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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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라는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어린 시절 아빠 차에 항상 있었던 전국전도가 생각이 났다. 딱딱하기도 하고 종이 질감도 빳빳해서 몇 번이나 만지작거리곤 했던 종이지도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종이지도는 생활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내비게이션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본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는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37개의 도시를 지도해 사실을 전달하여 멀지만 가까운 곳들은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사진으로 생생히 살아있는 도시의 모습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 도시와 왕국, 그리고 제국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사라진 곳이 이렇게 많았음에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멍해진다. 인간의 존재만으로도 도시의 사라짐에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은 경고가 지도 위의 빨간 점으로 나타나지만 조금도 깨닫지 못하고 지금의 형태를 유지한다면 경고도 없이 서 있을 곳은 점점 더 사라질 것이다. 여행책이라는 설레는 마음과는 다르게 안타까운 현실이 흐르는 이 지도에서 많은 도시가 더 사라지기 전에 깨닫고 행동하고 실천해야만 한다.

 

p8 이 책에서는 과거의 지도에서 지워진 반쯤 잊힌 장소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들은 대체로 옛 모습의 그림자이거나 단순한 폐허로 나타난다. 그림자든 폐허든, 여전히 이 장소들은 사라진 문명과 사회를 상징한다. 이 장소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먼 훗날 이어질 발굴과 부활에 앞서 꼭 필요한 본질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수 세기 넘도록 무엇을 얼마나 많이 놓치고 있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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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디지털 노마드로 삽니다 - 우리의 배낭처럼 가뿐하고 자유롭게
김미나 지음, 박문규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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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평범하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살아온 그들은 번아웃을 겪으며 짧지만, 틈틈이 여행을 다녔지만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일상의 굴레로 인해 행복을 미루지 않고 원 없이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여행은 생활이 되었고 그들이 닿는 곳마다 집이 되는 순간을 마주하고 8년 동안 디지털 노마드(첨단기술+유목민)로서 살아오면서 그들만의 생활방식도 만들어간다. 여행이 생활이 되어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일하고 여행하는 일을 한다. 때론 원하고 즐겼던 일이 이 되어 어렵고 힘든 순간에서도 삶의 우선순위를 우리에게 맞추어 우리만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여행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노마드의 비치는 삶이 환상과 기대로만 이어질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막연하게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길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답을 정해두지 않은 삶을 담아낸 이 꾸준한 글을 마주하다 보면 자신이 나아가고 또 나아갈 방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남들과는 다르지만, 오늘과 내일의 나를 위해 살아가는 것만큼은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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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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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것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행복 ver/외로움 ver, 두 가지 버전으로 새겨져 있는 책 '노랜드'는 그 버전에 따라 시점을 다르게 보면 더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나는 행복 ver가 새겨져 있는 터라 자연스럽게 어둠 속의 희망이 짙게 보였었는데, 외로운 ver로 본다면 어둠 속의 외로움이 짙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책 '노랜드'는 단편임에도 인상 깊은 이야기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등장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하고 싶어 소설을 읽고, 삶을 알고 싶어 소설을 읽듯 가끔은 더 지치고 싶어 소설을 읽는,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알리라 믿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불투명한 가상 세계 속 진정한 노랜드를 경험하게끔 만든다. 


10개의 단편이 각기 하나로서는 짧지만, 전체적으로 두꺼운 책이다. 하지만 그런 부담감에도 상상하는 이미지를 통해 나에게 강한 SF의 이미지를 새기고, 깊은 몰입감을 통해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한다. 이 세상의 끝이 있다면 그것이 무조건 절망으로 향하는 것은 아님에도 그 순간을 떠올리다 보면 왜 이런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맞닥뜨이게 되면 그 상황을 직면할 것인가 행복한 순간을 위해서 눈을 감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겠지만 온갖 예견된 절망과 자기 세계를 잃는 순간에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거쳐 현재와 미래를 겪어내어야 한다.


인간 중심의 지구에서 주류가 바뀔지 모를 미래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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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 26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김수영
고봉준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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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시를 배울 때 우리는 해석의 방법을 배움으로써 시의 의미를 해석하곤 했다. 하지만 한 시인이 왜 이 시를 썼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렇다, 우리는 배우기 위해서 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시를 분석하는 행위를 반복해왔다. 그 행위를 반복하여 조금 시간이 지나면 왜 배웠는지조차 무색하게 시뿐만 아니라 해석도 잊어버린 채, 배움에 대한 지루함만 남을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생각했던 시와는 좀 다르게 시를 설명한다. 한 사람의 생애가 담겨 시와 함께 성장해온 시를 통해 한 사람을 설명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26가지의 키워드인 가족, 유교, 일본*일본어, 만주 이주, 한국전쟁, 설움, 박인환, 기계, 하이데거, 마포 구수동시절, 전통, 엔카운터, , 자유, 혁명, , 여편네, 돈 비속어, 번역, 여혐, 니체, 온몸, 죽음, 사랑, 을 통해 그를 진정으로 마주한다. 그가 한 모든 노력과 거침없는 글로 그의 자유를 향한 움직임은 글을 통해 그것이 빛이든 그림이든 그대로 드러낸다. 이분법으로 사람을 이해하려고 했던 시간이 지나 혐오가 넘치지만 다양한 시각도 덩달아 넓어진 요즘 한 사람에 대해서 단정짓지 않고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또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49p

놀랍게도 꽃은 김수영 시에서 언제나 죽음과 동반한다. 김수영은 꽃의 과거와 미래를 시간의 관점에서, 변화의 관점에서 본다. 생물학적 정의에 따른다면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꽃은 새로운 생명이 준비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죽음과 탄생이 공존하는 표상이기도 하다. 꽃이 혁명의 비유가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전쟁에서 경험한 무수한 죽음과 그 죽음을 바쳐서라도 추구할 자유가 꽃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 광경은 김수영 시학이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133p

김수영은 평생 이분법과 싸워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쟁과 분단, 냉전과 이념 대립, 혁명과 반동의 역사는 무수한 관념과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 격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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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해방의 괴물 - 팬데믹, 종말, 그리고 유토피아에 대한 철학적 사유
김형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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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해방의 괴물이라는 제목만 보고 소설인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재난을 코로나를 좀비에게 비유하여 우리가 맞이한 국면에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하여 기존의 철학적 사유와는 조금 다른 결을 내세운다. 다른 의견 표명을 제시하지 못하는 기존 사회에서 새로운 세계의 이상을 제거하는 등 좀비를 들어 사회 체제에 관해 설명한다. 새롭다고 생각했던 좀비라는 개념은 이미 붕괴한 체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근본의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책임을 돌릴만한 무언가가 등장했을 뿐이다. 이 근본적인 성찰은 좀비에서 출발하여 재난, 그리고 자본주의 모순까지도 꼬집기 시작한다. 자본주의적 일상으로 예견된 코로나19 팬데믹과 재난은 이번이 끝이 아니기에 일상의 종말을 통해 진정한 재난에서 벗어나 중대한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세계를 위해 편안하고 친숙한 것을 포기하는 등의 성찰을 통해 이제는 재난 이후에 종말을 맞이하여 인간이 모두 사라진 좀비의 존재가 아닌 해방의 괴물로 거듭나게 된다고 말했다. 재난 이후 세계의 새로운 윤리를 제시하는 철학적 사유가 돋보이는 책, ‘좀비, 해방의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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