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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해마 (소장판)
문목하 지음 / 아작 / 2026년 3월
평점 :
• <마션>, <미키7>, <지구 끝의 온실> 등등 영상화가 될 정도로 인기 있는 소설들을 보면 SF인 경우가 정말 많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나 소설 안 가리고 SF/판타지 장르를 너무 좋아하는데, 장르 자체에 인기가 많아져서 그런가 비슷한 컨셉, 내용, 흐름을 가진 책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시장이 활성화되는 건 환영이지만, 독자로서는 솔직히 더 특이하고 더 강렬한 책을 찾고 싶다는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 이 책은 그런 내게 초입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책의 초반부 내용을 쭉 훑어보면, 책의 주인공은 ‘해마’라고 불리는 AI 시스템이고, 해마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CCTV부터 라디오나 인공위성 등등 여러 기계장치에 들어가 주어지는 임무를 수행한다는... 정말 먼 미래 세상을 그리는 책임을 알 수 있다. 책의 세계관을 들어보면 ‘이것도 결국은 다른 SF랑 비슷한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책의 매력은 바로 화자의 시점이다. AI ‘해마(이름은 비파다.)’를 주인공으로 1인칭 시점을 유지하며 내용을 이어가고, 여기에 더해 주요 등장인물인 이미정(이은하)의 스토리 진행을 해마가 2인칭으로 서술한다.
“너를 처음으로 만난 게 특별한 일이 아니었던 그날,
나는 평소처럼 지구에서 로그아웃했다.”(14쪽)
AI가 임무 도중에,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나’를 관찰한다니. 책의 세계관, 내용, 설정, 1인칭 화자형 서술까지... 모든 것이 합쳐져 해마에게 발칙한 캐릭터성을 부여한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의 AI 비서(혹은 걸어다니는 냉장고) 타스를 연상케 한다. 저 말투에 빠지는 순간 책은 가속해서 쓱쓱 읽히는 흡입력을 보여준다.
• 또 매력적인 설정이라면, 해마가 중앙(해마들의 보금자리인 거대한 서버)에 복귀하지 않으면 서서히 미쳐간다는 설정이다. 잠시 우리 주인공 해마 친구의 행적을 얘기하자면, 잦은 근무지 이탈과 지속적인 사람 스토킹 등등... 진작에 사람이었으면 직장 짤리고 경찰서 끌려갔을 거다. 그런데도 책을 읽으며 해마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 미치지 않았는지 자문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 지친 당신. 당신에게 정말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모든 걸 내팽개치고 떠날 수 있습니까?
내가 느끼기에 주인공 해마는 열정을 찾아 떠난 친구다. 자신에게 프로그램된 대로라면 스스로가 미쳤다고 인정해야 했지만, 해마는 자신에게 미쳤냐는 질문을 던지며 미치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아마 미치지 않았다는 대답 뒤에는 ‘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야.’ 하는 숨겨진 말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또 한편으로는 <사이버펑크:엣지러너>라는 애니메이션 속, ‘사이버사이코’가 연상되며 결국 이 해마가 결말로 갈수록 미치지 않을까... 결국 미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미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해준다.
• 해마(비파)가 되게 사람 같다 하고 생각이 들 때쯤, 책은 후반부에 들어가며, AI 활용의 특이점을 제안한다. 스포는 싫어서 내용 설명은 최대한 뺐지만, 간략하게 말하고 넘어가겠다. 이미정은 같이 살던 아이에게 유행하는 스마트 렌즈를 선물했는데, 갑자기 아이가 원인 불명으로 사망했다. 이미정은 사망의 이유가 그 스마트 렌즈에 있다고 믿고 회사에게 소송을 걸었다. 증인으로는 우리 해마(비파)를 택했고... 아마 책 속 인물들도 비슷하게 말했던 것 같다. AI를 증인으로 세운다고? 정말이지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 소설을 읽을 때, 내용보다는 세계관이나 내용 진행 방식에 재미를 느끼는 편인데, 이 책이 그 재미에 정석이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가진 매력이 너무나 많고, 작가는 그 매력들을 흩어지지 않게 잘 결합했다. AI가 주인공인 소설을 찾는다면, <유령해마> 꼭 읽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