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의 인생 수업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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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저자의 <이시형의 인생 수업> 9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인생 수업을 풀어낸다. 모든 것을 접하기 쉬운 만큼 부정적인 감정과 관계의 단절이 쉬운 혐오의 시대에 걸맞은 책이다.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삶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 주변의 관계로 이루어진 삶, 나아가는 길에서부터 쌓여가는 삶의 무게는 이 인생 수업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려지는 것으로 생각하며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간단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어떤 사소함이 인생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복잡하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간단한 해답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는 될 수 있겠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같은 상황을 겪은 만큼 이 책의 글들은 살아있는 역사와도 같았다. 그 중후한 무게는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이다. 그다지 평탄하지 않은 길을 90년 동안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을 지탱해 온 것은 사람들 간의 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나면서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분에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내 주변에는 어떤 사람이 있고, 나는 주변 사람에게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다.

 

알고 싶지 않아도 주변을 잘 볼 수 있는 미디어의 발달은 너무나도 쉬운 실패의 말을 내뱉게 만드는 것 같다. 실패와 부정적인 말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우리의 사회에 저자는 실패라는 말은 90세가 되거든 그때 하세요. 그전에 실패라는 말을 하기엔 너무나 이르지요. 라고, 따스한 말을 건넸다. 누구나 다 인생에 오르막, 내리막이 있기에 지금의 아픔을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다 보면 이 복잡하고도 어려운 삶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알 수 없는 인생 속에서 우리는 어김없이 살아가야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지난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다만, 젊은 세대에 대한 일반화된 인식이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어떤 고통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대 간의 간극이나 시대적 상황에 따른 현상을 단순히 특정 세대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좀 무리수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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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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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은 감정의 미세한 변화와 움직이지 않았던 시선의 미동을 포착하는 소설이다. '율'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상실이라는 감정을 가졌지만, 그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율의 시선'이 어디를 향할지 궁금해졌다.


율의 시선은 무의미하고 무감각하며 공허한 형체를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받아들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기엔 자신의 상황이 너무나도 벅찼고 이 상황과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신의 앞에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라는 전쟁터 속에서 친구란 그저 안전하게 졸업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율에게 있어서 인간다움은 '타인'이 아닌 '자신'을 우선으로 두는 의미였다.


그랬던 율에게 다가온 어떤 아이와 기막힌 사건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다. 자신의 비정상, 이상함이 특별함으로 바뀌는 순간을 마주한다. 변화를 견디기 힘들어했던 율의 시선에 점차 다른 사람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이 담담하고도 차분한 시선은 묵묵한 위로로 인해 온기를 느꼈고 타인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으로 변화한다.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 의지와 태도는 자신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바꾸는 일이기도 했다.


나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상처에 집중하다 보면 그 마음에 매몰되어 헤어 나오지 못할 때가 있다. 이유가 있는 방황은 결코 어떤 이유에 한정되어 일어나지 않았다. 이 무심한 위로는 몸의 외부에서 점차 내부로 스며들어 전부가 되어간다. 때론 백 마디의 말보다 한마디의 말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식하지 못해서 사소한 순간들을 놓치게 된다. 모든 시기에는 때가 있는 법이지만 모두가 그 시기에 맞춰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냉혹하지만 보다 더 솔직한 모습으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이들의 세상은 분명 내가 거쳐온 시간임에도 나에게 좀 낯설고도 멀게 느껴졌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유독 '관계'에 집착했던 것 같다. '소수'가 되어 공격받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다수'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관계는 단단해 보였지만 불안정함으로 가득해서 금방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했다. 관계의 변화에 익숙해질 수 없었지만


그 아이는 '나'라는 의미를 찾았지만 '자신'이라는 의미를 찾지는 못했다. 그가 이겨내기엔 이 세상은 너무나 벅찼고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어떤 발버둥은 끝내 닿지 못했다. 의미, 살아갈 목적은 나 자신이 찾지 않으면 결코 발견할 수 없음을 알려주고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무심한 위로는 몸의 외부에서 점차 내부로 스며들어 전부가 되어간다. 그 애가 말했던 것처럼 무의미한 건 없었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자신을 변화시켰던 것만큼 이제는 그 애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을까?



p142 타인의 인생과 가치관을 가감 없이 마주하는 일은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일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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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양장본)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Memory of Sentences Series 2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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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 안데르센의 동화는 행복한 기억을 가득 품고 있지만 실제로는 잔혹동화라 불릴 정도로 비통하고 서늘한 이야기에 가깝다.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안데르센의 책은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은 동화 속에 숨겨진 사회적, 심리적 메시지를 분석하여 사회적 현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펼치는 책이다. 문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적 관점에서도 풍부한 해석을 제공하며, 안데르센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어떤 사실은 지금과는 다른 ‘자유’에 놓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생각으로 인한 고통이 불러오는 비극은 시대가 만들어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9세기 덴마크 사회의 역동성과 그 시대의 정치적 변화는 안데르센의 작품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함과 동시에 우리는 그의 동화가 단순한 픽션을 넘어서 사회적 현실을 비판하는 매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그때의 현실에 반응하는 시대의 잔혹성은 환상적인 동화의 모습에 감춰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안데르센의 동화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마주할 수 있다. 실제 그의 사랑은 실패했지만, 그 사랑은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로써 만들어 내었다. 안데르센은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았고 현실과 동화의 경계에서 사람들에게 깊은 사랑의 형태를 건네주었다. 그의 삶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에 그는 잔혹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이야기 모두 동화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자신이 상처받은 만큼 아이들에게는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서술하는 인간의 본능은 이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로 거듭난다. 하지만 그것을 보지 않길 바랐던 어른들은 그 내용을 감췄고 아이들은 그 잔혹함을 어른이 되어서야 마주하게 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지만, 안데르센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은 같다는 것.


원문과 함께 보여주는 동화는 더욱 깊이 있는 해석으로서 마음에 와닿는다.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문장의 흔적은 마음을 아리게 만든다. 어떤 시절을 보냈는지 감히 짐작도 되지 않은 진한 글씨체는 아픔을 꾹꾹 눌러 담은 듯 세심했다. 비관적인 삶의 태도가 아니라 아이들이 진심으로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잔혹함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이야기는 동화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안데르센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가 전과 또 다르게 느껴진다. 왠지 모르게 울컥함이 목에서부터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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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클레이머
르네 나이트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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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 없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무조건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저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정말 한순간 한순간이 놀라움의 연속이다. 이렇게 무섭고 흥미롭고 동시에 두려운 소설은 처음이다. 상상 이상의 반전과 목을 죄어오는 압박감이 숨을 못 쉬게 만든다.


하나의 사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하나의 사건은 시선에 따라 달라지고 오로지 추측만이 오가는 이 상황들이 무서웠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생성되는 나의 편견은 그 이상의 공포감을 조성한다. 소설은 그것을 의도하듯 진실을 곧바로 밝히지 않고 점차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적나라하고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진실만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디스클레이머 Disclaimer. 면책조항. 출판을 비롯한 미디어에서 말하는 면책조항은 작가가 쓴 내용에 근거하여 어떠한 책임이나 의무를 지지 않을 수 있음을 명시한 것을 말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이렇게 디스클레이머는 작가에 대한 존중과 사실을 알리기 위한 진실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내재한 어떤 폭력성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만약, 이름을 바꾸지 않은 채, 추측이 가능한 진실이 섞인 왜곡된 사실이 현실에도 존재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책에서만큼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위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 책을 아우르는 폭력이 누군가의 존중에서 나왔다는 것을 안다면 쓸 수 있을까? 이처럼 제도의 유용함과 별개로 이 영향력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발로서는 상당한 역할을 하지만 그게 만약 진실이 아니라면?

이 소설은 정말 무서운 책이다. 순간의 판단, 흘러가는 생각, 진실이라 믿는 믿음이 모여 여러 가지 시선을 만들어내었고 그 시선을 읽는 이는 이리저리 휘둘린다. 소설이 내놓은 낚싯줄을 물어 이용되듯 그렇게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그 시선을 통해 당신이 믿는 그 사실이 과연 진실인지를 묻는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녀가 느낀 두려움은 그때의 공포다. 그때의 날씨는 무더운 여름이었으나 입김 서린 한파처럼 자신을 꿰뚫어버린 고통이다. 누군가가 진실을 받아들이고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순간을 여러 번 목격했으나 이보다 더 슬픈 순간은 없었다. 진실은 외면하는 편이 더 쉬우나 그는 진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을까. 그가 고통을 느끼는 게 가슴 아팠다. 실체적인 진실에 입각한 사실을 밝히지 못한 그녀를 누가 감히 욕할 수 있는가.

그녀에게 있어서 과거의 진실은 단지 모성애와 사회적 시선에 대한 두려움뿐만이 아니었다. 진실을 말하는 시기를 놓쳐 더 큰 짐을 안고 살아야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믿어줄지도 의문이었다. ‘엄마’로서 ‘여자’로서 단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주한 그 사건을 이 숱한 증거가 있다고 해서 이 진실이 받아들여질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진실을 감췄고 그 진실은 더 거대하고도 왜곡된 사실로 그녀를 덮쳤다.

소설은 네 사람의 시선을 통해 하나의 사건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진실을 받아들이는 어떤 태도에 집중한다. 현재와 달라지는 모습, 그렇지 않은 모습을 통해 확신을 가진 우리를 비웃는다. 사람은 믿고 싶은 대로 사실을 받아들이고 또 부각하며 불리한 진실을 감춘다. 나와 상관없는 타인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화끈화끈해진다. 내 선입견이 만든 그녀에 대한 생각과 이 가벼운 마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혐오감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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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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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진 작가의 <가벼운 점심>은 여러 계절이 내려앉아 다양한 사랑을 보여주는 장편 소설이다. 세월의 무게를 짐작게 만드는 쌓인 먼지로 인해 재채기가 연달아 나오지만, 절대 찝찝하지 않았다. 그게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먼지를 톡톡 털어내면 이 책 속의 계절에 담긴 사랑들을 마주할 수 있다.


이 무미건조한 따뜻함이 좋다. 어디에서 왔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명확하게 흔적을 남기는 마음은 그 자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적막 속에 남은 따뜻함은 존재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어떤 문장은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감정이 단발성으로 남지 않길 바랄 뿐이다. 불안을 머금고도 계속해서 잔잔함을 유지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때론 사랑의 힘이 바꾸어 놓는 주변의 환경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펼쳐내기도 한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한다는 건 어떤 사랑의 방향인 걸까.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의 모습에서 변화한 어떤 모습을 포착한다. 별다른 표현이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지 않아도 막연하지 않을 마음을 글로써 전달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마주해야 할 감정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기존의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의연하게 대체할 수 있는 그 마음만이 남아 있었다. 어떤 행위의 정체성이라면 반드시 행해야 할 감정의 흔적임은 틀림없었다.



책 속의 단편 중에 유독 쓸쓸하게 느껴졌던 <피아노, 피아노>는 마음에 와닿는다. 삶의 무의미함이 밀려오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 "외롭고 쓸쓸한 찰나의 계절 속 만개한 사랑과 호젓한 고독의 드넓은 파노라마"라는 문장이 참으로 잘 어울렸다. 여름과 가을 사이의 계절을 표현하면서도 유독 씁쓸하게 느껴진다. 계절은 어떤 특정함에 의해 구분되지 않는 시간에 불과하다. 다만, 지금 내가 서있는 이 땅과 계절로 인한 날씨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무엇을 꿈꾸는지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릴 수 없는 시간대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부품처럼 여겨지는 이 몸을 이끌고도 계속 살아가는 것에 분노를 느낄 새도 없이 삶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무언가를 인식하기엔 지금 내 위치가 불안하다고 여겨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불안해한다.


여섯 편의 단편을 길게 늘여 하나의 장편으로 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마지막을 바라보는 그 찰나에 보는 것들을 마주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글의 형태로 마주하는 기억이란 이 순간들을 표현하는 게 아닐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문장도, 시간도, 사람도 마침표를 찍어간다는 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바라왔던 일도 막상 그 자리에 가까워지면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가벼운 점심>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묵직한 저녁 식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p17 떨어지는 꽃잎이나 낙엽을 받으면 그 계절에 사랑이 나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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