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사전적 정의는 대략 이렇다.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 (다음 국어사전)

그러나 이건 영웅을 정의한것이 아니라 영웅중의 일부를 표현했을 뿐이므로 틀렸다.
누군가가 어떤 영웅의 기준을 충족시켜서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에 열광하는 집단이 있으므로 해서 영웅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집단의 최소 단위는 단 한명이면 된다.

주인공 송자호(적룡, 난 이 배우 모른다)나 주윤발(마크? 반대로 배역상 이름을 모르겠다)의 입장에서 '악' 이란 건
폭행이나 마약거래나 위조화폐제조나 심지어 살인까지 머 이런 불법적인게 아니며 그런 일들에 대해서는 일말의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송자호가 조직을 떠나겠다는 이유도 (그리고 이것이 전체 사건의 발단, 즉 송자호 자신이 이 모든 사건의 원인제공자다) 단지 그의 동생, 장국영이 경찰이 됐다는 것이며 그의 아버지가 형제간에 쌈질하면 볼쌍사납다고 그래서 그런거지 갑자기 개과천선해서가 아니다
주윤발이 이쑤시게를 자근자근 물어 뜯어면서 그 까무라치게 멋있는 총질로 (20년전에 볼때는 그랬다) 무자비한 학살을 집행한 이유는 단지 그들이 송자호를 배신하였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 배신으로 인한 송자호의 피해는 달랑 3년 복역이니 죽은자들과는 매우 심각한 형평성 문제가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수십명의 갱단이 몰살되도록 송자호의 심기를 건드린 이유는 그 들이 장국영의 안위를 해쳤으며
주윤발을 두둘겨팼다는 것이니 역시 나쁜놈들은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것이다.

이들이 격렬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보면
 (1) 형을 배신하였다. (이로 인해 3년 복역함. 주윤발은 송자호를 형이라 부른다.)
 (2) 아버지를 살해하였다. (그러나 칩입자의 최초 의도는 아버지를 데려가는 것, 최악이라도 납치하는 것 정도인데
   장국영이 폭력으로 맞서다 보니 사고가 발생하였다)
 (3) 동생을 해쳤다 (하룻만에 퇴원하는 정도의 총상)
 (4) 주윤발을 때렸다 (눈가에 반창고 하나 붙였다)     

이렇게 보니 과잉방어로 보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훼밀리라는 것이다.
송자호가 자기를 모욕하는 것은 괜찮지만 동생이나 친구, 즉 훼밀리를 건드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라고 하는 대사에서
이미 명백히 해 놓은 것이니 이게 내 주장만은 아니다
 

그보다 10년쯤 먼저 나온 찰톤 헤스톤의 the Last Hard Man 에 열광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것이다.
(이 영화 한편으로 인해 내가 무기소지 자유화에 절대 찬동하게 되지 않았던가)
NRA 회장시절 찰톤 헤스톤이 클린턴에게 한 발언에서 요점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다.
"우리는 우리 가족의 안위를 국가에게 내 맡긴적이 없다."


오우삼이나 찰톤 헤스톤이나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지어 반미색깔을 씌운 괴물조차도 NRA의 가치관을 고스란히 복제해 써먹고 있다.
딸을 괴물에 날린 아버지,할아버지,고모 모두 훼밀리만의 방위권을 발동하여 괴물과 단독 대항하니까 말이다.
 
이들이 보기에 진정한 영웅, 즉 영웅의 본색은 무차별,과잉폭력을 행사해서라도 훼밀리를 지켜 나가는 자들이다.
그러나 폭력은 본질적으로 상승작용을 하게 되며 일단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할때 적당한,정당한 폭력이란건 있을 수가 없다. 혹 어느 영화에서라도 그런 거 본 적이 있는가?

또 이 영웅주의가 불편한건 내가 영웅이 되기보다는 영웅들의 콜랙트롤 데미지가 되어 길바닥에 나 엎어 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영웅들의 절대가치인 훼밀리에 대한 것으로서
훼밀리 붕괴의 적은 (영웅적 시각에서)  외부 보다는 내부일 공산이 크다는 사실에다,
폭력은 항상 외부로만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다 (실제는 내부 지향적일 것이라는 의심도 크다)
폭력이 훼밀리 존속을 위해 정당화 된다는 사실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08-08-1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 붕괴의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 깊이 공감합니다. 죽도록 힘든 멍에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내는 아이러니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해프닝은 아닐런지.

하날리 2008-08-11 23:09   좋아요 0 | URL
시지푸스식 공굴리기죠 머
알면서도 그러는게 내 운명이라는 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