 풀스토리를 단 한줄로 요약 할 수도 있다.

두 잘나가는 남녀의 연기? 아니죠.

우주 정거장서 로케이션했다고 생각될 정도의 초정교 CG?  그럴지도.

따블 싸이즈 70미리 필름의 아이맥스를 꽉 채운 우주?  처음에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실제 이 스토리의 배경, 허블 망원경은 엔데버 부터 시작해서 무려 5번이나 우주왕복선이 올라가서 수리하였는데 

그때 찍은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다. 그것도 아이맥스 필름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찍으면, 그것도 CG가 아닌 진짜, 무조건 매우 심오해야 할텐데 한 20분이나 버텼을까.

졸고 말았다. 어떻게 끝났는지 모른다.

우주가 나오는 영화가 어디 한둘이냐, 어딜 봐서 맨오브스틸이나 스타트랙다크니스가 심오하던가.


몇개의 정교한 장치가 있다고 본다.

오프닝에서의 일순간 텅비는 사운드트랙.

미친거 아냐? 싶을 정도로 수다를 떠는 클루니  

영어 안통하는 햄과의 개소리 대화. (이 씬 참 훌륭하다. 아들넘이 만든 단편영화라던데)

탯줄 끊겨 빙글빙글 돌아가는 산드라를 띠끌처럼 잡아내는 카메라. 

여기서 강렬하게 끌어내는 광장 공포증과 동시에 폐쇄 공포증. 그리고 버티고 그리고 고독(이게 진짜다).


최고봉의 철학SF로 공인되는 space oddesy, 난 10살때 봤지만.

전혀 이해불능이었지만 그때 부터 맘 한켠에 박혀있던 먼가가 있었는데 그게 그거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에 HAL한테 다 털리고 우주로 뛰쳐 나간 주인공에 앞에 나타난 영원히 뻗어가는 검은 돌. 

이 장면이 같은 것이었다.


띠끌에 불과한 존재가 가장 위대한 신과 홀로 마주 쳤을때의 그 순간.

아마도 경외감은 여기서 시작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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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3-10-3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어요 ㅠㅠ

hanalei 2013-11-01 01:13   좋아요 0 | URL
그 동네선 아이맥스는 힘들듯.

LAYLA 2013-11-01 13:56   좋아요 0 | URL
그냥 영화관도 없어여 ㅡㅡ 한국가면 밤마다 심야 볼거에요오오오오

hanalei 2013-11-01 22:28   좋아요 0 | URL
심야는 워낙 체력소모가 심해서,,
근데 이달말에는 오세요?

2013-11-25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