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의 전모는 매우 단순하다.

영등포역 부근이 공장 밀집 지대 였고 집창촌이 들어서 있던 시절.
외근 나갔다 돌아 오던 20대 청년이 시간에 쫒겨 지름길인 집창촌 골목길을 가로 질러 간다.
초여름 장마철, 아침부터 끈질기게 계속 퍼붓는 빗속을 박쥐우산을 쓰고 가던 청년은
처마끝에서 비를 피해 서 있던 집창촌 여성을 골목끝 대로변까지 우산을 씌워준다.
.이상 끝.


평소같으면 누가 서있던 말던 상관할바가 아니며 더더우기 그녀 직업이 먼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는 눈길 한번 줄리가 없었다.

그녀가 눈을 끈것은 코 때문이었다.
끝이 뭉뚝하게 퍼진, 그러나 콧날은 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그건 충격에 의해 코뼈가 내려 앉았으나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얼굴 반쪽을 머리카락으로 가렸는데 아니, 가릴려고 했넌데, 광대쪽 피멍이 선연히 드러나는건 그대로 였다.

무언가 순식간에 치밀어 올라오는 것이 있어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외형은 상세하게 머리속에 찍혀 들어갔다.
(사실은 '한참'은 아니었을것이다. 수초? 길어야 수십초 정도?)

처음의 대상 없는 분노는 퍼붓는 소낙비에 냉각되었는지 온데간데 없어졌고 연민과 슬픔만이 대신 자리를 채웠다.
그녀가 무언가를 말하였다. 말한 것처럼 보였다. 들리지는 않았으나...
데려가 달라고 하였다.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음이 분명하여 더 슬퍼졌다.
그저 해 줄 수 있는거라곤 골목끝까지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게 해 주는것 밖에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우산밖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내내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 주위를 에워싼 감정은 그대로 내게 전염되고,
꽉막은 견고한 현실의 옹벽에 처연함을 느끼며,  
어쩔수 없는 미약한 존재로서 간절히 기도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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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3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설없이도 온전히 알아먹을 수 있는 찌릿한 글이었는데.

추천 한 개는 내꺼!

(내기도도 좀 해주시구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