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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 2020년 제1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4월
평점 :
사라진 책이나 원고라는 주제는 언제나 매혹적이다.
그런 책이 다시 나타난다면 어떨까.
실비아 플라스나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 헤밍웨이의 사라진 원고가 나타난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이 수도원의 다락방이나 성상의 빈 대좌 같은 곳에서 누군가의 발견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떠올려보기만 해도 짜릿하다.
그런 원고를 찾아내는 것은 모든 애서가와 독서광의 꿈이다.
이 황홀한 꿈은 그 희박한 가능성 때문에 더욱 매혹적이라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애서가들은 사라진 책들과 원고들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도서목록, 혹은 도서관을 마음속에 하나씩 갖고 있다
세상에 없는 도서관에 기증된 세상에 하나밖에 없지만 존재하지 않는 책들의 이야기..
호펜타운 반디멘 재단 도서관Library Of Van Diemen Foundation In Hoffentown이 지난 6월 30일에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다.
호펜타운 반디멘 재단 도서관은 클라우스 반디멘이 세운 156개의 도서관 중 하나다.
156개의 도서관들은 지역의 역사와 풍습에 관련된 문서를 보존하고 지역 특색을 살린 장서를 보유하는 걸 운영 원칙으로 삼았다.
그래서 모든 반디멘 도서관에는 지역 이름 외에 주제에 맞는 또 하나의 이름이 붙었다.
그림책 도서관, 영화 도서관, 아랍 문학작품 도서관, 증기기관 기술 도서관, 아프리카 전통 요리 도서관 등이 그 이름이었다.
호펜타운 반디멘 재단 도서관에도 그런 이름이 있었다.
바로 어디에도 없는 책들을 위한 도서관Library For Nowhere Books이었다.
세계에 단 하나뿐인 유일본이나 희귀본, 심지어는 이미 유실된 책이나 아예 존재한 적도 없는 책들을 수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지만 사실은 개인이 만든 한권의 사가본을 소장하는 도서관이 되었다.
사람들은 직접 쓴 원고를 '어디에도 없는 책들을 위한 도서관'에 기증하였다.
그렇지만 재정난과 장서 부족으로 결국 도서관은 문을 닫게 되고 도서관장은 모든 책을 기증자들에게 돌려주기로 한다.
하지만 빈센트 쿠프만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모아 두었던 마지막 기증 자료 32권의 희귀본의 기증자인 작가 VK만은 책을 찾아가지 않았고 도서관은 그를 기념하고자 카탈로그를 만들게 된다.
그 카탈로그를 만드는 이야기가 바로 이책이다..^^
VK가 책들을 기증할 때마다 자신이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한 희귀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자신이 직접 쓰고 그림을 그리고 제본한 책들이었다
그의 컬렉션은 소설, 역사, 과학, 종교사상, 예술,에세이, 요리, 수학, 게임 안내서, 그래픽 노블, 퍼즐 등 안 다루는 장르가 없을 정도다.
아마 그는 자신이 상상한 책들을 함께 상상하고 그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즐거워할 누군가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어쩌면 한 발 더 나아가, 독자가 자신만의 환상적이며 사실적인 책들의 목록을 만들기를, 그리고 그 책들을 찾아 나서기를, 즉 그것을 직접 쓰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없는 책들이 안겨주는 즐거움을 던져 주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