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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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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덩. 아빠는 자신의 아이와 함께 물에 빠져 죽으려 한다. 하지만, 우연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아이는 물고기의 아가미를 가진 덕분에 살아남아 호숫가에 살고 있는 강하와 그의 할아버지에게 거둬진다. 그들은 아이에게 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채 아가미, 인어의 정체를 숨길 수 있게끔 도와주며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

 

시작부터 등장하는 동반 자살과 거둬 키우기는 한다만 곤이를 괴롭히는 강하의 행동,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강하의 엄마, 해류의 얘기까지... 결과 혹은 상황만 본다면 너무나 절망적이다. 그런데도 소설은 특유의 묘사와 문장으로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가둔 것처럼 온기가 느껴지면서도 축축한 분위기를 풍긴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비 맞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 아니한가. 비를 맞아 축축해졌지만, 마냥 기분 좋은 그런 친구를 보는 느낌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한몫했다. 강하, 해류, 이녕 모두 물과 연관된 뜻을 가졌고, 외자인 곤도 중국 고대 철학서인 <장자>에서 나온 물고기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각자의 이름 뜻과 소설 속 그들의 행보를 비교하며 읽는 것도 소설에 맛을 더해줄 거다.

 

“ “예쁘다.”

그러자 곤은 한 마리의 생선이 되어 도마 위에서 토막 나지 않도록, 자신의 살과 내장에서 간유를 짜내고 그 찌꺼기가 어박과 어분으로 분리되어 어느 짐승의 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어딜 가든 감추는 데 급급해온 자신의 몸이 누구도 들려준 적 없던 그 말 한마디로 구원받은 것만 같았다. “ (152)

 

결말에 가서는 곤이 폭우로 실종된 강하와 할아버지를 찾으러 물이란 물은 다 돌아다니는데, 위에서 말한 소설의 축축하면서도 따스한 분위기 때문에 한국판 인어의 잔혹 동화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7월 장마가 온다고 한다. 미리 사서 장마 동안 집에서 편히 읽어보자.

 

엄마, 내가 인어를 봤다니까? 그 아저씨는 분명 바다 깊이 궁전에 사는 인어 왕자님일 거야. 그런데 마녀가 준 약을 먹고 두 다리가 생긴 거지. 인어 왕자님은 누구를 위해 다리를 얻은 걸까? 그러면 역시 언젠가는 물거품이 되어서 아침 햇살에 부서져버릴까?”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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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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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의 3부작으로 구성된 sf 소설이다. 더스트라는 치명적인 먼지가 판치는 미래 세상이 배경이며 1부에서는 모스바나라는 급작스레 증식하기 시작한 식물을 연구하는 아영의 얘기. 2부는 더스트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내성종자매, 나모이와 아마라가 프림 빌리지라는 마을에 도착하며 벌어지는 얘기. 3부는 아영과 두 자매가 만나며 밝혀지는 모스바나와 프림 빌리지의 진상에 관한 얘기이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소설이 진행될수록 모여드는 재미가 있고, ‘지구의 허파로 여겨지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꼭 필수적인 존재라 생각되는 식물이 인류 멸망의 원인이라는 설정도 아주 매력적이다.

 

아영은 그렇게 느리고 꾸물거리는 것들이 멀리 퍼져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천천히 잠식하지만 강력한 것들,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정원을 다 뒤덮어버리는 식물처럼. 그런 생물들에는 무시무시한 힘과 놀라운 생명력이, 기묘한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영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82)

 

멸망한 세상에서 끝내주는 대의를 가지고 인류를 재건하겠다는 거창함보다는 작디작은 약속과 기억, 사랑이 소박하면서도 은은하게 느껴진다. 그들이 멸망한 이유도 그 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에도 작은 따스함이 올라온다. 아마 가장 현실적인 흐름일 거다. 정녕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인류 재건이라는 강대한 뜻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라면 따뜻한 밥을 먹고 비를 피해 잘 집이 있고 친구와 가족이 옆에 있다면,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인류 존속이고 뭐고 됐다고 생각할 거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결국 현대 사회의 사람들과 멸망 속 사람들의 생활에는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

 

뭐가 옳은 건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세계를 말하는 것이 이상했다. 프림 빌리지 바깥의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인류 전체의 재건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 그들은 우리를 착취하고 내팽개쳤다. 그 사실만은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버려진 우리가 세계를 재건해야 할까.”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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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8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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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택에서 오랫동안 집사로 일해온 스티븐스. 그런 그에게 주어진 일주일의 휴가. 스티븐스는 휴가를 떠나며, 지나온 길과 마을과 풍경을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한다. 마치 우리가 예전에 와봤던 곳을 다시 가게 되면 현재와 과거의 기억이 교차하듯이. 그의 현재와 과거를 따라가며 완벽한 집사로 살기를 바랐던 그의 내면이 어떻게 변하는지 비교해가며 읽어보자!

 

하지만 이따금 한없이 처량해지는 순간이 없다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내 인생에서 얼마나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던가.’하고 자책하게 되는 순간들 말입니다. 그럴 때면 누구나 지금과 다른 삶, 어쩌면 내 것이 되었을지도 모를 더 나은 삶을 생각하게 되지요. 이를테면 저는 스티븐스씨 당신과 함께했을 수도 있는 삶을 상상하곤 한답니다. 제가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화를 내며 집을 나와버리는 것도 바로 그런 때인 것 같아요. 하지만 한 번씩 그럴 때마다 곧 깨닫게 되지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남편 곁이라는 사실을. 하긴, 이제 와서 시간을 거꾸로 돌릴 방법도 없으니까요. 사람이 과거의 가능성에만 매달려 살 수는 없는 겁니다. 지금 가진 것도 그 못지않게 좋다. 아니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감사해야 하는 거죠.” (364)

 

"즐기며 살아야 합니다. 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요. 당신은 하루의 일을 끝냈어요. 이제는 다리를 쭉 뻗고 즐길 수 있어요. 내 생각은 그래요. 아니,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그렇게 말할 거요.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는 저녁이라고." (372)

 

유명하다고 해서 막 집어 든 책 중의 하나였다. sf 소설이나 판타지가 취향인지라 솔직히 읽으면서 재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완독까지 읽을 수 있던 이유는 주인공의 상황이 주는 공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주인공은 소설 전반에 걸쳐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후회하고 자신을 정당화한다. , 옛사랑을 찾아가며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혹시 지금에라도..?”라는 마음을 품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다 보면 점차 그에게 물들어 나 역시 과거에 후회하고 있는 일은 없는지, 젊은 날에 놓쳐버린 기회는 없는지 돌아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이 공감을 불러일으켜, 종이를 넘어 독자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게 스티븐스의 회상과 나의 회상을 번갈아가면 어느새 스티븐스의 휴가는 끝나 있다. 몰입해서 단숨에 팍 읽기보다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인생 사는 얘기를 듣는 것처럼 흐르듯이 읽기를 추천한다. 근래 읽은 책 중에는 <스토너>와 결이 비슷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런저런 순간에 다르게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고 앉아 있어 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음만 심란하게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 사실 전환점이 어쩌고저쩌고하지만 내가 그런 순간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돌이켜 볼 때 뿐이다.”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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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천문학 - 미술학자가 올려다본 우주, 천문학자가 들여다본 그림 그림 속 시리즈
김선지 지음, 김현구 도움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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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적힌 글처럼, 미술과 천문학에 만남을 담은 책이다.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행성 하나마다 담고 있는 미술예술 얘기를 보여주고 2부는 미술 작품 속 숨어 있는 UFO 얘기를 하거나 작품에 담긴 점성학을 풀어내는 식으로 진행된다. 2부보다는 1부가 행성 단위로 진행되는 점에서 더 체계적이고 흥미로울 거라고 기대했지만, 의외로 나한테는 UFO 같은 음모론 분위기를 풍기는 2부가 더 취향에 맞았다.

 

아까 말한 대로 2부 중에서 UFO 얘기가 제일 재밌게 느껴졌는데, 미국 정부와 국방부에서 UFO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했고, 이집트 벽화처럼 오래된 그림이나 여러 유물을 보면 굉장히 UFO스러운 애들(?)이 많이 등장하니... 어쩌면 늙어 죽기 전에 외계인을 만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유튜브 채널 중에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채널이 있다. 공연이나 전시 정보를 주로 다루는데 가끔 미술사 쪽으로 작품과 연관된 비하인드를 풀거나 이슈를 알려주는 등 미술에 좀 관심이 있다면 추천하는 채널이다. 책이 가진 컨셉 덕에 여러 미술 작품의 사진이 등장하는데, 이 흐름이 뭔가 해당 채널이 생각나서 후일담으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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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인문학 석탑 인문학 시리즈 2
최규홍 외 지음 / 석탑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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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알라딘 매장을 둘러보다가 중고 서적 매대에 꽂혀 있던 이 책을 발견했다. 13년도에 출간되었으며 천문학, 불교, 유학, 기독교, 철학까지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해 각자의 유토피아가 무엇인지 서술한다는 컨셉이 너무 좋게 느껴져서 바로 구매해 버렸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어려운 것일까 아니면 내 지적 능력에 한계인 것일까. 완독했음에도 솔직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런고로 오늘은 그냥 시시덕거리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책이 다 좋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책을 다 추천할 수 없는 것처럼!

 

첫 부는 천문학이 가져가는데, 초반에는 진짜 우주 얘기만 쭉 나오다가, 부가 끝나갈 때쯤 천문학자가 바라본 하늘나라는~ 이러면서 운을 띄운다. “아 드디어 유토피아든 하늘나라든 천문학적 시선으로 해석을 해주나?” 하는 기대와 달리 하늘나라는 우리의 푸른 지구였다는 내용이 참... 천문학자가 바라본 유토피아는 이런 거라며 해석은커녕, 우주과학책을 읽은 거나 다름이 없다. 각자의 유토피아를 말하는 컨셉이니, 천문학의 유토피아는 지구라는 말이 컨셉적으로도 내용적으로 틀린 건 아니지만. 온갖 우주여행을 하며 도달한 결론이 살기 좋은 지구라는 게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졌다.

다음은 불교인데, 여기도 난관이었다. 정말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불교 용어가 등장해서, 검색으로 뜻을 찾아보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면 또 처음 보는 불교 용어가 등장하고. 불교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읽은 부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래도 불교의 유토피아, 극락세계는 흥미로웠는데, 물질이 절대적으로 풍요로우면 대중들이 깨달음을 속히 얻을 수 있다는 설정이다. 일단 불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비움이나 무소유이런 것인데, 극락세계는 이런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형태라는 게 신기했다.

유학에서의 유토피아는 대동. 모두가 공정한 대동 사회이다. 사람들은 출신 상관없이 능력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고, 약자와 노인들은 배려받으며 도덕적 평화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최고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학문의 시선으로 보면 유학이 현재까지 성행한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유학의 대동사회가 현재 사회의 이상향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게 의외였다. 심지어 유학, 공자가 등장한 시기를 생각하면 기원전 5세기쯤인데... 까마득한 과거의 이상향이 현재의 이상향과 근접한다니.

후반부에 등장하는 부들도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되어서 생략했다. 내용도 많이 어렵고, 239쪽이라지만 독서 피로감이 빨리 쌓이는 느낌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해도 다 못했는데, 감히 추천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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