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천개산 패밀리 1~2 세트 - 전2권 특서 어린이문학
박현숙 지음, 길개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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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의 신작 소설 <천개산 패밀리>는 총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버려진 개들이 모여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과 그림을 적절히 섞어내어 재미있고 실감 나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귀여운 그림체와 따뜻한 이야기 전개가 특징이다. 동화라서 유치하다고 생각하거나, 소설이라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천개산 66번지 아지트에는 각자의 사연을 안고 모여든 다섯 마리의 개가 살고 있다. 똥 더미 위에 묶여 살던 미소, 개 농장에서 탈출한 얼룩이, 비밀을 간직한 검은 털의 대장, 주인이 이사 가며 버리고 간 번개, 자신은 버려진 게 아니라고 우기는 바다. 그들은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름의 규칙과 질서로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믿음과 신뢰가 깨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서로는 점점 멀어져갔고, 오해는 점점 깊어져만 갔다. 그렇게 평온하던 공간은 불안과 혼란으로 가득 차고 말았다. 충동적으로 내뱉은 상처의 말은 후회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일을 되돌리고 원래 우리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은 멀고도 험했다.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는 들개들, 농장의 도둑이 천개산의 들개 짓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을 피해야 했기에 더욱 힘겹게 느껴진다. 그렇게 어렵사리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다시 함께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한 말도, 너무 소중해서 했던 말도 모두 가족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함께라는 단어가 낯설었던 다섯 마리의 개는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함께’의 가치를 깨닫는다. 그들이 겪은 일들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나눔과 배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공동의 가치를 마주하며 깊은 우정으로 하나가 되어간다.


다섯 마리의 개들이 갈등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중요성과 세상의 중요한 가치를 알려주는 책 <천개산 패밀리>는 참으로 따뜻한 책이었다. 단순한 재미로 끝나지 않고 때때로 새어 나오는 웃음과 눈물이 섞여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버려지는 유기견의 모습을 통해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길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시선을 통해 어린이에게, 그리고 어른에게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힘을 얻게 될 것 같다. 영원히 함께 할 다섯 마리의 개가 또 어떤 모험을 떠나게 될지 3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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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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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생활이며, 말을 담는 그릇이다. 하지만 언어를 안다고 해서 그 사회를 살지 않고는 그 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 특히나 말의 뉘앙스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건 특정한 나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를 반영하는 언어를 알아야 하고, 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그곳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한다. 그래서 20년간 파리에서 느끼고 담아낸 이 책이 더욱 유용하게 느껴지며 미세한 뉘앙스를 느끼게 만들어 준다. 프랑스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역동적 역사의 흔적은 다양한 면모를 통해 드러난다.

 

혁명이 중심이 된 프랑스에는 과거 이데올로기로 인해 억압된 개인의 자유와 욕망이 터져 나왔고 이는 곧 프랑스의 단단한 개인주의의 토대가 되었지만, 한국은 독립부터 혁명까지의 공동체 의식이 국가적 위기와 겹쳐 함께빨리빨리문화가 정착된 모습이다. 한국은 전체에 중점을 두며 거침없이 나아가지만, 자아에 중심을 두는 프랑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을 유지하며 여유로움을 유지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뛰어다니는 건 오로지 자신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뛰어다니며 익숙해지는 프랑스 어휘는 프랑스의 ‘doucement 두스망부드럽게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했다.

 

느긋하면서도 개인적이며 삶을 살아가는 프랑스 사람들의 일상과 어휘에서는 그들의 자부심이 가득 묻어나온다. 개인과 공동체를 모두 존중하며 ‘Solidarité 솔리다리테연대의 따뜻함을 마주하게 된다. 생존을 넘어 살아가는 삶을 위해 끊임없이 ‘Le doute 르 두트 - 의심하는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전염병이 번지고 전체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통해 더욱 많은 변화를 불러오게 되는데, 그렇게 각박해진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그리고 문득, 책에 나온 프랑스의 어휘처럼 한국에서는 어떤 어휘가 대표가 되어 소개될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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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 김진명 장편소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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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작가의 신작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은 집필 30주년 기념작으로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한 장편소설이다. 그의 소설은 현시대의 문제들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며 문제의식을 촉구한다. 평화와 자유에 대한 명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 인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불러왔다. 불공평한 전쟁 속에서 미국과 나토는 왜 우크라이나의 울부짖음을 방관하는 걸까. 바로 러시아의 핵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소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는다. 그래서 핵으로 이 세상을 마음대로 좌우할 수 없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해서 글을 썼다고 한다. 제 목에 직접적인 실명이 언급되어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 풀어내었을지 궁금해졌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전쟁에도 마침표가 찍힐 수 있을까.

"이 전쟁이 끝나려면 단 한 사람만 죽이면 된다"와 같은 노골적인 화법으로 책의 서문을 펼친 다. 긴 시간 치러지는 전쟁에 피해 입는 건 일반인들이었고 그 분노의 화살은 그 한사람에게 향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책의 전개처럼 평화가 펼쳐진다면 참 좋을 텐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인지 전쟁을 끝내기 위한 방식이 제목에 비해 허술한 전개로 인해 아쉽게 느껴진다. 하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전쟁은 결코 한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닌 것이 다. 단 한 사람을 죽인다면 정말 전쟁이 끝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이루어진 전쟁의 힘의 과시는 사람이 바뀌더라도 계속 이어질 것 같기도 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힘을 과시하는 방법이 더 교묘해졌을 뿐이지 러시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시대는 진보했지만 그 시간만큼이나 잔혹하게 전쟁이 치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으로 인해 무수한 희생을 경험하고도 의미 없는 전쟁을 치르는 것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 의해서이든. 이념에 의해서이든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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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수고하셨습니다 - 오늘부로 직장인 은퇴합니다
전혜성 지음 / 싱긋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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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의 챕터를 어떻게 펼쳐 나갈 수 있을까. 전적으로 나에게 달린 인생의 설계는 가치관과 직업에 따라 많은 변화를 일으키곤 한다. 사회생활 20년 경력을 가졌지만, 한순간의 비자발적인 퇴사를 겪고 나서 되돌아본 직장인 은퇴기를 그린 책 <그동안 나는 수고하셨습니다>을 소개한다. 좌절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한순간에 달라질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하며 웃음을 놓지 않는 모습이 인상 깊은 책이다.


마흔의 나이에 비자발적 퇴사를 겪은 그는 그 상황 자체가 억울하기도 했지만 뭔가 되돌아볼 만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정해진 것 없이 계속 변화를 맞이하는 인생 속에서 변하는 재미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직장 생활 속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열심의 방향을 잡고 ‘잘’로 끌어 나갈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남을 위한 열심이 아니라 나를 위한 열심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열심을 잘 업그레이드하면서 무엇을 위해 열심히 하는지를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위해 자기 경력을 되돌아보니 남을 위해 열심히 한 시간이 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더욱 신중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자신의 오래된 경력은 더욱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백수 생활이 길어지며 여러 가지 직업을 경험하게 되면서 백수 예찬론을 펼친다. 일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잠깐의 공백기를 알차게 채워가며 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나간다. 무적의 시간을 보람차게 보내자고 다짐하며 앞으로 조금 나아가기 시작한다.


유독 짧다고 느껴지는 구간을 지나서 뒤를 돌아보면 사람의 생애 중에 반도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 정해진 정답이 없는 것만큼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과 답을 조금씩 채워 넣는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 세상에서 꼭 한 번씩 풀어보아야 할 일들을 지금 해나간다. 좌절된 상황에서도 자신을 잘 돌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모습이다.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를 오늘을 위해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도 격려의 말을 건네며 그동안 열심히 일해온 자신에게도 수고한다는 말로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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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심장 - 교유서가 소설
이상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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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심장>은 이상욱 작가의 소설집으로 9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인간에게 찾아올 수 있는 모든 불행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선을 통해 각기 다른 불행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달라 보이지만 결국엔 같은 모습을 하는 불행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희망적인 내용보다는 끔찍한 절망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지만 불행을 통해 또 다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또 다르게 다가온다.


더 날카로운 조각으로 얇은 부위를 후벼서 생기는 현실의 생채기는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걸까. 대체할 수 없는 마음을 대신하듯 묵직한 존재는 가치에 따라 필요가 달라지며 그에 따른 의미를 가져온다. 빈틈없는 불행 속에 빠져드는 절망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처럼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길을 잃은 듯 보여도 그 쓸쓸함을 뚫고 나아가야 할 곳에 발걸음이 향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기엔 아직 알아야 할 현실의 무게가 훨씬 더 무거웠기에 일단 그 무게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단편을 이용하여 각기 다른 인간의 불행에 대해 읊는다. 어떤 희망을 바라면서도 현실에 의해 계속해서 생채기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비극적이다. 각기 다른 단편이지만 왠지 모르게 이어지는 내용은 조금씩 뭔가를 덧붙이면 하나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그 사이에서의 주제 의식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절망적인 이야기를 쏟아내도 결코 그 절망에 빨려들지 않게 된다. 묵직한 만큼 또렷하게 생각날 것 같아서 인상 깊었다. 계속해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이 쓸쓸함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길 바랐다.


죽음에 대한 다른 시선은 마냥 두려움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이다. 이 비극 속에서도 어떤 연민의 시선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담담함은 더욱 참담함을 부각한다. 장르를 넘나드는 책의 독특함은 한동안 머리에 각인되어 상당한 여운을 줄 것 같다. “계속된 불행의 끝에는 과연 행복이 자리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 페이지를 읽어 나가는 매력이 있었다. 간결하지만 그만큼 더 강렬함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희망을 바라고 책을 찾게 되면 많은 실망감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에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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