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의 시선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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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은 감정의 미세한 변화와 움직이지 않았던 시선의 미동을 포착하는 소설이다. '율'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상실이라는 감정을 가졌지만, 그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율의 시선'이 어디를 향할지 궁금해졌다.


율의 시선은 무의미하고 무감각하며 공허한 형체를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받아들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기엔 자신의 상황이 너무나도 벅찼고 이 상황과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신의 앞에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라는 전쟁터 속에서 친구란 그저 안전하게 졸업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율에게 있어서 인간다움은 '타인'이 아닌 '자신'을 우선으로 두는 의미였다.


그랬던 율에게 다가온 어떤 아이와 기막힌 사건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다. 자신의 비정상, 이상함이 특별함으로 바뀌는 순간을 마주한다. 변화를 견디기 힘들어했던 율의 시선에 점차 다른 사람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이 담담하고도 차분한 시선은 묵묵한 위로로 인해 온기를 느꼈고 타인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으로 변화한다.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 의지와 태도는 자신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바꾸는 일이기도 했다.


나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상처에 집중하다 보면 그 마음에 매몰되어 헤어 나오지 못할 때가 있다. 이유가 있는 방황은 결코 어떤 이유에 한정되어 일어나지 않았다. 이 무심한 위로는 몸의 외부에서 점차 내부로 스며들어 전부가 되어간다. 때론 백 마디의 말보다 한마디의 말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식하지 못해서 사소한 순간들을 놓치게 된다. 모든 시기에는 때가 있는 법이지만 모두가 그 시기에 맞춰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냉혹하지만 보다 더 솔직한 모습으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이들의 세상은 분명 내가 거쳐온 시간임에도 나에게 좀 낯설고도 멀게 느껴졌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유독 '관계'에 집착했던 것 같다. '소수'가 되어 공격받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다수'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관계는 단단해 보였지만 불안정함으로 가득해서 금방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했다. 관계의 변화에 익숙해질 수 없었지만


그 아이는 '나'라는 의미를 찾았지만 '자신'이라는 의미를 찾지는 못했다. 그가 이겨내기엔 이 세상은 너무나 벅찼고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어떤 발버둥은 끝내 닿지 못했다. 의미, 살아갈 목적은 나 자신이 찾지 않으면 결코 발견할 수 없음을 알려주고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무심한 위로는 몸의 외부에서 점차 내부로 스며들어 전부가 되어간다. 그 애가 말했던 것처럼 무의미한 건 없었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자신을 변화시켰던 것만큼 이제는 그 애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을까?



p142 타인의 인생과 가치관을 가감 없이 마주하는 일은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일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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