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거품 펭귄클래식 52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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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꼽으라면 난 고민하지 않고, 소설이 품은 매력적인 세상을 말할 거다. 소설 초반부터 집안일을 도와주는 생쥐 무리가 나오고, 웬 장어 요리를 하는데 그 장어를 집 싱크대 선반 수도꼭지에서 뽑아다가 쓴다. 외에도 구름을 택시마냥 타고 다니고 여자주인공(클로에)은 폐에 수련이 피는 병에 걸리기도 한다. 정말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세계관이다.

 

그러자 구름이 두 사람을 감쌌다. 그 안은 따뜻했고

계피 향을 넣은 설탕 냄새가 났다.” (61)

 

오른쪽 폐 속에 수련이 있어요.” (166)

 

이 외에도 작가는 풍자를 정말 잘 녹여냈다. 풍자를 생각하면 보통 정치든 체제든 하나만 골라서 했던 거 같은데, 이 작가는 정치, 사상, 종교, 자본주의 등등... 뭐 하나 서운하지 않게 골고루 풍자 대상으로 삼았다. 제일 인상 깊었던 풍자 장면은, 남자주인공(콜랭)이 클로에의 희귀병을 치료하기 위해 온갖 잡일을 다 하고 전재산을 다 털었음에도 결국 그녀를 살리지 못해 장례식을 준비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사제는 돈이 없으면 둘의 결혼식 때만큼이나 멋진 장례식은 할 수 없을 거라 말하며, 사람은 늘 자신의 장례비까지는 마련해두고 죽어야 한다는 매정한 소리를 한다. 콜랭은 결국 예수님까지 찾아가 클로에의 죽음은 누구 탓인지 따지고(아마 사별의 충격을 신에게 돌리려고 했던 거 같다.) 묻지만, 예수는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 다른 얘기나 하자며 말을 돌린다.

 

어쨌든 우린 아니오.”

전 당신을 우리 결혼식에 초대했어요.”

성황리에 끝났지요. 나도 꽤 재미가 있었고. 그런데 이번에는 돈을 더 많이 내놓지 않았습니까?”

난 이제 돈이 없는 데다가 이번에는 결혼식을 올리는 게 아닙니다.”

그렇겠지요.”

예수는 난처한 표정이었다.

(258)

 

조금 t적인 말을 하자면, 사람의 죽음을 종교의 책임으로 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콜랭의 주변 인물들이 종교에는 책임이 없다며 예수에게 따지러 가는 것을 말렸다면, 그건 그거대로 이해가 되는 상황이며 비참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매정하게도. 종교가, 신이, 직접 자기네들은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무책임하게 보이고 절망적이다. 작가는 이런 식으로 대담한 풍자를 보여주기도 하고, 은은하게 풍자의 향을 책에 향수처럼 뿌려두기도 했다. 틀린 그림 찾기처럼 작가가 어느 것을 풍자하려고 했는지 탐색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정말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또 음악을 사랑하는 소설이다. 기억상, 작가가 음악을 공부했었나, 재즈 음악을 했었나... 음악과 굉장히 친하게 지냈는데, 그래서인지 주인공 콜랭이 피아노 칵테일 머신이라는, 알맞은 음정과 박자로 연주하면 맛있는 칵테일이 알아서 뚝딱 만들어지는 기계를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 팔다리가 길어지는(..?) 춤동작이 묘사되기도 하고, 여자주인공의 이름인 클로에조차 듀크 엘링턴이라는 재즈 연주자의 곡에서 차용되었다. 책에서도 이를 직접 언급하는데, 재즈를 좋아해서 듀크 엘링턴의 클로에라는 곡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였다면, 콜랭과 클로에의 비극적인 결말을 짐작할 수 있었을 거다. 그래... 비극적인 결말과 사랑...

앞에서는 초현실주의, 갖갖은 풍자, 음악 얘기를 꺼냈지만, 결국 이 책은 사랑 얘기를 하고 있다. 하나만 잘 써도 대박인데, 저 모든 걸 사랑 이야기로 끌고 가는 작가의 놀라운 문장력에 감탄했다.

마무리로 서평에는 담지 않았지만, 콜랭의 친구인 시크와 시크를 사랑하는 알리즈, 콜랭의 개인 집사였던 니콜라까지 이들의 언어와 관계도 소설의 재미를 높여주는 관찰 요소다. 작가가 담아둔 요소가 많아서 서평이 참 뒤죽박죽으로 써졌다... 아무튼 이 소설! 꿈을 꾸는 거 같은 비극적인 사랑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며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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