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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 26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김수영
고봉준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평점 :
교과서에서 시를 배울 때 우리는 ‘해석’의 방법을 배움으로써 시의 의미를 해석하곤 했다. 하지만 한 시인이 왜 이 시를 썼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렇다, 우리는 배우기 위해서 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시를 분석하는 행위를 반복해왔다. 그 행위를 반복하여 조금 시간이 지나면 왜 배웠는지조차 무색하게 시뿐만 아니라 해석도 잊어버린 채, 배움에 대한 지루함만 남을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생각했던 시와는 좀 다르게 시를 설명한다. 한 사람의 생애가 담겨 시와 함께 성장해온 시를 통해 한 사람을 설명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26가지의 키워드인 ‘가족, 유교, 일본*일본어, 만주 이주, 한국전쟁, 설움, 박인환, 기계, 하이데거, 마포 구수동시절, 전통, 엔카운터, 꽃, 자유, 혁명, 적, 여편네, 돈 비속어, 번역, 여혐, 니체, 온몸, 죽음, 사랑, 풀’을 통해 그를 진정으로 마주한다. 그가 한 모든 노력과 거침없는 글로 그의 자유를 향한 움직임은 글을 통해 그것이 빛이든 그림이든 그대로 드러낸다. 이분법으로 사람을 이해하려고 했던 시간이 지나 혐오가 넘치지만 다양한 시각도 덩달아 넓어진 요즘 한 사람에 대해서 단정짓지 않고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또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49p
놀랍게도 꽃은 김수영 시에서 언제나 죽음과 동반한다. 김수영은 꽃의 과거와 미래를 시간의 관점에서, 변화의 관점에서 본다. 생물학적 정의에 따른다면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꽃은 새로운 생명이 준비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죽음과 탄생이 공존하는 표상이기도 하다. 꽃이 혁명의 비유가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전쟁에서 경험한 무수한 죽음과 그 죽음을 바쳐서라도 추구할 자유가 꽃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 광경은 김수영 시학이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133p
김수영은 평생 이분법과 싸워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쟁과 분단, 냉전과 이념 대립, 혁명과 반동의 역사는 무수한 관념과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 격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