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종족은 빨리 자란다. (그리고 빨리 죽는다.)
6살, 초등학교 입학식에 서 있을 때 여긴 나랑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란 예감이 퍼득 떠올랐고 그건 이후 12년 동안 사실이였다.
또래들과의 어울림을 접어버린 이후 주로 다락방이나 뒷방을 전전하며 책과 공상속에서 나름의 해피데이즈에 빠져 있었고
서너살 위 애들이랑 주로 관계를 맺고 다녔으니 점점 더 또래들과 멀어지는 악순환?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생각해 보라. 도스토예프스키를 들고 다니는 초등학생이나 고등미적분학을 끼고 있는 중학생을.

내가 속한 종족은 빨리 포기한다. (그러나 잊지는 않는다)
당연 10번씩 찍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폐증 자원 환자가 된건 여우랑 신포도 관계 일런지 모른다.
어울림을 포기하니 무리들을 회피한다. 그리고 바깥에다 두텁게 껍질을 쌓는다.

표리부동이며 외강내유이다.
현장 덩치들을 공깃돌 처럼 가지고 놀다 묵사발 내버리는 외부 껍질 속 저 안 쪽에는
또래들이 노는 것을 먼발치서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는 6살 아가가 들어 있다.

접근을 막지 않으나 다들 접근을 꺼려한다.
가끔 보이는 화력시범에 더욱더 어려워 한다.
그러나 아주 간혹 긴장 풀린 틈사이로 들어난 속살을 본 사람들은 귀엽다고 한다.

콜탈칠해서 쌓아 놓은 전봇대 더미위에 얼마나 봤는지 다 닳아버린 동화책 한권을 무릎에다 얹고 혼자 앉아 있던 6살짜리 애는
어쩌다 한번 지나가다 말 걸어 준 애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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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5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땡땡 2008-12-06 18:19   좋아요 0 | URL
아 그러니까 연말을 맞아 책이라도 한 권(뭐 더 고르셔도 암말 않으실 것 같긴 합니다만) 골라 주시라는 말씀입죠, 녜;

- 이상한 나라 따모씨의 신내린 댓글 -

진주 2008-12-05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제니친을 끼고 산 초딩 때는 비스무레한데, 저는 우에된 심판인지 마흔에 함수놀이며 미적분따위에 머리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저도 다락이라는 은신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무리들하고도 꽤나 잘 어울렸던 점이 다르다면 다릅니다. 그러나 리이즈만이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을 했다는 걸 고딩 때 쯤 발견했을 때 너무나 반가웠죠^^ 내가 늘 느끼던 바를 어케 그리 한마디로 함축해놨는지~^^

paviana 2008-12-0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가지고 싶은 건 신도시 33평형 아파트정도...ㅋㅋ

이상하네요. 항상 님은 저한테는 귀여우셨는데..ㅎㅎ

2008-12-06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